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실력 는다고? 사교육비가 늘겠지"

[댓글언론]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발표에 누리꾼 거센반발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1/24 [12:07]

"영어실력 는다고? 사교육비가 늘겠지"

[댓글언론]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발표에 누리꾼 거센반발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1/24 [12:07]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방안' 에서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영어과목 이외의 일반 과목도 영어 수업을 실시한다는 '영어몰입교육'이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대입 자율화 방안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응답에서 "일반과목에도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다. 공교육을 통해 고등학교까지 다니면 영어를 쓸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영어교육 하나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사교육비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으며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조기 유학이나 가족 이산 등의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해 일반 과목의 영어 수업 실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러기 아빠' 구제라... 누리꾼 반응 '시큰둥'
 
▲ <미디어다음>에 실린 뉴시스의 기사     © 인터넷저널

인수위 측은 영어 공교육 강화로 조기유학의 폐해를 막고 '기러기 아빠' 등 가족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본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전 국민에게 영어 교육을 강요하고 교육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면서 이 의견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담은 <미디어다음>에는 1천7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영어수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은 영어수업으로 조기유학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겨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교육의 증가로 교육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서민 부모들의 문제를 외면한 것은 결국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반 과목까지 영어 수업을 진행하며 전 국민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영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앞으로 회견도 영어로 해라", "회의도 영어로 해야겠다" 등의 댓글을 통해 인수위의 영어 위주 정책을 비난했다. 인수위가 교육 관계자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탁상공론으로만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영어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용어인 영어 교육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 글들도 눈에 띄었다.
 
"수업도 영어로 하겠다고? 세종대왕 우시겠네"
 
누리꾼들은 영어몰입교육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수업을 영어로 하면 수업 이전 학교를 다녀야한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 이제 한달 100만원하는 영어 유치원은 보편화되고 없는 사람은 초등학교부터 버벅거려야한다는 사실..."(CherishU), "인수위는 생각이 있는거요? 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면서도 조기유학을 하는지, 표면적인 것만 가지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입니까? 단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적인 이 나라의 교육방식에서 달아나는 것임을 왜 생각치않나요?"(사이다)
 
"사교육의 원인이 뭐냐? 경쟁적 구도속에 선발적 대입과 취직이지. 공교육 백날 살아도 이 사회구조와 시스템에서는 사교육비 절감 안된다. 영어 잘 해도 다른 걸로도 사교육비 늘어난다."(어헐헐), "정말 말이 되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으면 지금의 점수따기식 영어수업을 다 뜯어고쳐라. 무조건 문법만 가르치고 점수만 따려니 영어가 느냐? 돈만 더 늘지...(paul), "경숙씨가 제안한 것은 발전의 장애다. 영어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고가로 배운 상류층 아이들만 수업을 듣는다. 나머지는 학원을 더 의지할 것이고."(영의)
 
영어수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누리꾼들의 글이다. "영어를 우리가 왜 써야하죠? 왜 영어가 중심사상이 되어야하는지... 형식주의에 물든 인간들 때문에 고생 무지하는 한국인... 영어 배우려고 일생동안 버는 돈의 10%를 써야하다니..."(선각자),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얼과 같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아닌가요... 이거 참 할 말 없네... 국어도 국사도 영어로 배우면 애들은 남의 나라 말, 남의 나라 역사를 배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alswhrrheo)

"국어·국사도 영어로 가르치면 이게 어느 나라야?"
 
"도대체 기러기 아빠가 얼마나 되길래 교육정책의 틀을 바꾸는지요? 이게 지금 기러기 아빠를 위한 정책이라고? 차라리 강남 유학자녀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듯 하네요."(박석현), "공산주의도 아니고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되지, 모두가 다? 도대체 울나라 국민 중에 몇프로나 영어를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님이시여), "참나, 폭스차이나 시대로 넘어가면 중국어로 수업할건가? 영어로 일반과목 수업하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건가? 아무데나 경제논리냐?"(김지훈)
 
누리꾼들은 이 정책이 '맹목적인 영어 추종'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 똑바로 해라!! 어떻게 하면 영어 교육을 제대로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하면 영어를 지금처럼 미친듯이 안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를 생각해봐라!!"(박재호), "세종대왕도 하늘에서 우실거다... 불쌍한 민초들을 위해서 한글을 창조하셨거늘...사대주의와 글로벌교육도 구별못하면서 삽질하고 있으니..."(죠단), "영어 잘하는 것하고 국어 망치는 것하고 상관없다? 지금 인수위 생각은 국어 못해도 좋으니 영어만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구만..."(본듸구름)
  
인수위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을 받았다. "요즘 인수위를 보면... 보여주기용 업적만들기에 급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고대왕조에서 대형건축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단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달을베어물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나이 먹고 왜 그렇게 멍청한 생각으로 일관하세요? 모든 질서 깨뜨리면 그게 개혁입니까? 그게 교육입니까? 이 나라가 당선자 개인의 나라입니까? 제도에 대해 고민은 했는지..."(노송골솔), "이건 탁상 행정아닌지... 참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전봇대 뽑는데 5년 걸린단 말로 쇼를 하더니 이젠 영어라..."(juanchoi)
 
"전국민에게 영어강요... 당선자 개인의 나라인가?"

영어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없는 우리나라가 살 길은 오직 교육, 인재 양성뿐이다. 영어는 기본이다. 외국어 잘한다고 한글 무시하는 것 절대 아니다. 오히려 한글 보존을 위해서도 강국이 되려면 당연히 영어가 필요하지."(susanna), "늦었지만 정확한 진단이다. 그 엄청난 사교육비의 낭비와 국부의 외국유출을 막아야한다. 우리가 나가서 쓰는 엄청난 교육비와 외국인이 들어와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사교육비.."(여인의질투), "잘하고 있다! 솔직히 영어 잘하면 한글만 쓸 때보다 몇배나 이익이 더 생긴다. 해외를 나가거나 국내에서 무슨 짓을 하건 간에... 심지어 인터넷을 해도 영어 잘하면 도움된다. 인정할 건 인정해라. 무조건 까지 말고."(beautifulsky)
 
영어몰입교육은 결국 전 국민에게 영어교육을 강요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누리꾼들은 보고 있다. 조기유학은 영어가 이유가 아니라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환경 때문이 문제라면서 인수위의 교육 정책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짓'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영어를 강요당해야하는 현실을 한 누리꾼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러다가 조만간 한국판 <마지막 수업>을 찍겠다... 작가는 누가 할 것이냐??"(Stry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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