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탐욕자에 사자후 토하는 ‘시인부처’

효림 스님 석가모니 일생 역사시집 ‘맨발로 오신 부처님’ 출간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2/01/26 [01:29]

부정탐욕자에 사자후 토하는 ‘시인부처’

효림 스님 석가모니 일생 역사시집 ‘맨발로 오신 부처님’ 출간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2/01/26 [01:29]
▲ 효림 스님.     
부처님 일대기를 시(詩)로 노래한 책이 발간돼 총선과 대선으로 어수선한 정초 몸과 마음이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은은한 향기를 전한다.

2천6백여년 전 고타마 싯달타가 왕궁을 박차고 나와 석가모니로 열반에 이르는 동안 수행과 설법으로 성도(成道)하며 가난과 차별 및 사회적 악습을 깬 이른바 ‘고대 인권선언이자 혁명’ 과정을 맑은 산중 시어로 담았다.

놀라운 것은 중진 스님이 전하는 시어들 속 부처님의 계(戒)가 부정과 차별, 그리고 거짓과 분쟁을 일삼는 무리, 특히 탐욕에 불타는 기득권세력에게 경천동지의 ‘사자후’(獅子吼)를 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개혁을 위해 오랜 세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조계종 중진 스님이자 문단의 중견 시인인 임효림 스님(경원사 회주, 전 봉국사 주지)이 시집 ‘맨발로 오신 부처님’(조계종출판사)을 지난 20일 펴냈다. 부처님의 탄생에서 열반까지 과정을 기록한 역사서사시.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을 ‘인류 최초의 인권선언이자 인간 자각 선언’이라는 저자. 격변과 혼란의 시대에 부처님의 오심을 ‘사람들에게 인종과 성(性)의 차별을 넘어서도록 했고 사회계급을 부정하도록 했다’는 시인은 고타마 탄생을 이렇게 노래한다.


부처님 탄생~열반 시(詩)로 담아


“변화와 위기의 시대/ 시장경쟁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며/ 폭력과 이기주의 속에/ 혼란이 도시를 휩쓸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전쟁이 계획되고... /개인은 점차 존재가치가 공허해지고/ 탐욕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이때 오직 홀로 일어선 분... /보리수 아래서 눈을 떴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들판 길을 맨발로 걸어와/ 세상을 바꾸셨다/ 오직 사람이 세상의 주인임을 깨닫도록 하셨다...”(‘맨발로 오신 부처님’ 중에서)
 
스님은 총 104편의 시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삶을 정리했다. 탄생에서 출가까지 13편, 왕궁을 나온 뒤 고행·수도 생활을 하며 연기법·법률·삼보·계율을 정립하기까지 33편, 사리불·목련·대가섭·수보리 등 수제자들 이야기 10편, 정반왕·마야왕비 등 왕국과 주변국 관계자 이야기 20편, 도를 얻고 설법을 하다 열반에 이르는 과정 22편.

▲ 효림 스님이 지난 20일 펴낸 석가모니부처님 일대기를 시로 쓴 '맨발로 오신 부처님'.  ©인터넷저널


권력·부·명예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을 스님은 혁명이자 충격이라고 언급했다. 인류역사가 위대한 성자를 맞아 새롭게 시작됐다며 스스로 자기 삶에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그 분 말씀에 귀 기울이라고 외친다.

출가전 부처님의 가계도를 이렇게 읊는다. “감자왕의 후손이니/ 할아버지는 활 잘쏘는 사자협왕이시고/ 아버지는 정반왕/ 어머니는 꼴라야족의 공주 마야왕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내 야소다라/ 너무나 귀여운 아들 라홀라/ 작은아버지는 백반왕 곡반왕 감로반왕...”(‘가계’ 중에서)

고타마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한 ‘사문유관’(四門遊觀)엔 결연함을 담았다. “병들어 초라한 노인 한 분이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어찌 저리 처량하게 되었느냐?... /병들어 신음하며 누워있는 환자를 만나/ 왜 저토록 괴로워하며 신음하고 있느냐.../ 상여가 나가는데/ 저소리는 어찌 저리 구슬프냐... / 반듯하게 앉아 좌선하는 이가 있어.../ 누구며 무엇을 하고 있느냐?...”(‘사문유관’ 중에서)


부정부패·거짓세력 “귀 기울이라”


