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과거, 저희가 잊지 않겠습니다."

통영 동원고 역사동아리 '역지사지', 위안부 할머니와 만남 가져

편집부 | 기사입력 2014/01/08 [11:05]

"할머니의 과거, 저희가 잊지 않겠습니다."

통영 동원고 역사동아리 '역지사지', 위안부 할머니와 만남 가져

편집부 | 입력 : 2014/01/08 [11:05]
통영 동원고등학교(교장 황차열)의 역사동아리 易地思之 학생들이 지난 1월4일 오후 4시, 학교 시청각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최고령 피해자로 생존해 계신 김복득 할머니(97세)와 만나 대담을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 행사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일깨우고 중.고등학생들의 생생한 역사체험을 위해 의의를 두고 易地思之 동아리 학생들이 추진한 사업이다.
 
또한 이 행사는 동원고등학교 BTA(Bridge To America) 미국 아이비리그 비전트립을 떠나는 친구들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길거리 홍보활동, UN에 전달할 위안부 문제 청원엽서 1천장 전달 등의 활동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의의를 가졌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의 송도자 대표는 "전국에 위안부 출신으로 등록한 56분의 생존자가 계시며 통영, 거제에 8분이 생존해 계신다"면서 "김복득 할머니는 22세 되던 해에 친척집으로 가던 중 강구안에서 일본군에게 끌려 위안소로 보내지게 되었으며 7년동안 중국 대련과 필리핀을 돌며 끔찍한 고통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예비 고3 학생들과 교사 40여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했고 만남의 시간 동안 모두 할머니의 작은 증언 하나에도 귀기울이며 참담한 마음을 나눴고 함께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다.
 
김한누리(예비 고3) 학생의 "할머니의 그런 고통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하든 전쟁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있었던 잘못을 사죄하고 용서를 빌며 청산할 것을 청산해야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혜지 학생(예비 고2)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을 위해 하실 말씀은 없으세요?"라고 질문하자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내가 해방 후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동생 하나만 살았는데 사람들의 아픈 시선에 살 수가 없었다. 평생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이런 시민단체가 있어 우리 입을 대신해서 말해주니 너무 감사하다. 나라가 힘이 없어 내 청춘을 일본에 뺏기고 살았는데 이제 나라가 힘이 생겼으니 우리 같은 사람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사죄하지 않고 있으니 납치되듯 끌려가 산 내 인생이 서럽고 아프다. 이렇게 시민단체가 우리 살아 온 세월을 증언해 줄 기회를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독립이 되었을 때 나라를 되찾았다는 기쁨보다는 국가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만큼 서러운 인생을 보냈다. 그러니 여러분은 절대 나라를 잃지 말고 지켜라. 그리고 바른 역사를 기록해 두어라. 나를 이렇게 만든 일본과 힘없던 나라를 생각하면 나는 한이 풀리지 않는다"며 아픈 과거를 이야기했다.

할머니의 피해증언록인 나를 잊지 마세요에 대한 답이라고 하듯 이번 행사는 저희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열려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易地思之동아리 대표 서신영(예비 고3)학생과 공현호(예비 고2)학생은 고령으로 말씀조차 힘들어 하시는 김복득 할머님을 모시고 들은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사죄라는 단어가 일본의 진심어린 자세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가까운 친구들부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다양한 체험과 행사를 구상중이다. 역사 교과서 문제가 교육 현장에서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요즘 학생들의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차열 교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참가한 많은 학생들이 동원고 BTA참가학생으로 미국 탐방의 길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증언록을 준비하고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 중이다. 학생들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의식을 갖고 움직이는 행사이므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역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기 표현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원본 기사 보기:tyn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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