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상한 엠바고와 돌발영상 수난

[댓글언론] 떡값명단 발표전 해명과 보도프로그램 탄압 논란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3/11 [10:05]

청와대 이상한 엠바고와 돌발영상 수난

[댓글언론] 떡값명단 발표전 해명과 보도프로그램 탄압 논란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3/11 [10:05]
지난 7일 청와대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떡값 명단' 발표에 앞서 이를 미리 해명한 것을 방영한 YTN '돌발영상'이 방영 뒤 YTN 홈페이지에서 삭제되고 청와대가 YTN 기자들에게 3일간 청와대 춘추관 출입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언론통제'라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의 영상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지난 5일 사제단의 기자회견, 그리고 회견 1시간 전에 있었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편집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자체 조사결과 거론됐던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발표 뒤에 반박 성명을 보도하라는 '엠바고'(보도시점제한)을 걸었다.

'엠바고 위반'으로 둘러댄 청와대와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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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자회견에서 "(발표도 하기 전에)어떻게 알아맞췄는지 모르겠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사제단의 말이 나왔고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어떤 일이 발생할 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을 보여줬다. 사제단이 명단을 발표하기 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풍자한 것이다.
 
동영상 삭제에 대해 YTN은 "돌발영상이 엠바고를 어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청와대 또한 "청와대와 기자들 사이의 신사협정이 깨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YTN 기자들에게 3일간 춘추관 출입을 금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5일날 상황을 7일날 방영한 것이 무슨 엠바고 위반이냐?"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미리 브리핑에서 엠바고를 제기한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 퍼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의 언론 통제를 세계에 알렸다"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쓰고 있다. 또 이 뉴스가 각종 언론은 물론 포털 메인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수정 요구? 그 자체가 언론탄압."
 
언론통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누리꾼들의 분노에 찬 댓글이다. "수정 요구? 청와대에서 수정 요구를 한 거 자체가 언론탄압이다. 알만한 인간들이 또 국민우롱하기 시작하네. 이동관 대변인의 말장난, 이제는 지긋지긋하다."(얍얍), "전두환 정권에서 잉태한 자식들 아니랄까봐 80년대 수법들을 다시 쓰는구나. 다만 좀더 표리부동하고 은밀하다는 게 차이점이지만... 앞으로 5년이 두렵다."(Honey)
 
"엠바고 걸고 지들 맘대로 될 줄 알았다가 들통날까봐 전두환식 언론통제를 해대니, 인터넷 천만시대에 동영상을 삭제하면 지들 죄가 가려지나? 그러고도 엠바고 무시했다고 YTN 질책하는 그 후안무치가 정말 기네스북감일세..."(jivkko) "대변인들은 다 바보인가? 엠바고는 사제단 발표 전까지고 돌발영상은 발표 이들뒤인 7일 보도됐는데 무슨 신사협정을 깼다고 난리들이야?"(청담거사)
 
"파렴치가 무슨 김치 이름인줄 아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국민들 앞에 이런 일을 저지르고 태연하게 국민을 우습게 볼 수 있는지? 국민이 바보냐?"(알프스), "방통위 장악 하기 전에도 이러는데, MB 원대로 방통위장에 최시중씨가 되면 가관이 아니겠군. 언론계에서 기를 쓰고 막는 이유를 알겠구만. 이러다 혹시 조중동빼고 나머지 신문사 통폐합한다는 소리가??"(하제)
 
"청와대 오리발 실력 어디 가나?"
 
청와대가 브리핑에서 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거론한 것도 누리꾼들의 의문을 사기에 충분했다. "코미디같은 영상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정말 청와대는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래에 발생할 일이 일어나지 않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bluesky21), "엠바고가 문제가 아니고 명단 발표도 없는데 청와대가 어떻게 알고 회견을 하고 엠바고를 요청하지? 역시... 대학에서 강의한 동영상이 있어도 아니라고 오리발 내미는 실력 어디가나?"(만딩이)
 
"진짜, 발표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아냈지? 결국 지들끼리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삼성떡값 동우회 회원들끼리 정기모임이라도 하나?"(거시기), "너네는 명단에 누구누구 발표할 지 미리 알아도 되고 우리는 너네가 뭐라 해명할 지 미리 알면 안되나? ㅋㅋ"(인생두방)
 
YTN에는 동정과 비판의 내용이 같이 나왔다. 청와대 요구에 동영상을 삭제한 것에는 비난이 많았지만 언론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두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언론엔 벌써 핫라인 달았나보네..."
"핫라인 설치한다더니 언론엔 벌써 생겼나봐"

"보도국장이란 작자 사퇴해라. 돌발영상은 엠바고 만료 이틀 뒤에 나왔는데 무슨 엠바고를 어긴 건가? 보도국장이 권력의 폭거에 항거한 기자들을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제작기자들을 아예 바보로 만드는구나?"(청담거사), "기업인들에게 핫라인 설치한다더니 언론에는 벌써 달아놨나보네... 국민일보에 이어 이번에는 YTN이라..."(standalone), "YTN은 이게 엠바고 위반이라고 변명하는거냐? 그런게 엠바고 지켜야할 사항이라면 이세상 모든 기사거리가 죄다 엠바고 걸어도 되겠군요..."(스트라이크)
 
청와대를 옹호하는 글들도 있었다. "청와대로서는 그런 요구 할 수도 있는거지. 대체 왜 그런 동영상을 제작했는지 의도가 불분명해..."(finale), "YTN이 너무했군. 국민여론 안 좋은 거 알고 여차하면 그냥 기사 올려서 포퓰리즘에 기대려는 거 같애..."(dufckdugod)
 
댓글의 대부분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된 것으로 볼 때 누리꾼들은 이번 문제를 '언론탄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주요 언론들과 포털들이 이 문제에 침묵하는 것에도 불만을 털어놓으며 이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청와대의 제제를 받은 '돌발영상'은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질까? "앞으로 청와대, 여당 돌발영상은 없겠구나... 이제 땅을 사랑하는 여인네도 못보고, 암이 아닌 게 기뻐서 오피스텔 선물받은 아줌마, 부동산 40군데 가진 투기꾼, 오뤤지 아줌마는 못 보겠구나... 야당 의원만 보여주겠군... 근데 그 사람들은 심심한데... 뭐 황당한 것이 안 나오니..."(망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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