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에 모병제로 가자”

[독자투고]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장동만(e-랜서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7/01/12 [11:57]

“이 참에 모병제로 가자”

[독자투고]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장동만(e-랜서 칼럼니스트) | 입력 : 2007/01/12 [11:57]
“엉클 샘이 당신을 필요로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엉클 샘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3백여 가지 종류의 안정된 직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식주를 제공하고, 초봉이 XXX달러, 고스란히 저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엔 각종 베니핏이 주어집니다.”(미군 모병 광고문)

미국은 월남전이 끝난 직후인 1973년 1월 군 징병제 (draft  system)를 완전 폐지, 지원제 (volunteer system)로 바꾸었다. (단, 전시에만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미국이 오랜 연구 검토 끝에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며 당국은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병력 수급 문제, 군 질저하 문제, 흑인 일색화 등… 그러나 지원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그 같은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원자가  끊이지 않아 병력 수급에 조금의 차질도 없고, 군 학력 수준은 도리어  더 높아졌으며, 전체 인구에 비례한 흑백 분포에도 하등 이상이 없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선 ‘병풍’이 정치 쟁점화, 누구 아들(들)이 불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느니, 전 현직 국회의원 60여명 이상이 병역 기피자니 해대며  언론이 온통 병역문제에 매달려 낮과 밤을 지샌다.

한국의 권력 가진 사람들, 돈 가진 사람들이 자식들의 병역 문제에 있어 그 동안 어떤 처신들을 해왔는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오죽해야 젊은이들의 입에서 ‘신의 아들’(신의 조화로 군에 안가는 아들), ‘장군의 아들’(빽으로 보충역으로 빠지는 아들), ‘어둠의 자식’(돈도 빽도 없어 일선에 끌려가는 자식)들 이라는 저주와 자조의 말들이 나왔겠는가.

오늘날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징병제를 폐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미 징병제를 폐지했고, 스페인은 금년(2002년) 중 폐지 예정이고, 러시아는 작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을 했다.(실시 일자는 미정)

독일은 적극 검토 중이고, 일본 역시 자위대 병력은 100% 지원병으로 충당하고 있다 (http://www.anticonscript.org 참조) 모두가 국방 상황의 변화, 군의 현대화 및 과학화에  따르는 전문 기능병력의 필요성 증대,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강제 징집과 인간의 자유 기본권의 상치(相値)등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의 경우 너무나도 말썽 많은 이 병역 문제, 그 비리 부정의 원천을 근원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병역 강제 징집 제도를 폐지, 지원병제도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국가 민족을 위하여…” 또는 “신성한 국토방위를 위하여…” 라는 애국심에의 호소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조금의 소구력도 갖지 못하는 이제, 군을 하나의 직업군화 함으로써 그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아닌, 즐거이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군문(軍門)으로 탈바꿈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욱이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른다면, 그 화해 무드 또한 급물살을 탈 것이다. (이글은 중앙일보 뉴욕판에 2002년 9월 17일자로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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