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세워

8일 법원앞 ‘명예의 광장’에 제막, 흑인노예·홀로코스트 추모비 곁...

뉴욕일보 | 기사입력 2013/03/13 [01:00]

美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 세워

8일 법원앞 ‘명예의 광장’에 제막, 흑인노예·홀로코스트 추모비 곁...

뉴욕일보 | 입력 : 2013/03/13 [01:00]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가 전세계의 인권문제로 떠오르고 한국과 일본간의 첨예한 과거사 외교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미국의 지방자치 단체가 ‘카운티’의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건립하여 한인과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명예의 광장(Honor Island)’에 건립 = 뉴저지 버겐카운티 캐서린 도노반 카운티장과 존 미첼 카운티의회(프리홀더) 의장과 버겐카운티의 정치인들, 시민참여센터 등 한인사회 대표 들은 8일 오후 3시 버겐카운티 법원(Bergen County Justice Center) 북서쪽 대로변에 위치한 ‘명예의 광장(Honor Island)’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을 갖는다.
 
▲ 뉴저지 버겐카운티 캐서린 도노반 카운티장과 존 미첼 카운티의회(프리홀더) 의장과 버겐카운티의 정치인들, 시민참여센터 등 한인사회 대표 들은 8일 오후 3시 버겐카운티 법원(Bergen County Justice Center) 북서쪽 대로변에 위치한 ‘명예의 광장(Honor Island)’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을 갖는다.     © 뉴욕일보


이 기림비는 버겐카운티가 한인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버겐카운티’의 이름으로 세운 것이다.
 
▲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7일 오후 현재 비문이 가려진채 8일 오후 3시에 거행될 제막식을 기다리고 있다.     © 뉴욕일보

 
지난해 10월 버겐카운티 행정부와 의회는 기림비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성 노예로 끌려가 희생 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역사적 과오와 아픔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교육적 견지에서 이 비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특히 이 기림비는 건립 장소가 버겐카운티 법원 앞에 있는 ‘명예의 광장(Honor Island)’이어서 그 의의를 한층 더 크게하고 있다.
 
이 곳에는 이미 흑인노예, 홀로코스트, 아르메니안 학살, 아일랜드 대기근 등 전세계 역사적 과오와 인권문제에 대한 4개의 추념비가 있다.
 
위안부 기림비는 5번째 추도비로, 이제 위안부 문제는 독일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홀로코스트), 흑인노예 등에 비견되는 만행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비문에 ‘위안부’ 대신 ‘성노예’로 표현 = 8일 제막될 위안부 기림비는 버겐카운티 법원이 있는 해켄색 메인스트릿과 코트스트릿 교차로 동남쪽 ‘명예의 광장’ 4개의 기존 비석 중 가장 오른쪽에 세워졌다.
 
▲ 버겐카운티 위안부기림비 비문(碑文)- “2차 세계대전 중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에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을 기념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 뉴욕일보

 
다른 비들과의 조화를 위해 7톤의 바위에 그림 없이 역사적 사실만을 기록한 글 만으로 이루어졌다.
 
비문의 내용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에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을 기념한다”는 내용이다.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성노예(sex slavery)’라고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기림비보다 한층 도 강력한 의의를 지닌다.

기림비 비문에는 이 기림비를 세운 주최로 “버겐카운티 행정부, 버겐카운티 의회(프리홀더),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 위원회(Bergen County Comfort Women Memorial Committee), 버겐카운티 주민 일동(Regident of Bergen County)”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한인사회+버겐카운티 ‘합작품’ = 이 기림비는 시민참여센터, 뉴저지한인회, 뉴저지상록회, KCC 한인동포회관 등 4개 단체가 주축이된 ‘버겐카운티 위안부기림위원회가 2012년 8월27일 존 미첼 버겐카운티 의회(프리홀더) 의장에게 기림비 건립 제안서를 제출하여, 버겐카운티의회를 통과한 후 10월13일 캐서린 도노반 카운티장의 승인을 통해 건립이 확정된 것이다.

