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가로수는 '빛공해' 시달린다

[누리꾼칼럼] "사람·나무 등 생명체 고통에도 멈출기미 안보여"

이장연 | 기사입력 2008/01/11 [10:39]

새해에도 가로수는 '빛공해' 시달린다

[누리꾼칼럼] "사람·나무 등 생명체 고통에도 멈출기미 안보여"

이장연 | 입력 : 2008/01/11 [10:39]
연말연시를 맞아 서울시청 일대는 또다시 화려한 조명들로 빛났습니다. 서울시가 '자선기부 빛의 축제'라는 이름을 붙인 루체비스타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청 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는, 가뜩이나 검은 하늘에서 총총 별을 느긋이 바라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화려한 불빛만 쫓아, 불나방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인공조명이 사람과 자연 생명체에 해로운 '빛 공해'라는 것을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녹색연합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만든 <생태 교과서 9-밤과 낮이 술래잡기 하는 마을로 가요>에 따르면, 인공 빛은 생명활동에 지장을 준다고 합니다.
 
▲ 서울시청과 청계천 광장의 루체비스타     ©이장연

 
인공조명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태양의 자외선의 2배로, 피부가 장시간 노출되면 빛 알레르기나 피부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불빛은 사람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해,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호르몬 이상을 유발합니다. 눈과 면역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고요.
 
특히 너무 환한 도시에서는 빛에 민감한 곤충과 새가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밤에 나무 둥지에 비치는 빛 때문에 새들이 알을 못 낳기도 하고, 높은 탑과 빌딩의 불빛으로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이 길을 잃기도 한다고 합니다. 논 옆의 가로등 때문에 벼 이삭이 여물지 못하고 키만 웃자라거나, 정화능력을 떨어뜨려 병들거나 말라죽기도 한답니다.
 
▲ 전깃줄과 전등으로 휘감긴 가로수     © 이장연

이런대도 사람들은 순간의 쾌락을 위해, 자신을 병들게 하는 필요 없는 조명을 밝히고 그 빛을 쬐고 있습니다. 축제라는 이름을 빌어서 말이죠. 더 문제인 것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가로수에 내거는 인공조명들입니다.
 
나무도 밤이면 잠을 자야하지만 가뜩이나 가로등으로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수십 개의 전구를 달아놓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나무라고 하지만,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체에게 해로운 강한 조명을 나뭇가지 끝까지 올려놓는 어리석은 짓들은 이제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나무가 어떻게 '전기고문'을 당하냐? 조명에 나무가 얼마나 괴로워하겠냐? 하는데, 그렇다면 다음해에는 서울시 공무원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구와 전깃줄로 휘감아 가로수를 대신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나무에게 해롭지 않다면 인간에게도 해롭지 않겠죠?
 
아무튼 요 몇 년 사이 연말연시에 갑작스레 늘어나는 인공조명의 '빛 공해'는 실로 엄청납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빛 공해에 사람과 나무, 자연생명체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그것을 멈출 기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모르는 욕심에 눈먼 사람들 때문에 그런 거겠죠?

▲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나무는 전기고문을 받는다.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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