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사무국 수천억효과? "잿밥탐욕불과"

[대담]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경제적 가치’ 관련홍보에 경고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3/03/06 [17:11]

GCF사무국 수천억효과? "잿밥탐욕불과"

[대담]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경제적 가치’ 관련홍보에 경고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3/03/06 [17:11]
‘녹색기후기금’(Global Climate Fund) 사무국 유치를 한국 정부가 외교치적으로 부풀리고 ‘녹색성장’이라는 권력이데올로기로 둔갑시켜 취지가 흐려지고 실천노력 또한 실종되고 말았다며 아전인수식 말잔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한국의 정부와 시민사회가 지구촌을 대재앙으로 몰아가는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녹색ODA’를 늘리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자이자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모범적 역할을 수행하고, GCF가 성공적으로 정착·활용되도록 실천모델을 만들어내는 초발심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사무국 유치를 주장하며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개도국 능력배양지원금’ 4천만달러를 아시아의 지속가능하고 실천적인 기후변화 저지모델을 개발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사막화 및 황사 저지를 위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드는 활동을 벌이는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52·남). 그가 지난 28일 인재근·한정애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녹색기후기금 한국 유치 의미와 활성화 방안’ 토론회 취재차 들른 기자에게 “할 말이 더 있다”며 나흘 뒤 다시 만나 들려준 이야기다.

‘녹색성장’ 이데올로기 포장 ‘아전인수’

▲ 오기출 (사)푸른아시아 사무총장.     © 최방식
오 총장은 4일 정오 서대문 인근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가진 대담에서 GCF사무국 유치를 놓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해와 왜곡’ 말잔치의 폐해를 이같이 지적하고 “허튼소리 좀 그만하고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저지노력에 진지하게 동참할 것”을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촉구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인천시가 GCF사무국 유치를 놓고 ‘제 논에 물대기’식 홍보활동을 펴면서 말썽이 시작됐다고 언급하고, ‘녹색성장’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환경외교라는 정부의 말잔치 뒤 세계은행 같은 거대기금이 들어오고 그 기금을 활용한 파생금융이 번성할 것이라는 ‘낭설’이 양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가장 놀란 것은 ‘GCF사무국’ 유치 뒤 2020년까지 기금 8300억달러가 모일 것이라고 추정한 국내 언론보도. 한발 더 떠, 이 천문학적 기금이 국내로 들어와 마치 한국이 수탁관리자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오해’를 조장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당사국 총회에서 결론이 난 사안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00억 달러를 모은다는 단기자금’과 ‘2020년까지는 매년 1천억달러의 기금을 적립한다는 장기자금’ 언급뿐. 2020년까지는 적어도 1천억 달러를 모으겠다는 결의가 어떻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를 모은다는 식으로 둔갑했는지 기가 막힐 뿐이란다.

엉터리 보도 뒤 시민사회와 진보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오해를 방조하고 이를 권력안보에 이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는 상식이하의 짓이라는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 사무국이 아직 구성되지 않은데다 이사회와 의장도 임시다보니 대응이 쉽지 않아 폐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오 총장은 사무국에 수백~수천명 인력이 들어온다는 주장부터, 송도의 부동산 값이 크게 뛰어 오를 거라는 소문, 매년 수천억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변연구소의 허무맹랑한 추정 등은 ‘GCF 기금 창립과 사무국 한국 유치’의 본질을 왜곡하고 가리는 실망스러운 잿밥이자 부작용(사이드이펙트)이라고 단언했다.

파생금융기대에 부동산투기까지 ‘허무맹랑’

그는 단기자금 3백억달러와 관련해, 2012년까지 확보키로 했으며 세계은행이 3년간 신탁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선진국이 이미 243억달러를 냈다는데 그 돈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라고. 2012년 도하(카타르) 당사국 총회 때 개도국들의 문제제기로 드러난 건데, 유무상으로 기존에 지출하던 공적원조(ODA)를 포함시켰을 거란 얘기. 결국 목표치의 10%도 안 될 것이란 지적이다.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를 모으기로 한 장기자금과 관련해서도, 그는 GCF가 모금활동을 하되 관리까지 할지는 아직 결론이 안 났다고 주장했다. GCF(사무국)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기구로 할지, 아님 당사국총회 산하 기구로 할지도 역시 미정이란다. 선진국은 전자를, 개도국은 후자를 주문하며 이견이 팽팽하다고.

