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도 못할 거면, 왜 개방은 해가지고"

[댓글언론] 숭례문 전소 보도에 누리꾼들 분통·책임공방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2/11 [11:50]

"관리도 못할 거면, 왜 개방은 해가지고"

[댓글언론] 숭례문 전소 보도에 누리꾼들 분통·책임공방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2/11 [11:50]
10일 밤 온라인 속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됐기 때문. 이를 본 누리꾼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겼고 인터넷상에서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누리꾼들은 우선 국보인 숭례문이 화재로 불탄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민족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기와가 무너지는 순간 내마음도 무너지는 것 같았다'등의 글을 남기며 조상들과 후손들에게 죄를 진 것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국보 1호가 허술한 관리 때문에 사라졌다고 분노한 것이다.
 
▲ <미디어다음>에 실린 관련기사     © 인터넷저널

뒤이어 누리꾼들의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관리를 맡은 문화재청의 책임을 주장하는 이들과 늑장대응을 한 소방청의 책임을 주장하는 이들, 그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남대문을 개방한 행정책임을 묻는 공방이 팽팽했다.
 
이 중 남대문 개방의 문제를 주장한 이들은 개방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당선자에게 집중적으로 화살을 날렸고, 일부 누리꾼들은 현정권인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 때문이라고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숭례문 전소마저 정치 다툼으로 몰고가려는 누리꾼들을 질타하는 글들도 많았다.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이명박 탓,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유치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새해에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국보가 타다니..."
 
국보1호가 사라진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누리꾼들의 마음이 배어난 글들이다. "아! 숭례문!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일제강점기에도 심장을 뚫고 전차가 지나가는 치욕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던 숭례문. 죽어서 조상님들 얼굴을 어찌 볼지..."(아로베스트)
 
"눈물난다... 무너지는 모습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정말 국보 1호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것이 무슨 선진국인가... 조상님들께 죄송스럽다..."(백의천사), "내일 사람들이 지나가다 뭐라고 할까?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600년이 뉘집 이름이냐? 너와 나의 시간도 안녕이다... 잿더미에...ㅠㅠ"(네티즌사랑)
 
"너무 안타까워 잠이 안 온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이어 대한민국 국보1호까지... 누군가 잘못했고 누군가가 책임져야할 일이지만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 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답답하고 슬플 뿐..."(아싸날라차기)
 
"화가 난다... 밤근무 하느라 얼핏 화재상황 흘려듣고 인터넷 뉴스보다 혈압으로 사망하겠다... 낼 깜장색 옷입고 숭례문 조문 들이러 가야겠다..."(soofresh), "완성되어 610년만에 전소시키다니... 불타는 숭례문 사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가 우리 문화재 하나 제대로 못 지키다니... 새해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상록수)
 
"광화문엔 청원경찰 많던데 왜 남대문은..."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한 누리꾼들의 글이다. "일본은 아주 작은 문화재에도 화재경보 시스템 같은 게 다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모다?? 모다?? 어떻게 국보 1호도 못 지키나? 그저 웃지요..."(희락), "전시행정의 표본! 소화기 8대가 뭐냐? 개방하고 자기 업적이라고 떠들동안 관리는 신경도 안썼겠지... 소화기 8대..."(pcwssi)
 
"사람이 지키는 것만큼 안전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방화를 하려고 마음먹더도 지키는 사람이 있으면 망설이거든요. 국보 1호를 무인경비시스템에 맡기다니? 불지르고 도망가면 잡을 수 있나?"(우철싸부), "서울시하고 문화재청이 관리만 잘했어도... 광화문 일대에는 청원경찰 많던데 왜 남대문엔... 단 한명만 있어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Dreamer)
 
"문화소실청, 자율소방대가 낫다, 누가 개방 원했나..."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했다. 먼저 문화재청의 책임을 주장한 이들이다. "아놔, 그 급박한 판국에 무슨 현판을 곱게 내려? 처음에 국보에 절대 피해주지말고 불끄라고 윽박지른 문화재청 땜시 구조물 손도 못대고 밖에서 물만 뿌려 초동진압 실패했다. 애초부터 뜯어냈어야했는데..."(프레디)
 
"이 기회에 문화재청 다 짤라라. 그래서 관리할 인원도 없게 해서 나중에 더 큰 손실 일어나게 하라. 그러게 처음부터 예산들여서 관리해놨어야지. 쓰잘데 없는데만 돈 들이더니..."(훨훨), "문화재청... 이제 어디가서 문화재청이라고 하지 마라. 너흰 앞으로 문화소실청이다."(우주의 꿈)
 
