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문사위, 구타사망 5건 밝혀내

2년 동안 43건 진상규명, 자살 18건 중 17건이 가혹행위 때문

수원시민신문 | 기사입력 2008/03/14 [11:09]

군의문사위, 구타사망 5건 밝혀내

2년 동안 43건 진상규명, 자살 18건 중 17건이 가혹행위 때문

수원시민신문 | 입력 : 2008/03/14 [11:09]
   
  ▲ 6일 오전 군의문사위에서 2년 간의 조사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군대에서 의문사 당한 억울한 죽음 중 폭행으로 인해 타살당한 사건 만도 진상규명된 총 43건 중 5건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중 사망사건도 1건 드러났다.

통일뉴스에 따르면 기존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타살로 밝혀진 사건은 박술용(51.2.16), 송창호(69.10.10), 노상서(69.11.29), 김재영(58.1.28) 사건이며, 이미 발표된 바 있는 정민우(가명, 82.9.29) 사건과 함께 모두 5건이다.

   
  ▲ 김호철 상임위원이 군의문사위가 확보한 노상서 이병의 허위 사망진단서와 사망확인서 사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노상서(당시 23세, 이병) 사건의 경우 수송부대의 운전병 집단훈련 과정에서 동료 학생장이 집합에 늦었다는 이유로 야전삽을 들고 구타하여 사망한 사실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망후 군부대는 군의관 명의의 사망진단서를 위조하고 군헌병은 작성권한이 없는 조사관이 부실한 사망확인 조서를 작성하는 등 허위의 사망경위서를 만들어 사건을 은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재영(당시 23세, 이병) 사건의 경우 해병대 입대 훈련 58일만에 병사했다는 그간 군측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조사결과 훈련소 소대장 방 아무개에게 야전삽자루로 맞아 상처를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된 훈련중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2차감염으로 급격하게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오전 10시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2년여에 걸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군의문사위가 2006년 1월 2일부터 진정을 접수하기 시작해 2007년 1월 2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600건이고 이중 148건의 사건이 종결됐으며, 43건이 진상규명이 이루어졌다. 진상이 규명되지 못한 나머지 사건들은 기각(25건), 진상규명 불능(6건), 각하(9건), 진정인 취하(68건)로 종결되었다.

김호철 상임위원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43건중 25건(58.1%)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군에서 자살사건으로 처리된 18건 중 17건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 구타와 가혹행위, 과중한 업무 부과 등 부대내 환경이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군에서 자살처리된 조수호(당시 21세, 일병) 사건의 경우 1987년 8월 차량 정비병으로 근무중 태권도 단증 취득 과정 등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성추행 등이 극심해 자살이라는 방법을 불가피하게 선택했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순직으로 인정해 사망구분 재심의를 요청했다.

군의문사위 조사결과 자살이 순직으로 판단된 경우가 13건, 변사가 순직으로 판단된 경우가 10건, 병사가 순직으로 판단된 경우도 7건이나 되었다. 군의문사위가 순직 인정 등 사망구분 재심의를 요청한 것은 37건(국방부 34건, 경철청 2건, 법무부 1건)이며 이중 국방부는 12건에 대해 군의문사위 요청을 받아들여 순직 결정했고 경찰청 2건, 법무부 1건은 모두 순직 결정했다. 그중 3건은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군의문사위의 순직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순직 결정’과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절차 등이 까다로워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이날 군의문사위의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들과 유족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짧은 기간 내에 남은 많은 사건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졸속처리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군의문사위 이해동 위원장은 “진상규명에 있어서는 적당히란 있을 수 없다”며 “철저하게 사실여부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가 3년 한시기구로 금년 말에 법적 기한은 끝난다”며 “기간 연장의 문제나 다른 새 기구가 만들어지거나 다른 기구에 조사활동이 편입되는 모든 것은 국회가 논의해 봐야 될 문제이다”면서도 “아픔을 당한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99년 군에서 의문사한 서상일 이병의 어머니 김금자(56) 씨는 “훈련받은 뒤 5일만에 아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자살이냐”며 “가족들에게는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고 인터넷에 기각이라고 올려놓았느냐”고 군의문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군의문사위 김호철 상임위원은 “사건번호와 심의 결과만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데 이름이 공개돼 절차상 미비점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유족에게 해명할 것은 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 서상일 이병의 어머니 김금자 씨가 군의문사위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일부 유족들은 군의문사위의 조사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군의문사위 사무실 앞에서 다시 농성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제대로 된 조사를 요구하며 두 달간 장기농성을 벌인바 있다.

이해동 위원장은 “죽음의 문제는 개개인 한사람 한사람이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도개선을 유족과 같이 해야 하고 언론도 도와달라”고 말했다.

권오석 사건(당시 22세, 이병)의 경우 단순 ‘병사’에서 훈련중 사망이 밝혀져 국방부가 순직을 인정했고 국가보훈처 또한 ‘국가유공자 유족 동록’을 받아들였다.

박술용 사건(당시 24세, 국민방위군)의 경우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초 징집된뒤 사망했으나 징집기록이 전혀 없었지만 ‘국민방위군’으로 끌려가 훈련중 구타당한 상태에서 유기돼 사망한 사실이 확인돼 순직 결정과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받았다.

   
  ▲ 유가족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되자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가운데)이 복도에서 차분히 문제를 제기하라고 진정시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군의문사위는 2005년 이전 사건에 대해서만 조사권한이 있다는 제약점이 있지만 이번 조사결과 타살로 밝혀진 사건 등이 대부분 50,60년대에 발생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최근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상임위원은 “본격 조사는 참고인 진술부터 시작되는데 참고인들이 시간이 먼 사건은 기억장애가 있고, 가까운 사건은 편한 마음으로 사건의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장애가 있다”고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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