마침내 출가. 부처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네 장면 중 하나인 출가를 이렇게 그렸다. “찬나야!/ 애마 칸타까의 고삐를 잡아라/ 이제 왕궁을 떠나 출가할 때가 되었다.../ 보아라 저기 어둑새벽이/ 버릴 것을 모두 버리고/ 떠나는 자의 길을 열어주지 않느냐/ 찬나야!/ 슬퍼하지 마라/ 나는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출가’ 중에서)

출가에 이은 고행·수도 생활을 엮은 시가 이어진다. 고행(苦行)에 대한 스님의 해석이 돋보이는 시도 있다. 고타마는 6년 고행수도가 진리를 깨닫는 길이 아님을 알고 네란자강에서 목욕재계하고 새로운 수행을 시작했다는 것.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자랑하고 혹독한 고생수도를 내세우는 풍토에 일침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 내 깨달음을 얻는 과정. 보리수 아래 성도(成道)한 금강좌. 좌순 삼매경에 인간 내면의 욕망을 상징하는 마왕 파순과 대결. 서른다섯의 나이에 깨달음. “집착 성냄 욕망이여/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유혹하지 마라... / 한 생각이 바뀌면 번뇌는 보리가 되는 것/ 집착과 성냄과 욕망은 보살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었다...”(‘마왕 파순과의 대결’ 중에서)

선불교(대승불교)의 연기법 유래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깨달음을 이루고 난 뒤에도.../ 자리를 옮겨 앉으면서 49일동안 열반의 즐거움에 계셨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일어나면 이것이 일어나고.../ 중생의 고통과 고민이 어떻게 성립하고/ 다시 그 원인을 추구해 소멸시키는 법을/ 혹은 순차적으로 혹은 역순으로 명상하시니...”(‘연기법’ 중에서)

초기 교단에는 없다가 부처님 열반 뒤 생긴 삼보(三寶).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초전 법륜(맨 처음 법을 설파)을 굴려 법을 설하시니/ 부처님과 부처님의 설법과 부처님의 제자들/ 비로소 이렇게 삼보가 갖춰지고/ 위대한 불고의 교단이 이뤄졌도다.”

수행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우루웰라 어느 숲속 이야기도 감명 깊다. 한 도둑 여인을 쫓다 부처님을 만난 젊은이들. 여인의 행방을 물었다가 되레 “너희가 잃어버린 물건과 훔친 여인을 찾는 일 그것하고/ 잃어버린 너의 자신을 찾는 일.../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너 자신을 찾으라’ 중에서)는 반문을 받고는 수행에 나선 일화다.


연기법·열반·계율·삼보 詩로 배운다


신분차별을 말라는 설법. 어느날 와라나시 사밧티 거리를 걷는 부처님더러 한 바라문(최고의 카스트 계급)이 “이 비렁뱅이 거지야/ 천하디천한 사문(沙門=수행자)아.../ 왜 우리집 앞을 지나가느냐?”고 조롱하자 행한 설법은 장엄하다. “남을 모함하고 함정에 빠뜨리는 사람.../ 마을과 도시를 독재권력으로 지배하고/ 백성을 억압하는 사람.../ 착취하는 사람.../ 그런사람이 가장 천한.../ 날때부터 천한 사람과 고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그 행위에 따라 천한사람이 되고.../ 바라문 신분을 버리고 부처님 따라 수행자가 되겠습니다.”(‘천한 사람’ 중에서)

열반(涅槃)과 중도(中道) 가르침도 가슴에 와 닫는다. ‘열반’은 ‘욕망의 불꽃이 꺼진’ 상태. “탐욕을 깨끗하게 버리고/ 아무것에도 걸리지 않는 맑은 사람/ 그 무엇도 그를 얽어맬 수가 없나니...”(‘마음이 안정된 사람’ 중에서) ‘중도’는 거문고 현으로 설파했다. 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충고. “거문고는 그 줄을 너무 조이거나/ 너무 늦추어 놓으면 소리가 잘 나지 않고/ 적당히 잘 조절되어야 하듯이/ 공부(깨달음)를 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거문고의 비유’ 중에서)

