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비정규직 “원청 노사대화에 나서라”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 요구하며 파업·노숙 농성 중

장혜원 기자 | 기사입력 2014/07/29 [19:44]

티브로드 비정규직 “원청 노사대화에 나서라”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 요구하며 파업·노숙 농성 중

장혜원 기자 | 입력 : 2014/07/29 [19:44]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열린 ‘태광그룹 규탄, 티브로드 비정규 노동자 지지 노동사회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장혜원 기자

[시사코리아=장혜원 기자] 태광그룹 계열 케이블방송업체 ㈜티브로드홀딩스의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조합원들의 파업과 노숙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이하 티브로드 지부)는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과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초부터 진행된 10여 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달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으며, 사측이 조합원들의 출입을 불허하며 동시다발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지난 1일부터 무기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티브로드 지부는 티브로드홀딩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로 구성, 현재 5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영업/마케팅과 설치, A/S 및 철거, 공사 등 각 부서에 속한 이들은 센터라고 불리는 외주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으나 원청인 티브로드로부터 관리를 직접 받는 하도급 구조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원하청간에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 및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3년 3월 노조를 결성했고 지난해 9월에는 31일간 파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회사 측과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직원들의 근로 조건은 다소 나아지는 듯 했으나 최근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은 약 4개월 만에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 다시 섰다.

티브로드 지부 이시우 지부장은 “티브로드 문제의 저변에는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구조가 놓여 있다”며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바로잡지 않고선 뒤틀린 노사관계는 물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하는 일터는 불가능하다”며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민간 기업에서도 위장도급 또는 불법 파견 형태의 하도급 구조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 지부는 불공정 하도급 구조개선 외에도 ▲5년간 동결한 영업 및 설치 단가 수수료 25% 인상 ▲상생지원금 고정 지급 ▲고객·기술센터 통합 ▲원하청 노사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월한 지위로 불공정 거래 지적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동일 지역에서 다수의 방판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별도의 외주 유통업체를 불법적으로 운영해 시장을 교란시켰으며 계약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티브로드가 50여개 협력업체에 위수탁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들의 배만 불리는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며 “2년 전 부당 내부거래와 불법영업으로 공정위와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밝힌 티브로드-협력업체 계약 내용에 따르면 협력업체들은 가입자 영업과 설치, 유지보수, 해지·철거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원청인 티브로드에 손해가 생길 경우 모두 변상해야 한다. 계약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해 계약 해지가 용이하도록 했다

이들 단체는 “티브로드는 2013년 케이블방송의 아날로그 단가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했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비인 상생지원금을 단가와 수수료에 포함시켰다”며 “겉으로는 단가가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생지원금을 삭감한 것이다. 그러면서 영업 수수료를 점수제로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날로그 영업 점수를 낮추고 디지털 결합상품 영업 점수는 올리면서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만 영업 지원비를 주고 있다”며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티브로드가 협력업체 외에 별도의 외주 유통업체를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이들 단체는 우려했다. 외주업체들 중에는 다른 업체의 온라인 영업을 같이 하는 업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3개 정부 부처에 티브로드의 불공정거래 및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신고서를 접수한 상태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가 케이블방송통신 공대위와 함께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태광산업 앞에서 원청 태광 티브로드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금 인상 등 핵심 조항 타결 못해

티브로드 지부는 원청 티브로드 경영진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4일 서울 중구 태광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40여일이 지났고 티브로드가 직장을 폐쇄해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24일이 됐다”며 “이 기간 동안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인 태광 티브로드에 수차례 대화와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 지부는 “쟁의기간 동안 티브로드 협력업체 사장들로 구성된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만 합의했을 뿐 핵심조항인 임금 인상, 상생지원금 및 복지기금 지급, 기술센터와 고객센터의 통합 등을 타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인 티브로드와 태광그룹이 나서지 않는 동안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병보석으로 풀려나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태광그룹 총수 일가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나오면서 노동시민운동단체들도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서고 있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지난해에는 교섭에 배석했으면서 올해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식으로 버티는 것은 원청에 걸맞는 사회적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며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하청 협력업체의 경영기반을 보장하고 상생하는 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케이블방송·통신공대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직장폐쇄를 하는 악덕기업 태광에 대한 대국민 서명을 진행하고 티브로드 지역별 가입자들에게는 가입자 지지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불매운동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불매는 좋은 투쟁방식이 아니다”며 “원청인 태광 티브로드는 대화에 나서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티브로드는 노조의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회사 측은 “직장을 폐쇄한 것은 티브로드가 아니라 티브로드의 협력업체”라고 말했다.

또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에 업무를 맡기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협력업체에서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인상 논의 등이 진행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리가 협력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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