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는 남북이 이미 통일됐습니다”

[몽골리포트6] 목감기·배탈로 신고식, 평양교예단 서커스구경

윤경효 기자 | 기사입력 2008/04/12 [10:58]

“몽골서는 남북이 이미 통일됐습니다”

[몽골리포트6] 목감기·배탈로 신고식, 평양교예단 서커스구경

윤경효 기자 | 입력 : 2008/04/12 [10:58]
몽골에 온 지 한 달여. 내 몸이 첫 번째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일요일 저녁 평양교예단의 서커스를 보고나서 목이 좀 잠긴다 싶더니, 월·화요일 목감기로 고생했다. 그리곤 수요일 바가노르 출장을 다녀와서 결국 몸살이 나고 말았다.
 
금요일 바양노르 출장 때 좀 나아지나 싶더니, 토요일엔 하루 종일 배탈로 끙끙 앓았다. 서울에서 가져온 감기약 한통을 다 비운데 이어 배탈치료약 절반을 일주일 만에 먹어치워 버렸다.
 
몽골에 연세친선병원 등 한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병원비가 여간 비싼 게 아니란다. 웬만한 병에는 간단한 약 처방으로 끝낸다하고. 그저 집에서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살 길이리라.
 
“잘먹고 잘쉬는 게 살길”
 
함께 사는 동지들이 있어 아파도 서럽지는 않았다. 아플 때 혼자 있는 것만큼 두렵고 서러운 일은 없을게다. 한국에 있을 때 혼자서 이틀을 축 처진 배춧잎처럼 앓아누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키우던 강아지가 내 곁을 가만히 지켜주던 것이 생각난다. 평소 애물단지라 여겼던 고 녀석이 주인이 아픈지는 어찌 알고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는데... 고마움을 느꼈더랬다. 아, 혼자가 아니구나...
 
▲ 평양교예단 공연이 시작 전 경기장 모습. 사진촬영이 금지돼 공연모습은 찍지 못했다.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공연 끝나니 목이 다 쉬었다.     ©윤경효

 
아파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튼튼한 체력을 갖게 해준 부모님께 또 한 번 감사의 마음이다. 이런 체력이 아니었다면, 몽골에 올 용기도 못 냈을 것을. 지금은 언제 아팠었냐는 듯, 또 다시 기운차다. 코가 좀 막히는 것 빼고는... 헐~
 
일요일 저녁 북한의 평양교예단의 공연을 보러 서커스 경기장을 찾았다. 몽골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몽골 서커스경기장에서 20일 동안 공연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북한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세계 서커스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예를 자랑한다는 것에 기대가 되었다.
 
몽골에 오니, 북한의 공연을 이리도 편하게 보고, 참 만감이 교차한다. ‘푸른아시아’ 자문위원인 세르다름 교수 왈, 몽골에는 ‘한반도유학생협회’가 있는데, 남한에서 유학한 사람, 북한에서 유학한 사람 모두가 모이는 모임이라고 한다. 몽골에서는 한반도가 통일됐다.
 
“아, 혼자가 아니구나...” 
 
이재권 선생이 공연 중간 중간 주변사람들 아랑곳 하지 않고 한국말로 우렁차게 환호성을 지르신다. ‘동무들 최고요~~!!’. 나도 가만히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다음에는 꼭 웃으며 악수할 수 있게 되길...”
 
몸이 아파서인지, 아님 스트레스의 발로인지 일주일 내내 서울본부의 윤전우 팀장에게 신경질이다. 아무래도 몽골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만만한 서울에다 내지르고 있는 것 같다.
 
몽골에서의 수행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아멘...
 
지난 수요일, 바가노르 출장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한국에서 면허증 딴 것이 지난 1월 2일. 몽골차량의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 익숙지 않을 거라 했는데, 왼쪽 운전도 익숙하기 전에 몽골에 왔으니 아무런 불편이 없다. 하.하.하...^^;;;
 
▲ 바가노르를 출장길에 운전대를 잡았다.     © 윤경효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행여 사고 날까 60km/h 이상의 속도는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재권 선생 말씀을 뒤로 하고 80km/h로 달렸다. 겨우 80km/h 낸 걸 가지고 호들갑이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곳 도로사정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다.
 
몽골 도로엔 워낙 파인 곳, 때운 곳이 많아, 일제 랜드크루저급이 아닌 이상 100km/h 이상으로 달리면 차가 심하게 덜커덩거리고 자칫 뒤집힐 위험이 있기에 그렇다. 앞으로 열심히 운전연습을 해 몽골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리라... 오홋~!(3월 30일)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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