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한입 두말', 찌라시의 오랜 습성

[매체비평] 아고라에 '인수위 역할' 5년전과 현재 사설 비교글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1/28 [09:55]

조선 '한입 두말', 찌라시의 오랜 습성

[매체비평] 아고라에 '인수위 역할' 5년전과 현재 사설 비교글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1/28 [09:55]
조선일보가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인수위원회를 겨냥해 "월권하지 말라"고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노정권 인수위에 맡기고 조용히 물러나라"고 지적,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태도로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홍국영'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이 올린 '5년 전 참여정부 인수위를 질타한 조선일보 사설'(2003년 1월 15일자 '인수위, 왜 자꾸 부처들과 충돌하나'라는 제목)을 보면 이 신문의 인수위에 대한 태도가 잘 나타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지 직전의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인수위가 낮은 자세로 조용히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의욕과잉과 경험 미숙으로 정부 부처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일처리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략) 인수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차기 정부를 예비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인수위가 현 정부 부처와 크고 작은 마찰음을 낸다면 그것은 어쨌든 인수위의 과욕과 월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라고 썼다.
 

▲ 조선닷컴의 인수위 관련 기사.     ©인터넷저널

조선은 그러나 지난 4일 '노무현 정권,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나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정권 입장에선 새 정부가 국정 방향을 바꾸려는 게 불만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와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사상 최대의 표차가 무슨 뜻이고 이 정권이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떻게 정권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인가는 명백하다.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가라는 것이다"라고 썼다.
 
아고라에 글 오르자, 누리꾼들 조선비판 줄이어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으로 편파언론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고라에 실린 조선의 '한입 두말' 관련 글이 실리자 댓글이 200여개가 달렸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조선일보의 말바꾸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노무현 정권에게는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더니 이명박 정부에게는 충성스럽게 구는 모습에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를 절대 읽지 않는다"며 "쓰레기 취급한다"는 글과 함께 "아무리 조선일보를 비판해도 국민들은 조선일보를 계속 본다"고 독자들의 무분별한 대언론 태도를 질타하는 누리꾼들의 글도 보였다. 조선일보가 드러내놓고 줄서기와 말바꾸기를 하는 데, 더 이상 "찌라시 홍보지를 가만 두고 볼 수가 없을 정도"라고 거센 비난의 말들을 쏟아냈다.
 
조선일보의 말바꾸기에 누리꾼들의 분노에 찬 평가다. "한입으로 두말하기... 이런 회사가 언론사이자 자칭 한국을 대표한다는 언론사라는 게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럽다. 니네는 영원한 3류 카더라 통신이지..."(1승만하자), "일제때는 쪽바리 황제 찬양쇼했고 군부시대에는 정권 눈치보면서 아부하지 않았던가!  이제 수구꼴통시대가 도래하니 신났구만! MB 정부에서 별쇼를 다하겠구만~"(홍신), "조선일보, 과연 신문일까? 부디 바른 기사 올려라. 정말 너무한다."(뚜벅이)

"조선 너 때문에 잘리는 나무들이 아깝다..."
 
"조선일보는 신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 배울때도 대학 논술 치를 때도 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배운 게 뭐냐? 일관성이다. 저렇게 하나의 주제를 놓고도 상황에 따라 다른 글이 나와서야..."(the dreamer), "일관성이 있어야지요. 지면도 공익성 있게 활용해야 합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언론매체에 특혜를 주는 것도 공익적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설에다 지 꼴리는데로 쓰면 됩니까? 그런 건 지 일기장에다 써야지..."(우리가남이가), "X선일보잖아요. 진보개혁 성향의 인물도 20여년 보면 수구보수로 돌아서게 만드는 신문... 그저 자기들 유리한대로만 쓰는 신문, 쓸거 없으며 소설을 써서 사실인 척 찍어내는 신문... 아주 개판이죠."(영원을위하여)
 
누리꾼들은 대놓고 조선일보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하철에서 흘려진거라도 안 본다. 공중화장실에서 일보고 밑닦을때 빼곤 쓸 일 없다"(레오파트), "상품권 만원짜리 받고 석달 공짜라해서 봤는데 이명박 때문에 끊었어요. 두달 것이랑 상품권이랑 삼만원 물러 주고요... 그래도 아침마다 오바이트 하는 것보단 나아요."(사포)
 
