버마·한국인 물세례 난장 ‘띤잔축제’미얀마공동체·버마작가모임, 13일 부천운동장서 버마전통축제버마인들의 이색 물 축제가 13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원어로 ‘띤잔’(Thingyan)인 이 축제는 새해를 앞두고 벌어지는데, 이웃에게 물을 뿌려 깨끗한 한 해 삶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 국가인 버마와 태국에서 벌어지는 이 축제는 불교(북방)력으로 새해를 앞두고 사흘 동안 벌어진다. 대개 4월 13~15일 사이인데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결정해 발표한단다. 이웃사람과 부처에게 물을 뿌려 찌든 때(죄, 부정)를 씻어내며 복을 빈다. 태국서는 ‘송크란’, 버마에서는 ‘띤잔’이라 부른다. “찌든 때 씻고, 새해 복 가득...” 한국에 거주하는 버마인들 500여명과 한국인 2백여명이 지난 13일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부천종합운동장 원형광장 야외무대에서 띤잔 축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얀마공동체(회장 킨 마웅 인)가 주최하고,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회장 임동확)과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석왕사가 후원했다.
정오를 조금 넘어 띤잔 축제를 선포하는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킨 마웅 예인 회장의 대회사에 이어 임동확 버마작가모임 회장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한국 시인 2명이 기념시를 낭독했다. 작가모임 소속 시인이다. 박몽구 시인이 ‘거리를 넘어 우리는 하나이다’(아래 박스에 전문 게재) 시 낭송을 시작했다. 박 시인은 77년 월간 ‘대화’ 시당선으로 등단했으며 ‘개리 카를 들으며’, ‘마음의 귀’, ‘봉긋하게 부푼 빵’ 등의 시집을 냈다. 이어 박윤일 시인이 ‘고추잠자리’를 낭송했다. 박 시인은 계간 ‘시작’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1부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물세례가 시작됐다. 무대 중앙에는 서너 개의 큰 물통이 등장했고, 여러 군데서 수도꼭지에 연결한 물 호스가 등장했다. 100여명의 버마인들이 무대 중앙으로 몰려나와 서로 물을 뿌리며 새해 복을 기원했다.
“버마 형제들의 땅에 새벽을” 한쪽에서는 축제에 참여한 한국인들도 이들과 함께 어울려 봄날 오후를 즐겁게 보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한 한국 민간단체는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소속 회원·직원들과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 회원들이었다. 무대 위에선 버마 가수들이 지칠 줄 모른 채 흥겨운 노래와 음악을 쏟아냈고, 리듬에 맞춰 축제 참여자들은 소방호스를 흔들거나 바가지에 물을 퍼 흩뿌리며 펄쩍펄쩍 춤을 추었다. 기자도 여러 차례 물벼락을 맞았다. 안면이 있는 버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소속원들을 대부분 만날 수 있었다. 아웅 민 스웨 의장을 비롯해 르윈 부의장, 네투나잉 총무, 조모아 기관지 편집국장, 조모루인 시인, 뚜라 버마액션 대표 등이 반갑게 맞았다.
작가모임은 오후 3시쯤 축제장을 나와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상춘객이 얼마나 몰렸는지 사방 길이 막혀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부천시 경계를 넘어 시흥 어딘가 한 식당에 들러 늦은 점심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음식값이 너무 비싸 불편했는데, 임 회장이 초청한 한 분이 자진해서 바가지(?)를 썼다. 버마는 이제 새해라는 데 그 분 복을 빈다. ‘교양있는분’ vs. ‘교양없는자’ 소사역 어딘가에 있는 막걸리 집에서 2차로 잔을 기울이며 저물어가는 봄날 어느 일요일 오후를 보냈다. 막걸리를 마시기 싫어하는 ‘교양 있는’ 몇몇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교양 없는’이들이 시작한 막걸리판에 결국 모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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