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성좌창·액와·서동증, 뭔 말이야?”

의료계, 암호같은 의학·행정용어 쉬운말로 바꾸기로

청년의사 | 기사입력 2006/12/29 [18:17]

“심상성좌창·액와·서동증, 뭔 말이야?”

의료계, 암호같은 의학·행정용어 쉬운말로 바꾸기로

청년의사 | 입력 : 2006/12/29 [18:17]
진료실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젊은 환자에게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 “이학적 소견으로 볼 때 심상성 좌창입니다.” 뭔가 심각한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진료 결과, 여드름 같습니다"란 의미다.

이처럼 보건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알기 쉬운 용어로 바꾸는 작업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창엽)은 흔히 사용되는 행정용어 및 의학용어 2천1백13개를 쉽고 바른 용어로 전환한다고 22일 밝혔다.
 심평원은 이번 용어 전환 작업을 통해 문서에 기재되는 전문의학용어 및 행정용어 중 민원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찾아내 우리말 중심으로 개편했다.

‘기왕력’은 ‘과거병력’으로, ‘복명하고’는 ‘(결과를) 보고하고’, ‘익년도’는 ‘다음 연도’로 변경됐다. 의학용어에서 ‘액와’는 ‘겨드랑’, ‘이개’는 ‘귓바퀴’, ‘슬관절’은 ‘무릎관절’, ‘고관절’은 ‘엉덩관절’로 전환해 사용키로 했다.

심평원은 "각종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심사결정문을 만들고 진료비확인신청에 대한 결정을 담당하는 심평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고객 친화적인 쉽고 바른 용어 쓰기는 국민 및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재용)은 노인수발보험제도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알기 쉽도록 바꿨다.

공단은 용어 개정작업을 통해 '상지→팔, 서동증→느림증, 실조→불균형, 장루→인공항문, 개구부→구멍' 등으로 변경했다.

용어상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 ‘가족수발자’를 ‘수발가족’으로, 거부감이 있는 ‘입소자’를 ‘요양시설거주자’로 바꿨으며, 다른 부문과 혼동이 있는 ‘목욕수발’을 ‘방문목욕’으로 각각 개정했다. 까다로운 한자어인 ‘도뇨관’은 ‘오줌줄’로, ‘첨족’은 ‘발처짐’으로 바꿔 사용키로 했다.
깨알같은 글자크기, 이해하기 힘든 용어 등으로 일반인들이 보기 힘들었던 의약품 표시기재가 알기 쉽게 바뀔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의약품 외부포장 및 첨부문서에 기재되는 효능효과,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표시하는 용어를 쉬운 한글 표현 위주로 작성토록 하는 ‘의약품 표기시재 가이드라인(안)’을 지난달에 마련했다.

새로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효기간은 '~까지 사용 가능'으로 알기 쉽게 기재토록 하고,  '가역적'이란 용어는 '회복가능한'으로, '골조송증'은 '골다공증' 등으로 총 3천5백43개 용어를 변경했다.

식약청은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한국제약협회, 의약품수출입협회, 소비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조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최종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의과학 전문용어들이 일본식 표현이 많고,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 조하 이해하기 힘든 용어들이 꽤 많다"며 "의료소비자의 권리신장을 위해서라도 알기쉬운 우리말 용어로의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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