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기자, 그리고 성소수자와 언론

"스포츠기자, ‘골프 촌지’ 받고 관심적은 골프기사로 면 채워"

미디어몹 | 기사입력 2007/01/15 [10:49]

골프와 기자, 그리고 성소수자와 언론

"스포츠기자, ‘골프 촌지’ 받고 관심적은 골프기사로 면 채워"

미디어몹 | 입력 : 2007/01/15 [10:49]
얼마 전부터 골프가 언론의 스포츠면에 슬금슬금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죠. 아직 골프채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도 박세리, 위성미 선수 등 골프 선수 이름을 줄줄 외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해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 선배가 있었습니다. "기자가 부르주아지가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매우 시니컬한 반응이었죠.

데스크부터 기자까지 요즘 골프 치러 다니는 언론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접대를 받을 때 노골적으로 골프장에서 보자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골프장에서 정치인 문제가 터질 때도 대부분 언론인들이 동석하고 있지만, '동업자 의식' 때문인지 정치인들만 문제가 되고 언론인들은 자연스레 그 자리에서 쏙 빠집니다.
 ‘골프 바람’은 언론의 아젠다
 골프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된 스포츠라 부르기 힘들죠. 캐디에게 주는 돈이 5만원에서 팁까지 포함하면 라운딩 한 번에 10만원이 나가고, 소위 '부킹'이라는 예약을 통해 회원들이 골프를 친다고 해도 몇 시간에 몇 십 만원 깨지죠. 홀인원보험까지 있을 정도로 홀인원을 하게 되면 크게 한 턱 쏴야 하는 문화도 있죠. 과연 기자들이 그 정도의 부를 획득한 것일까요?
그런데 이런 골프라는 스포츠가 마치 대중 스포츠인 양 스포츠지 기자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한 건 따져보면 얼마 안 됐다는 점입니다. 그 전에도 각종 프로 골프대회가 있었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는 않았죠.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골프 콘텐츠에 스포츠지를 읽는 대중이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일까요? 차라리 비즈니스 전문지에서나 골프 관련 콘텐츠가 어울릴 것입니다.

결국 기자들이 골프접대를 받기 시작하면서 골프 기사가 양산되기 시작했다는 반응에서부터, 중앙 종합일간지 기자들의 월급이 국내 대기업 종사자 임금에 범접하면서 시간이나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는(자기 돈으로 골프치지는 않을 것이고) 연차 높은 기자들부터 연차가 낮은 기자들까지 손쉽게 골프에 접근하면서 골프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자연 발생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일부)기자들은 확실히 여유가 있나 봅니다. 그렇게 그들은 프롤레타리아의 영역에서 이미 멀어져 부르주아지들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대졸 초임 3500만원이 넘고 3, 4년차만 되면 월수입이 5000만원이 훌쩍 넘는 기자들에게 인권과 소수계층이 과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배부른 기자, 소외자에 관심?
앞의 이야기와 좀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성 소수자와 언론인은 또 어떨까요? 과연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얼마나 있을까요? 마치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관심과 배려'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장애인 기자가 많지 않기(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체감하지 못하는 기사는 생명력과 설득력을 잃습니다.

블로그를 체험하지 못한 기자가 블로그와 웹 2.0을 논하려고 하니까 맨날 허벅지 벅벅 긁는 소리 하는 것이랑 똑같죠.

미국에 이런 단체가 있습니다. NLGJA(National Lesbian and Gay Journalists Assosiation),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전국동성애언론인협회' 정도 될까요?

임원진의 면면을 보니 굴지의 언론사에 포함돼 있는 이들이 많군요. 이 가운데 임원진 소개 코너를 보니 제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소속이 한국에도 지사가 있는 CNET News.com이라서 이름이 더 낯익습니다. 2002년부터 제가 이 사람의 글을 주로 번역했기 때문이죠. 몇 번 메일도 주고받았지만 이 사람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이력은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이나 프라이드' 정도로 읽는 이 사람의 이름은 원래 '이안 프라이드(Ian Fried)'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Ian이 Ina로 바뀌어서 기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이 사람이 자기 이름을 잘못 적어서 기사를 송고했거나 새로운 여자 기자가 들어와서 비슷한 이름끼리(혹시 남매?) 같은 분야를 취재하나 보다 했죠.
 “민주화 자제돼야 한다?”
 그런데 얼마 후 CNET 사내보 격인 메일이 왔는데 이 사람의 근황이 소개돼 있더군요. '드디어 성 전환을 했으며(커밍아웃과 함께 성 전환을 했다고 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이름을 바꿨다'는 등 CNET 내부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사원의 근황 정도로 가볍게 다루더군요.

이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대형 IT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주고 각종 특종을 만들어내는 전문기자죠.

만일 국내 기자 사회, 언론 조직 내부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 소수자 곁에서 친구가 되어보지 못한 기자, 인권침해를 당해보지 않은 기자, 저작권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기자, IT 기술을 체험해보지 않은 기자, 민주화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해보지 않은 기자... 그런 기자들이 이 땅의 주류 언론인으로 '민주화는 자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만(http://www.ringb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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