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나선 양평 가을여행포토에세이 "가을향기 가슴가득 안고... 강가 나뭇잎은 고혹"가을은 바람의 계절입니다. 언제나 떠나고 싶으니까요. 꼭 누굴, 어딜 찾아 가는 건 아닙니다. 그저 훌쩍 문밖으로 나서는 거죠. 맘 한 구석을 맴도는 그리움을 찾아서요. 나뭇잎, 강, 나룻배, 그리고 여행지에서 스치는 이들은 언제나 매혹적이거든요.
가을바람이 기자의 사무실에도 불어왔습니다. 몇 주 전부터 야유회를 한번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결국 지난 주말 그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리움이 사무쳤나 봅니다. 그 바람, 그 강물, 그 나뭇잎, 그리고 그리운 이를 찾아 나섰으니까요. 가을바람이 우리에게만 불었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양평으로 떠나기로 했는데, 마침 그 곳에서 행사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저런 핑계로 일행은 두물머리로 향했습니다. 천호동에서 모여 양수리를 향하는 데 길이 꽤 막힙니다. 다들 핑계거리가 많아서 그랬겠죠?
“낯설음이 이리도 좋은데...” 사무실을 나서는 것, 서울을 탈출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여행의 그리움은 낯설음인 모양입니다. 굴레를 벗어나는 게 이렇게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간사한 마음은 언제나 여전합니다. 그저 조금만 길이 막혀도 짜증을 내는 걸 보면요. 인터넷저널의 대표입니다. 종순 형이 먼저 점심부터 먹으러 가자고 그럽니다. 한국 최고의 해장국을 사겠다고 그럽니다. 한데 재미있는 건 그 곳이 친구 검은소님의 고향 마을이었답니다. 양평군 개군면이죠. 그 유명한 양평해장국의 원조라고 그러네요. 길이 좀 막혔지만 그럭저럭 잡담을 하며 음식점에 찾아왔습니다. ‘양평서울해장국’인데 유명세 때문인지 손님이 꽤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한번 지나쳤던 검은소님 동네가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고민하다 내장탕을 시켰는데 맛이 일품입니다. 소주 한 병도 했습니다. 차창 밖 논에는 황금빛 나락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길 양 옆으론 자줏빛 코스모스가 여행객을 즐깁니다. 어디쯤인가 흙돌담 너머 넙적감이 제법 탐스럽습니다. 마을 한쪽 느티나무는 벌써 가을준비를 마쳤네요. 빨강, 노랑으로 유혹하는 군요.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두물머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영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장식하던 그 아름다운 곳에 가만히 서 봅니다. 벌써 모두는 가을바람이 돼버렸습니다. 강물에 반사돼 찬란하게 부서지는 은빛 태양, 하얗게 하늘을 수놓는 구름 한 점을 살랑살랑 흔들어 봅니다. 돛대살만 앙상한 황포돛배는 말없이 물살을 가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한 눈에 바라보며 서 있는 고목은 줄을 잇는 방문객에 마냥 신바람이 났습니다. 저만치 연인의 사랑고백은 제법 달콤합니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인의 카메라 앞 맵시는 여행객의 눈길을 잡아끕니다. “강 한 켠 나룻배는 고즈넉” 지난 여름 고단함을 내려놓고 이제는 강 한 켠에 쪼그리고 앉은 나룻배는 고즈넉합니다. 화려한 자태를 잃고 늪 한 가운데 구부러진 연대는 세월의 흔적입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드문드문 서있는 단풍은 고혹한 강가 풍광을 더합니다. 행사가 있다던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착했다고요. 맥주 한잔 마시려다 짐을 싸들고 북한강 가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효림 스님이 벌써 와계시는군요. 행사가 아직 멀었으니 어디가 차라도 한잔 하자십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 담배 한 대 참을 운전하니 산 중턱에 예쁜 찻집이 하나 보입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여느 유흥음식점과 한가지입니다. 영업을 하는지 몰라 살짝 문을 밀고 들어서니 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여주인이 반깁니다. 홀이 제법 높고 넓습니다. 구석구석 주인장의 아름다움이 배어납니다. 홀 안 모습을 한 참이나 구경하다 자리에 앉으니 주문을 하랍니다. 따뜻한 보리차를 한 잔씩 주면서요. 차와 커피를 한잔씩 시키고 앉아있으니 피아노 소나타 선율이 상쾌합니다. 진한 커피향을 즐기고 있는데, 쥔장이 또 뭔가를 들고 나옵니다. 서비스라며 과일을 깎아 내놓는군요. 고마울 데가. 맘씨가 참 곱기도 하지. 일행 중 누군가 사둔 엿을 줬습니다. 그리고 일행도 하나씩 무는 데, 엿 먹다 어금니 빠지게 생겼습니다. 강가 단풍은 고혹하기만... 미술관 행사는 한 연구소가 1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기금모금 전시회였습니다. 행사를 잘 구경하고 성남으로 향했습니다. 또 하나 행사가 준비된 곳입니다. 성남환경연합 창립기념식이 시내 어느 호프집에서 열린 겁니다. 밤새 술과 안주를 먹어줘야 하는 신세죠.
성남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맛난 안주와 술도 양껏 즐겼습니다. 서울 건달들이 오랜만에 아름다운 곳을 두루 여행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10월 어느 날 우리 모두는 진한 가을 그리움을 가슴 가득 안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가을이 제발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댓글
광화문단상, 가을여행, 양평, 두물머리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