소방청의 책임을 주장한 이들의 글이다. "잔디밭까지 소방차가 진입해서 적극적으로 진화했어야지.... 멀리서 닿지도 않는 물뿌린다고 진화도 더뎌지고... 어처구니가 없네.."(내인생의봄날), "대체 헬기를 안 띄운 이유가 뭡니까? 채 닿지도 않는 물만 쏘는 소방관들... 그게 불끄는 건가요? 아무리 야간이라도 위에서 불길을 잡아야하지 않습니까?"(이승주), "목조건물 화재 하나 진압하지 못하고... 세금이 아깝다. 차라리 동네에서 자율소방대 조직하는 게 낫겠다."(박성규)
 
남대문을 개방한 것이 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그래도 소방청과 문화재청은 할만큼 했다. 불지른 놈이 있다면 사형시켜야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잘보이려고 무턱대고 숭례문 개방한 것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김서태), "우리나라 국민 중에 누가 숭례문 개방하길 바랐나? 그동안 막아논 건 이유가 있었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런 보물이었다! 개방했으면 지켜야할 것 아냐?"(아웅)
 
"관리도 못할거면서 개방을 하냐? 팔만대장경 홀랑 타도 할말 없겠구나..."(짜증나네), "어쩐지 서울 이사와서 남대문 갔을 때 너무 개방되어 있더라. 지나가면서도 누가 저기다 화염병 던지면 불타겠네 그 생각했었다."(lub)
 
"노통이 불질렀소? MB가 사주했소? 고만합시다..."
 
비난의 화살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남대문을 개방한 이명박 당선자에게도 몰렸다. "문화재청 반대 무시하고 개방하더니 국보 1호 기어이 말아먹었구나. 경부운하파면 또 얼마나 많은 문화재 말아먹을까?"(하라파) "나라 망조군... 서울시내에 청계천 쥐가 다니고 국보 1호가 불에 홀라당 타고... 좀 있으면 전염병이 오겠구나... 소망교회 가서 기도해야하나?"(블루베리), "경제 안 살려도 좋으니까 제발 있는 것만이라도 잘 보존하고 관리해라... 부탁이다, 제발..."(차라리놀고먹어)
 
이를 반박하는 글도 있었다. "개방한 사람을 왜 처벌하는데? 시민들은 즐거웠다. 방화범과 경비업체를 처벌해야지 개방한 사람이 왜 책임져?"(네냐플), "내가 아무리 MB 싫어한다지만 이건 좀 아니다. 숭례문 개방이 뭐가 잘못인데? 아무데나 갖다붙이지 마라. 그런 걸로 치면 개방을 냅둔 지금 서울시장을 욕해야지..."(놀고이찌), "결국 개방한 사람은 노통 아닌가? 초기진화 안 한 이유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STONE Cold)
 
이런 정치공방을 질타하며 스스로의 반성을 촉구하는 누리꾼들의 글이다. "이명박 노무현 그런 미친소리 그만하고 제발 가만히 애도합시다. 진정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어처구니없는 글이란 게 쓰시는 분들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 순간 우리는 조상님들과 우리 후손들에게 반성해야합니다."(I am in progres), "여기서도 정치 운운... 닥쳐라. 국보 1호가 불탔는데 실리를 주장하며 슬퍼할 줄 모르는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행복-진이), "노무현 대통령이 불을 질렀소? 이명박 당선자가 사주를 했소? 그네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가슴아플텐데 욕하지 말고, 숭례문을 잃었다는 것에 가슴아파합시다."(파란하늘이)
 
국보 1호 숭례문의 전소는 누리꾼들에게 충격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그간 문화재 보호에 무관심했던 자신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책임 공방과 정치 논쟁이 게시판을 달궜지만 누리꾼들은 우선 국보 훼손의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다면서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책임져야한다는 누리꾼들의 글이다. "우리 모두 못난 후손들이 됐다. 600년 동안 조상들이 지켜온 문화재를 과학과 경제가 고도로 발달됐다는 현대에 와서 전소시킨 정말 어처구니없는 후손이 됐다."(angel), "우리는 후손들에게 미안해 해야한다.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이제 우리 후손들은 국보1호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밖에 볼 수 없게 됐으니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나.."(청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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