도노반 카운티장,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직접 만나 결심 = 지난해 10월에 가진 ‘위안부 기림비’ 건립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서 캐서린 도노반 카운티장은 “2012년 10월 초 한국 방문 당시 시민참여센터의 요청으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위안부 생활 당시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을 직접 살펴보았다. 할머니들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부터 홀로코스트에 비견될 인권 침해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에서 벌어졌으며, 아직까지 가해자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버겐카운티에 기림비를 세워도 되겠냐고 승락을 정중히 요청했다. 할머니들은 모두가 고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흑인노예·홀로코스트 등과 어깨 나란히 = 애초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겠다는 계획은 시민참여센터의 박제진 변호사가 2009년 4월 버겐카운티 법원 앞 ‘명예의 광장’에 흑인계 시민단체가 흑인 노예 기림비를 세우는 것을 보고, 우리도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해 뉴욕과 뉴저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립 프로젝트가 시민참여센터(당시는 유권자센터) 여름 인턴학생들 통해 진행되었다.
 
20여명의 고등학교 학생 인턴들이 뉴욕과 뉴저지에서 3,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아 각 지방정부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뉴욕에서는 2009년 당시 건립이 불가능했으나, 뉴저지 버겐카운티는 건립에 동의했다.
 
그러나  ‘명예의 광장’에 건립하는 것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어려웠다.
 
당시 버겐카운티 데니스 맥너니 카운티장은 법원 앞 대신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팰리세이즈파크에 설립할 것 권유했는데 시민참여센터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팰팍 기림비 건립이 추진되었다.
 
당시 버겐카운티가 비석의 몸체를, 팰팍 보로가 부지를, 시민참여센터 등 한인사회에서 건립 예산을 모금하여 제공함으로써 최초의 기림비가 2010년 10월에 팰리세이드 팍 공립 도서관 앞에 설립되었다.

8일 기림비 제막식을 앞두고 시민참여센터 박제진 변호사는 “이번에 세워질 기림비는 미국에서 3번째이지만 그 중요성은 첫 번째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곳 버겐카운티 법원 앞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기림비 건립운동’의 시발지이기 때문이며, 이 기림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이슈가 홀로코스트, 아르메니안 대학살, 아이리시 대기근, 흑인노예제도와 동급의 인권 위반 사건으로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국에 위안부 기림비 3개째, “일본이 또 항의해도 끄떡없다” = 8일 이 기림비의 제막으로 미국에는 팰리세이즈파크 보로 공립도서관 앞의 제1 기림비, 롱아일랜드 아이젠하워 공원에 세워진 제2 기림비에 이어 3개의 위안부 기림비가 섰다.

첫 번째로 건립된 위안부기림비에는 한국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이 수차례 다녀갔으며, 2012년 5월 일본 외무성(주뉴욕일본총영사)과 자민당 의원들이 제임스 로툰도 팰팔시장을 찾아와 철거를 요청했으나 로툰도 시장은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말뚝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한인사회는 로툰도 시장은 이 기림비를 지킨 것에 감사하여 2013년 1월에 가진 ‘뉴욕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로툰도 시장에게 ‘올해의 힌인상-미국인 부문’을 수여했다.

위안부기림비를 건립을 추진한 버겐카운티 인사들은 “만약 또 일본 정부측의 항의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기는 미국이다. 이 자리에는 아일랜드 대기근 추념비도 있다. 건립 당시 영국이 반대했지만 여기 세워져 있다. 5개의 추모비는 인권을 위한 교육의 장이다. 미국이 세운 기념비에 대해 어떻게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있겠느냐. 그것을 막기 위해 버겐카운티는 행정부와 의회가 함께 건립을 계획하고 담당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팰팍 기림비와 롱아일랜드 기림비의 조경을 자임했던 백영현 1492 그린클럽 회장은 이날  “버겐카운티 기림비에도 위안부 머리 모양의 분재를 심고 조경공사를 담당하기로 카운티 측과 이미 협의를 끝냈다”고 밝혔다.

<송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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