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재 한국형 호러 '해부학교실'

시네리뷰 '한 철 장사' 위해 '전설의 고향'류 양산하던 행태 벗어나길

김오달 | 기사입력 2007/06/28 [05:52]

새 소재 한국형 호러 '해부학교실'

시네리뷰 '한 철 장사' 위해 '전설의 고향'류 양산하던 행태 벗어나길

김오달 | 입력 : 2007/06/28 [05:52]
2006년 여름 한국 호러영화들의 라인업을 기억하는가? 한철 장사에 목메어 너도나도 공포영화를 만들어 내가 '한국형 호러영화'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호언장담하다 하나둘씩 홀연히 사라졌던 것을 기억하는가 말이다.
 
▲해부학교실     ©청어람
2007년 또한 수많은 한국산 호러영화들이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지만 2006년의 삽질을 기억하는 관객들은 쉽사리 '공포의 계절'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호러영화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을게 뻔하다.
 
어설픈 흉내내기로 또 한번 호러팬들의 심기를 불편케한 '전설의 고향'은 올 시즌 호러영화 흥행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고, 그렇게 안 좋은 출발을 보인 2007년 한국 호러영화들의 흥행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영화 '해부학교실(제작 청어람, 감독 손태웅)은 6명의 의대 본과 1년생들이 처음 맞는 해부학실습에서 젊고 아름다운 '카데바(Cadaver : 해부용 시체를 일컫는 의학용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연쇄살인사건이 주 내용이다.

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공동 시나리오 작업으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은 손태웅 감독은 한국 호러영화의 한계는 영화 속 인물들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각각의 객체이기보다 관객을 놀라게 할 수단에 불과하며, 영화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필요한 두 시간여의 '서프라이즈'를 위한 시간일뿐이냐는 호러영화팬들의 그동안의 불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떠한 장르를 막론하고 영화라는 매체는 캐릭터와 내러티브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강조한 이 영리한 감독은 그동안 하나의 이미지에 대한 답습(이를테면 영화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가야코)을 무한반복해온 '한국형' 호러영화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영화는 '메디컬적인' 소재로 출발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죽임을 당한 영혼의 한맺힌 복수를 담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 이야기, 연출이라는 영화를 이루는 기본요소들의 어우러진 삼박자는 그동안 한국형 호러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한국적 恨'의 정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각 뚜렷한 자기개성을 갖고 살아 움직인다. 갈수록 범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가는 이야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며 더불어 긴장감을 더해준다.
 
©청어람

사실 영화 초반의 6명의 의대생들 사이의 관계 설명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연속적으로 살인이 벌어지며 느껴지는 주인공들의 불안한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최근 드라마 '경성 스캔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여주인공 한지민을 비롯 온주완, 오태경, 소이, 문원주, 채윤서 등의 영화에서는 비교적 신인이랄 수 있는 주연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이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조민기, 박찬환, 정찬 등 중견급 조연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또한 볼만하다.
 
여전히 '반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영화이지만, 그 '반전'에 매몰되어 스스로 갇혀버리던 예전의 한국 호러영화들을 생각하면 영화소개를 하면서도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반가울 따름이다.
 
호러팬들 사이에서 먼저 개봉한 '검은집'이 조용하지만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 '해부학교실'도 2007년 한국 호러영화 흥행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취재해나가는 미디어활동가 김오달입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김오달) 549-022249-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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