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창출' 뒤 숨긴 두개의 朴꼼수

의료민영화·학교주변호텔허용에 노동시장개혁 빙자한 노조무력화

오주르디 칼럼 | 기사입력 2015/05/29 [01:24]

'청년일자리창출' 뒤 숨긴 두개의 朴꼼수

의료민영화·학교주변호텔허용에 노동시장개혁 빙자한 노조무력화

오주르디 칼럼 | 입력 : 2015/05/29 [01:24]

 

[플러스코리아타임즈=오주르디] 고용을 늘리면 비용이 늘어난다는 건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기본적인 산술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한다. 공기업을 향해 ‘청년고용을 대폭 늘려라’고 소리치면서 동시에 정원초과 금지, 총액인건비 증액 불가라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청년일자리관련 법안만이라도…” 대통령의 읍소는 쇼에 불과해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얘기다. ‘청년일자리창출’이라는 미명아래 정부가 밀어붙이는 게 대체 뭘까? ‘청년일자리창출’이라는 포장지를 뜯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꼼수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게 확인된다. 이 두 가지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노조와 야당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해 대국민 선전용으로 등장시킨 용어가 ‘청년일자리창출’이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지난 26일 박 대통령은 “계류된 민생법안의 합의가 안 된다면 청년일자리창출 관련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얼핏 듣기에는 청년들의 고통을 살피기 위해 읍소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청년일자리창출 관련 법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면 이 읍소가 쇼에 불과하다는 걸 단박에 간파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청년일자리창출 관련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산업지원법 등을 지칭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년고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주장이다. 정말 청년들이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수혜자다.  ‘기업들이 더 배부르면 청년을 더 고용할 것’이라는 명제는 성립될 수 없는데도 맞다고 우기니 황당할 뿐이다.

기업들 더 배부르면 청년 더 고용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한 것을 박근혜 정부가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골자는 개발 활성화와 투자 확대다. 이 법안이 밝힌 서비스산업의 정의는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라고 돼 있다. 이 법이 ‘의료분야’에 적용되면 의료민영화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교육분야’에 적용되면 사교육 비대화와 공교육 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의료산업지원법은 의료 영리화의 길을 터주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팔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이나,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 진료비 직불계약이 불가피해 미국식 의료 민영화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체계 전반에 상업화를 가속시키고, 건강보험제도의 붕괴를 촉발해 민간보험사가 의료가격 결정권을 갖는 근거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관광진흥법은 박 대통령이 “학교보건법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막고 있다”고 주장하자 정부가 급거 마련한 ‘청년일자리창출 법안’ 중 하나다. 관련규정을 완화해 학교 주변의 ‘상대정화구역’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다. 정부는 “술집 등 유해시설 없는 호텔만 짓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다. 한번 뚫리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규제까지 풀려는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88올림픽 직전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숙박시설 부족을 이유로 훈령을 만들어 송파구 방이중학교 주변에 숙박업소 설립을 허용했다. 이를 틈타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100여개의 유흥주점과 모텔 등이 들어섰다. 결국 학교 앞은 ‘유흥숙박촌’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례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시에도 흔하다. 학생들은 매일 등하굣길에서 선정적인 전단지를 접한다.



노동개혁 빙자한 노조 무력화 공작


기업을 살찌우면 청년을 더 고용할 것이라는 발상이 고안해 낸 정책이 ‘청년일자리창출’인 셈이다. 이것 말고도 또 한 가지 꼼수가 숨어 있다. ‘노동개혁’을 빙자한 노조 무력화가 그것이다.

청년고용 증대를 위해서는 ‘청년일자리창출법안’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주장이다. 총인건비를 꽁꽁 묶어놓은 상태에서 고용을 늘리라며 임금피크제를 강조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고용이 늘어날까? 그렇지 않다. 최근 10년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기업 중 청년고용이 늘어난 곳은 거의 없다. ‘노동자가 받을 임금을 줄여 청년 고용 비용으로 충당하라.’ 이것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하는 정부의 속내다. 이러니 임금피크제를 통한 고용 증대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임금피크제를 강력히 밀어붙인다.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인건비 인하 혹은 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본다. 정부의 뜻대로 될 경우 노사협상 중 가장 중요한 임금협상이 불필요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조의 역할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 노조를 약화시켜 정규직의 해고와 파견을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노동 유연화 강화가 목적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청년일자리창출’이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좋은 예가 있다. 현정권과 누구보다도 잘 통한다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작태에서 박 대통령이 외치는 ‘청년일자리창출’의 본의가 무엇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보면 ‘박근혜 청년고용’의 민낯이 보인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3월 페루 리마 도시철도 2호선 용역에 참여해 120억원 규모의 시공감리와 건설관리 업무를 수주했다. 문제는 인력 충원 방법. 공사는 기술관련 직원 8명을 페루에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8명 모두를 내부 인력 배정을 통해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얼마든지 신규 채용이 가능한 명분과 일감에 자금까지 생겼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내부 재배치’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부산시장이 신규 채용을 강력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의 청년 고용율은 1%대로 ‘청년 의무고용 3%’라는 법규정에도 훨씬 미달된다.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회가 되면 청년 고용을 우선시해야 할 부산시가 이를 외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서병수 시장이 청와대의 시책을 헌신짝 취급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현 정부의 ‘청년일자리창출’ 뒤에 숨어있는 꼼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청와대의 ‘청년일자리창출’이 한갓 구호에 지나지 않은 다는 사실을 잘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기업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챙겨주고, 노조를 약화시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게 ‘청년일자리창출’이라는 구호 뒤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이다. 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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