"조선은 신문이 아니라 코미디북이지. 심심할 때 한번씩 보면 큰 웃음 보장함."(료오우니), "조선 너 때문에 잘려나가는 나무들이 아깝다. 나무 열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김선달), "조선... 국가와 경제엔 하나도 도움 안 되고 비싼 종이 수입하느라 외화 낭비만 하는 없어져야할 찌라시지..."(aum 1112), "반 강제 구독하라고 놓여진 조선일보, 장롱 습기제거, 강아지 배설물 받아내는 데 아주 잘쓰고 있습니다."(베팅이좋아)
 
"장롱 습기제거, 강아지 배설물처리에 좋아요"
 
조선일보를 비판해도 국민들은 조선일보를 본다는 한숨섞인 글도 보였다. " 이런 것 신문이라고 보고 속고 있는 국민들이 불쌍하다. 조선 보면서 지식인인 척 하는 넘들 보면 구역질나고..."(팔부능선), "여기서 아무리 조선을 씹어봤자 현실은 중국산 10단 자전거 경품에 양심을 흔쾌히 팔아치우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 한 국가의 수준은 그 구성원인 국민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호시탐탐)
 
누리꾼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조선일보의 말바꾸기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조선을 공격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어느 신문이 어느 정권을 옹호하고 말고가 아니다.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하며 특정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건 언론이기를 포기한 태도라는 것이다.
 
기묘한 말바꾸기를 비꼰 한 누리꾼의 글이 있다. "그 사설에서 연도와 몇기 정부인가만 빼면 이번에도 써먹을 수 있겠습니다. 그때 사설 쓰신분은 원고에서 노무현과 이명박만 바꾸어서 그대로 쓰면 되겠네요.ㅎㅎ 무척 재밌습니다. 비교를 해보니 확실히 드러나네요."(Kira)

다음은 아이디 '홍국영'이 아고라에 올린 조선일보의 두 사설이다.
 
  [5년전 조선일보 사설] (2003년1월15일,수요일)
 
 引受委, 왜 자꾸 部處들과 충돌하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에 곳곳에서 원활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그 책임은 아무래도 인수위측에 더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관료 사회의 풍토로 보아 새 권력에 맞서 눈총을 자초하려는 공무원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스스로 인수위의 눈치를 살피며 기존 정책을 급선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부 부처와 인수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기정부가 추진할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인수위가 낮은 자세로 조용히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의욕과잉과 경험 미숙으로 정부 부처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일처리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나의) 공약에 대해 정부 부처가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식으로 하지말라”고 정부 부처를 질책한 데 이어 14일 다시 “인수위원이나 공무원의 소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정부의 지향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도 정부를 주눅들게 할 소지가 크다.
 
물론 인수위측 관점에서는 정부 부처의 자세가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저항적이라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경험을 중시하는 공무원들의 판단을 고압적으로 억누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왜 불이익을 각오하고라도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지 깊이 파악해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재계(財界)와의 관계에서도 인수위가 힘을 과시해 길을 들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인수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차기 정부를 예비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인수위가 현 정부 부처와 크고 작은 마찰음을낸다면 그것은 어쨌든 인수위의 과욕과 월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2008년 조선일보 사설]  (2008.01.04 22:45) 
 

 노무현 정권,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나야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대선에서) 나와 정권이 심판 받은 것이지 정부의 모든 정책이 심판 받은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은 인수위에 성실하게 보고하되 냉정하고 당당하게 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인수위 정책 추진 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도 "(새 정부의 교육 자율화로) 중등교육 평준화가 風前燈火풍전등화 신세가 돼 있다.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은 "토목공사 한 건으로 경제가 사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정도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이명박 시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서도 연설 상당 부분을 당선자 비판에 할애했다.
 
대통령은 大選대선 다음날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권)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당선자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수위의 고위직 인사 자제 요청을 묵살한 채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감사위원에 임명하고, 대통령의 司試사시 동기 모임 '8인회' 멤버인 변호사를 중앙선관위원에 내정했는가 하면 정권과 같은 소리를 내 온 언론계 인사들을 언론재단 임원진에 앉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각각 새 정부의 金産금산 분리 재검토 공약과 대입 자율화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총리실은 한 발 더 나아가 각 부처에 "인수위에 내는 업무보고서를 총리실에도 미리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각 부처로선 총리실의 '사전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정권 입장에선 새 정부가 국정 방향을 바꾸려는 게 불만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와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사상 최대의 표차가 무슨 뜻이고 이 정권이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떻게 정권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인가는 명백하다.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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