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터넷언론이 발전하려면 먼저
독자들에게 미디어 교육부터 시켜야죠"

[초대석] 노동정보사이트 레이버넷저팬 야스다 유키히로 부대표

박상희 기자 | 기사입력 2007/01/08 [10:15]

"일본의 인터넷언론이 발전하려면 먼저
독자들에게 미디어 교육부터 시켜야죠"

[초대석] 노동정보사이트 레이버넷저팬 야스다 유키히로 부대표

박상희 기자 | 입력 : 2007/01/08 [10:15]
인터넷언론에 대한 기대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의 '세계인터넷기자연맹'(가) 설립 추진은 인터넷언론의 발전에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웃 일본의 인터넷언론 상황은 황무지와도 같다. 언론의 영향력은 크지만, 정재계 동향이 주이고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거나 대변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일본 언론의 현주소다.

▲레이버넷저팬의 야스다 유키히로 부대표.     © 인터넷저널
일본 사회에서 레이버넷저팬(レイバ-ネット日本, http://www.labornetjp.org/)의 역할은 특별하다. 2001년 2월에 발족한 레이버넷저팬은 미국, 영국의 레이버넷, 한국의 노동넷 등과의 연계해 인터넷을 통해 노동운동 관련 뉴스를 전달하는 것을 취지로 내세웠다. 20명 정도의 운영 위원이 매달 1번씩 회의를 열어 편집 방향을 결정한다. 뉴스 기사는 약 300여명의 회원으로부터 온 원고 및 보고내용을 통해 생산된다.

레이버넷저팬의 야스다 유키히로(安田幸弘) 부대표는 “레이버넷저팬의 경우, 불완전한 기사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언론'이라 굳이 칭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레이버넷저팬은 주류 언론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론과 시각을 가지고 편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주류 언론은 '불편부당', '객관보도'라는 보도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도는 중립이 아니면 안된다'는 원칙이지요. 그러나 레이버넷저팬은 이런 주류 언론의 보도원칙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론과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립도 아니고, 객관적이지도 않죠. 노동자 그리고 민중의 관점에서 쓰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러한 편집 방향이 언론으로서는 바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존 언론이 중립·객관이라는 미명 하에서 '진실'을 잃고 있는 한, 중립·객관이라는 가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편부당 허울에 ‘진실’은 실종

 이들은 노동운동이 약화된 일본에서, 또 진보세력 내에서도 이미 '노동운동에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일본에서 노동자를 위해 누군가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누군가 레이버넷저팬처럼 특정 계층의 목소리만 담는 언론이 '과연 언론이고, 뉴스인가?'라고 반문한다면 소모전만 하고 있는 셈이다.

“레이버넷을 방문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쇠퇴한 일본의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재건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우리 레이버넷은 약해진 일본의 노동운동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노동 운동을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전하려는 겁니다. 나아가 온 세상의 노동자, 민중 모두가 안심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도 기사에 6하 원칙은 기본이다. 그러나 레이버넷에는 5W1H라고 하는 6하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불완전한 기사가 꽤 많다. 레이버넷이 '진짜' 인터넷언론으로 거듭나려면 최소한의 6하원칙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려면 글을 쓰는 회원들에 대한 교육이나 의식 계발 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야스다 부대표의 말이다.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일본의 인터넷언론을 '황무지'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매체수도 레이버넷저팬을 포함해 5개밖에 지나지 않으며, 인터넷언론이라는 개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왜, 인터넷언론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야스다 부대표는 "일본국민, 특히 인터넷을 활용하는 젊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다.

 보수언론에 길들어 새매체 무관심

 "많은 일본 사람들은 기성 신문,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뉴스 이외의 뉴스를 기대하지 않고, 주류 언론의 보도에 큰 불만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 일본에는 기존의 종이 매체가 만든 '시민미디어'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터넷언론 매체가 적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진보적 성향을 가지는 인터넷매체가 적은 이유는 일본 내, 진보 진영 내부의 복잡한 정파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언론 매체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 일본 내 언론 종사자들이 거의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주요 신문인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산케이, 도쿄의 발행 부수는(조간 집계) 대단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약 1003만부가 발행되고 있었으며, 아사히는 809만부, 마이니치 725만, 니혼게이자이 303만, 산케이 219만, 도쿄 59만부였다.

산케이신문은 명확하게 보수 성향을 띠고 있으나 독자는 많지 않았고,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차지하고 있는 요미우리는 보수적인 기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다. 현지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바는 "아사히와 마이니치가 예전엔 진보적이었으나 현재는 보수적이라거나,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신문은 전국지이긴 하나 '지역' 뉴스가 따로 있다. 지역별로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야스다 부대표는 일본의 기존 언론들이 보수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 광고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조중동과 같이 부동산 등 광고의존도가 높아 그렇다는 것. 특히나 일본에선 집권 여당인 자민당, 아베 내각에 유리한 기사를 쓰면 쉽게 광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광고시장의 원칙과도 같다는 설명이다.

 모든 신문 광고의존 보수화

 "일본의 언론사는 모두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들이 진보적이지 않은 최대 이유는 광고 때문입니다. 기업에 유리한 기사를 게재하면 광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불리한 기사를 쓰면 광고를 얻을 수 없고요. 정부가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펴는데, 이런 정책을 비판한다는 건 결국 광고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 때문에 보수 성향이 된 겁니다. 요미우리나 산케이신문은 기업과의 관계가 깊기 때문에 친기업적, 반민중적인 기사가 많은 거죠."

야스다 부대표의 설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나, 권력을 향한 비판 정신이 가장 필요하다”는 표현이었다. 일본의 현 상황을 역설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 말이다. 동시에 한국의 발전한 인터넷언론에 대한 동경과 기대를 안고 있다. 그는 "한국의 인터넷언론은 좋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매체 수도 증가하고 기사의 질도 좋아지고 있는 만큼,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인터넷언론의 가능성을 믿고 여러 시도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세계 인터넷언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기존 언론 이상으로 독자층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인터넷 언론의 발전은 '양질의 독자'가 필요하다는 것.

“한국에서 인터넷 언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긴 군사 정권의 억압으로 봅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언론을 보는 태도가 길러진 것이지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언론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질의 독자 있어야 언론 발전”

 그는 예로 일본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어떻게 교묘하게 탄압하는 지를 한국과 비교해 설명했다. “한국 정부처럼 물리력을 동원해 노조 사무실을 철거하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공무원노조의 조합원이 관여된 작은 '부정'을 경찰이 기자들에게 흘립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 정신이 없는 언론은 경찰의 말을 인용해 "공무원의 부정행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결국 경찰은 순조롭게 공무원의 부정행위를 언론에 발표합니다. 언론은 비판적 태도를 가지지 않은 독자들에게 공무원 부정행위에 대한 노조 책임론을 퍼뜨리는 거죠. 결국 정부는 이렇게 조성된 여론을 바탕으로 공무원노조를 약체화시켜버리는 거죠.”

야스다 부대표는 모든 정책이 권언유착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일본 헌법 개정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부, 보수 정치인, 언론의 연계 플레이로 진행되는 것이죠. 일본의 독자에게는 정부와 언론의 교묘한 행위를 간파하는 비판정신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일본의 인터넷언론이 발전하려면 먼저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상희 기자(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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