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도 게릴라도 다 내 자식이다"

중동통신 "터키군 국경 넘어 PKK 소탕작전은 정말 미친 짓"

한상진 통신원 | 기사입력 2007/11/09 [12:20]

"터키군도 게릴라도 다 내 자식이다"

중동통신 "터키군 국경 넘어 PKK 소탕작전은 정말 미친 짓"

한상진 통신원 | 입력 : 2007/11/09 [12:20]
터키군이 이라크 국경을 넘어서 쿠르드 게릴라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단순한 군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군사작전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쟁 상황이 보여줬듯이 게릴라를 상대로 전쟁을 할 때는 아무래도 정규군의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산악전을 치러야 하는데 터키군은 산악전 경험이 거의 없지만, 게릴라는 산악지역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터키군은 많은 터키 사람들로 부터조차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이번 총선에서 군부와 대척점에 선 이슬람계 정당에 과반수의 의석을 몰아줌으로써 터키 국민은 더 이상 군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였습니다.) 게릴라는 대부분의 쿠르드족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총선 이슬람계 과반의석, 군 지지율 급락 
 
게다가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산악지역에서 살아가면서 활동을 하는 게릴라들도 추위로 종종 목숨을 잃습니다. 산악전의 경험이 없는 터키군이 과연 겨울 산악전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오스만제국 시절에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산을 넘던 군대가 총 한 번 쏘아보지 못하고 2만명 가까운 군사를 잃은 적이 있습니다. 터키군 지도부는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게릴라인 PKK의 활동 내용을 실은 한 현지 신문.     © 인터넷저널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응도 별로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터키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하였던 미국마저도 이번 군사작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간 게릴라 측은 터키군이 콧방귀도 안 뀌는 휴전을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고, 심지어는 아무 조건 없이 평화사절로 4명의 게릴라가 산에서 내려와 생포당해 준적도 있을 정도로 평화의지를 표명해 왔기에, 터키군이 군사작전을 벌일 명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런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터키 군부가 이번 군사작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의 아둔한 머리로는 국내의 권력다툼을 위해 전쟁을 이용하는 것이란 해답 외에 찾을 게 없습니다.

지난번의 권력싸움에서는 일단 군부가 판정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전쟁 상황을 만들어놓으면, 국민들은 군부에 지지를 보낼 것이고 이를 밑거름으로 해서 다시 에르도간의 행정부와 한판 붙어볼 심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권력투쟁 유리하게 이끌려고 전쟁 이용"

현재의 군사작전은 대부분이 공군을 이용한 폭격입니다. 지상군도 국경을 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대규모의 적극적 군사작전은 벌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이유들로 대규모의 군사작전을 벌이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행정부에 대적할만한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군부가 판단할 경우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간 군부를 등에 업고 군부를 대신해서 국민을 선동하여 이라크 침략을 부추기던 언론은 군사작전을 지지하지 않는 미국을 성토하는 보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제 한 TV의 토론 프로그램은 아예 제목을 “테러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는가?”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정당의 대표를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총 출동해 터키를 지지하지 않는 미국을 성토하더군요. 제눈에는 마치 칭얼대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더군요.
 
이번 터키군의 군사작전을 보면서 문득 터키와 이스라엘이 무척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쿠르디스탄의 점령 상태가 그렇거니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주권국가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유린하는 게 그렇습니다.
 
주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무장 저항세력을 테러단체로 규정한 후 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태도 그렇고, 테러의 씨를 말린다는 명목으로 어린아이들까지 학살하고, 전쟁 과정에서 화학무기나 대인지뢰 사용 등, 국제 인도법을 위반하는 여러 행위들도 닮았습니다.
 
"언론, 군 지지하며 전쟁 분위기 띄우기"

또한 상식으로 예측하기 힘든 군부의 돌출행동과,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질것이 분명한 전쟁에 돌입하는 무모함조차도 닮았습니다. 이번 전쟁은 아마도 레바논에서와 비슷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오히려 레바논 국민들을 단결시켜 주고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강화시켜 주었듯이, 이번 터키의 이라크 쿠르디스탄 침공이 국내 정치적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 몰라도 터키와 이라크의 쿠르드족을 단합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미 터키, 시리아, 이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직 이라크에서는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갖고 있는 PKK 게릴라가 이라크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터키 정부에 더 큰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벌써 터키의 쿠르드족 공동체는 술렁이고 있으며 젊은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 일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게릴라에 합세하기 위해서 산으로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터키군의 군사작전은 에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좋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심할 경우에는 한국군도 유혈사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터키군 작전 에르빌 한국군에게도 영향"

이번 터키의 군사작전에 많은 나라들이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터키의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서 분명한 태도 표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과 같은 국제적으로 몇 안 되는 터키의 우방국이 분명한 반대를 표명한다는 것은 터키정부에 분명히 부담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그리고 PKK 게릴라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무장혁명 세력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좌파계열에서는 PKK의 항쟁을 대단한 관심을 갖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민노당과 같은 한국의 좌파 세력도 국제 사회주의 운동 세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국제회의나 대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아닌 진정으로 저항하는 국제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지원이 진정한 국제연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평화어머니회라는 자식들을 게릴라나 혹은 터키군으로 둔 어머니들이 만든 평화운동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의 어머니들이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터키군도 게릴라도 모두 내 자식들이다. 터키군에게도 어머니가 있고 형제자매가 있다. 왜 이 젊은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피를 뿌려야 하는가? 제발 이 무의미한 전쟁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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