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편견 너머 '먹먹한 사랑'

[시네뷰] 저예산으로 1천백만 관객 부른 영화 흥행 그 이유는...

이영일 | 기사입력 2013/03/03 [11:55]

‘7번방의 선물’ 편견 너머 '먹먹한 사랑'

[시네뷰] 저예산으로 1천백만 관객 부른 영화 흥행 그 이유는...

이영일 | 입력 : 2013/03/03 [11:55]
▲     © 7번방의 선물
연일 화제가 되어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지난 2월 23일 관객 천만을 돌파하더니 3.1절날 천백만을 넘어서고 있다. 말 그대로 대박을 넘어 온 국민을 웃음과 감동, 눈물로 적시고 있다.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 이 영화가 왜 이리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을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해범으로 몰려 죽은 용구(류승룡)와 딸 예승(갈소원)이의 이야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소재로 관객들의 정의감을 깨웠고, 한달 638,800원의 월급으로 목에 풀칠하고 사는 서민의 가난의 실체, 그 가운데서도 피어나는 아버지들의 맹목적 가족(딸)사랑, 그리고 소위 인간의 내재적 ‘착한’ 감성까지 기가 막히게 끌어올림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영화의 배경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밑그림이 주저없이 깔려 있는데 이는 지적장애인이라면 정신이 온전치 않을테니 충분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편견, 정신나간 사람이라면 그의 진실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멸시가 영화 전반부터 관객의 정서를 ‘콕콕’ 찌르며 영화의 현실감을 살리는 소재로 사용된다. 

세일러 문 가방을 사주기 위한 지적장애인 아빠의 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사고로 죽은 경찰청장 딸 사망의 성추행범으로 기가 막히게 포장되는 과정속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반성을 넘어 관객들이 세일러문이 외치는 정의의 사도로 급빠져든다. 

용구와 같이 딸을 극진히 사랑하지만 딸의 죽음을 두고 엄한 용구에게 분풀이를 하며 범인으로 일부러 몰아가는 이성을 잃은 공권력 수장앞에서는 어이없음과 분노에 여러 관객들이 실제 손가락질과 욕설을 퍼붇는다. 필자의 옆에 앉은 50대 아저씨의 욕에서 나오는 “저런 씨X”과 같이. 

▲     © 7번방의 선물
경찰은 죄없는 서민이자 장애인, 한 딸의 아빠를 보호하기는 커녕 그를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6살 지능의 용구가 들어간 교도소 7번방의 착한 죄수들은 오히려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나서고 용구도 충분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지만 딸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다. 관객들은 이런 착한 아빠의 답답한 사랑앞에 무장해제 당한다. 극장 이곳저곳에서 훌쩍거리는 눈물의 소리는 바로 반성과 사랑, 감동의 세레나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은 역시 배우들의 기가 막힌 연기와 코믹 요소의 적절한 배합이라 할 수 있다. 돈없고 힘없으면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씁쓸함속에서도 특히 배우 류승룡의 일품 연기와 대사속에서 관객은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과 훈훈함을 동시에 느낀다. 

7번방의 선물은 우리들에게 콩밥같은 비타민을 주는 영화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는 결코 코믹 영화가 아닌 사회적 영화이기도 하다. 웃음과 감동, 눈물과 한숨을 연달아 몰아쉬게 하는, 머리가 커서 제왕절개를 한 착한 용구는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을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착한 영화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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