수행중 고향에 들러 출가 전 아내와 동침하고 아들을 만들고 만 수디나 스님 소식을 들은 부처님의 설법으로 ‘계율’이 제정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참회하고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비구들아 이제부터 계율을 제정하여.../ 산목숨을 죽이지 마라/ 도둑질을 하지마라/ 삿된 음행을 하지 마라/ 거짓말을 하지마라...”(‘계율이 제정되고’ 중에서)

출가 수행자가 늘고 수행자를 공양하는 신도들도 늘며 비구들 사이에 생기는 시비. 시인은 부처님의 육화법(六和法)을 들어 종단 내 아전인수식 크고 작은 시비를 꾸짖는다. 특히 돈 많이 나오는 주지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부끄럽다며 호통친다. “몸, 입, 마음, 계율, 견해, 이해로 화합하고 공경하라.”(‘화합하라...’ 중에서)


고행수도·자리다툼, 교단구태에 호통


스님은 사리불(지혜제일)·목련(신통제일)·대가섭(두타제일, 번뇌를 끊고 산·들 청정지역으로 다니며 수행)·수보리(해공제일, 다툼을 멀리하는)·부루나(설법제일)·가전연(논의제일)·아나율(천안제일, 눈이 멀었으나 마음으로 세상을 환하게 보는)·우빨리(지율제일, 출신계급이 아닌 수행기간으로 서열 정함)·아난다(다문제일, 부처님 말씀 많이 들은)·라훌라(밀행제일) 등 수제자 이야기 10편도 시로 썼다.

부처님의 출가전 아들이었던 라훌라의 출가로 비롯된 사미계 유래도 흥미롭다. 당시에는 비구계만 있었다. 하지만 라훌라가 출가할 때 나이 아홉이니 수행이 어려워 사미라고 했단다. “저기 수행자들의 지도자/ 태양처럼 빛나는 분이 바로 너의 아버지.../ 인사드리고/ 제게 주실 유산은 어떤 것입니까.../ 말해 보거라.../ 씽긋이 웃으며... /여래가 보리수 아래에서 받은 법을/ 이 아이에게도 유산으로 주도록 해보아라.”(‘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중에서)

‘유녀 암바빨리’ 시(詩)는 당시 창녀였던 그녀가 부처님을 지극 정성으로 공양하고, 그녀를 차별하지 않는 부처님의 평등정신을 기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살인마 ‘앙굴리말라’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아유사국 우칭왕의 왕비인 ‘승만’의 출가를 기록한 시에서 작가는 비구니 승들의 분발과 한국 불교에서 비구니 큰 스님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이 오탁악세(五濁惡世)를 예견했다. 겁탁(劫濁, 역사 혼탁), 견탁(見濁, 견해 혼탁), 번뇌탁(煩惱濁,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하는), 중생탁(衆生濁, 대중들이 대의명분을 따르지 않는), 명탁(命濁,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전쟁으로 세상이 문란해져 있을 때 부처님이 평화를 말한 것이다. “전쟁은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가고/ 죽음은 다시 죽음을 불러오는 것/ 싸워서 이겨도 원수와 적들만 늘어나고/ 진자와 이긴자가 서로 괴로워 신음한다.”(‘전쟁은 전쟁을 불러오고’ 중에서)


겉모습만 좇는 성형중독사회엔 조소


‘눈빛이 고운 수바(카시국의 절세미인 기생)’ 이야기에선 성형중독증에 걸린 세상을 질타한다. 생김새로 사람을 평가하는 어리석음에 조소를 보낸다. “숲속의 요정 킨나리와 같은 눈썹.../ 나에게 그대의 매혹적인 눈을 주실 수 없나요.../ 젊은 청년의 정열적인 사랑의 고백을 받고/ 자신의 눈을 뽑아 그 사내에게 주었다... /그제서야 사내는 정신을 차리고.../ 세속의 욕망으로 당신을 보았나이다,../ 용서를 빌었다.”

마지막은 열반이다. 시인은 그 모습을 이렇게 담고 있다. “형상이 있는 것이나/ 형상이 없는 것이나/ 영원한 것은 없나니/ 모든 것은 다 변한다/ 이것이 여래의 가르침이다/ 수행자들아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수행하라/ 그리고 깊이/ 깊이/ 더욱 깊이/ 선정에 들어 반열반에 드셨다.”(‘열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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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2012/01/26 [10:08] 수정 | 삭제
  • 부처님 시집 거, 참 재밌겠네. 읽어봐야겠습니다. 효림 스님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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