오 총장은 온난화를 21세기 2℃이하로 유지하려면 100조 달러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당사국 총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감축(의무)’하도록 규정한 교토의정서 효력을 2019년까지 연정키로 결의했지만, 미국·러시아·캐나다·뉴질랜드와 일본 등이 의정서를 인준하지 않아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이산화탄소를 60%이상 감축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기껏 15%밖에 줄일 수 없으니 큰 문제. 따라서 GCF기금을 활용해 저개발국·개도국 모두 감축의무를 수행할 ‘2020년 이후 체제’를 2015년까지 만들어내야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긴박한 국면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몽골의 경우 지난 40년간 기온이 2.1℃올라 전국토의 91%(애초 46%에서)가 사막화됐으며, 호수와 강이 각각 1천여개, 샘이 2천3백여개 사라져버렸다는 몽골 녹색환경지속가능개발부(바트 볼트 국제협력국장, 28일 국회도서관 토론회서 주장)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 바트 볼트 몽골 녹색환경지속가능개발부 국제협력국장.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한국 유치 의미와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최방식



기후변화 피해자를 일컫는 ‘환경난민’ 역시 투발루 등 남태평양 침수 국가부터 몽골까지 2009년 1천700만명에서 1년 만에 두배가 넘는 4천200만명으로 늘었고, 그 대부분이 몽골·미얀마·인도네시아·필리핀·파키스탄 등 아시아인인 만큼, 피해지역에서 실천모델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기후변화 저지’ 실천모델 만들기 '먼저'

따라서 그는 GCF를 활성화하고 예정된 기금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만큼 GCF를 활용한 파생금융 이야기 같은 터무니없는 체제 흔들기를 중단하고 기후변화 피해국 정부와 주민이 심각성을 체화하고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하는 실천모델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영국이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녹색은행을 설립하고 연안풍력발전이 안정화되도록 도운 사례나 유럽이 기후변화에 따른 아프리카 사막화를 막기 위해 현지 44개국에 세계은행을 통해 2005년부터 12년간 40억달러를 조성·지원 중인 테라프리카(Terrafrica)에서 보듯이, 취지에 걸맞은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오 총장은 이를 위해 GCF연구소(GCFI) 창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녹색성장연구소(GGGI)만들고 국제기구로 등록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력안보에서 출발한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사무국을 유치한 한국의 역할에 대해 그는 여러가지 제안을 했다. 정부, 국회, 기업, 연구소, 시민운동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고 GCFI 창립을 제안하고 기금모금에 모범을 보이는 등 할 일이 많다고. 특히 온실가스거래제나 탄소세를 제정하는 일을 할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단다.

▲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한국유치 의미와 활성화방안'을 주제로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 인재근·한정애 의원과 (사)푸른아시아가 공동주최했다.     © 최방식


실천모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오 총장은 “마을이 지구를 살린다”고 했다. 지구촌의 공동노력과 국가차원의 거버넌스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깨닫고 실천하도록 하는 게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 기후변화 관련 한 토론회에서 세계은행 한 관계자가 한 말을 전했다. 푸른아시아의 실천모델 사례를 듣고 “피해주민이 생태복원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이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재한다는 소릴 듣고 놀랐다”고 했단다.

그는 한국정부가 GCF사무국 유치를 추진하며 기부를 약속한 ‘개도국 능력배양 지원금’ 4천만달러를 아시아 피해국 주민들의 생태복원 모델 개발에 활용하도록 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모두가 죽거나 아니면 모두가 살거나”

대담을 마치며 오 총장은 “내가 직접 돌보지 않으면, 지구는 존재할 수 없다”며 덧붙였다. “기후변화 앞에선 모두가 똑같은 책무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혜자도 공여자도 다르지 않아요. 너 죽고 나 사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모두가 죽거나 모두가 살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현대사회가 가장 두려워한다는 테러는 첨단을 붕괴할 뿐이지만, 기후변화는 문명사회 전체 그리고 지구전체를 부셔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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