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으로 살 것이냐? 인간으로 살거냐?

김형근 교사 국보법 위반혐의 기소 1심재판서 12일 모두 진술

편집부 | 기사입력 2011/09/18 [18:40]

야만으로 살 것이냐? 인간으로 살거냐?

김형근 교사 국보법 위반혐의 기소 1심재판서 12일 모두 진술

편집부 | 입력 : 2011/09/18 [18:40]
▲ 김형근선생은 6.15와 10.4정신의 의거 학생들을 교육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고 실천하는 양심적인 교육가이다.그러나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에 묶여 교직에서 해직되고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 <자주민보사진펌>©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 편집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 된  전, 전교조 김형근 교사가 12일 오전11시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418호(합의 26부, 재판장 정영출, 판사 배정현, 도영오)에서 열린 1심 심리 재판에서 모두 진술을 통해 "북은 적이 아니라 대화, 통일 해야 할 상대로 우리 민족"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김형근 교사의 변론을 맡은 김희수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이 되고 있는 통일대중당과 관련하여 "통일대중당을 건설 할 것을 제안하고 실질적인 역활을 했던 식인식과 김형근 교사는 결의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변론했다.
 
정영출 재판장의 통일대중당에 관한 이적성을 묻는 질문에 김형근 교사는 "통일대중당은 신인식 개인의 관념과 망상이 만들어 낸 실체가 없는 조직으로 이적성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 받았다.
 
이적 표현물 소지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변호인은 "이적표현물을 1번에서 11번까지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로 내놓고 있는데 1번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처음 보는 것"이라며 2번에서11번까지의 이적 증거물을 부인하고 "인터넷 게시물과 댓글을 쓴 것은 인정하지만 이적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형근 교사는 재판부에 A4 17쪽에 달하는 장문의 모두 진술서를 제출했다.
 
모두 진술은 "나의 인신과 운명에 대한 칼자루를 쥔 공안 검찰 그리고 법관들에게 한 인간의 생명인 자주성을 아주 손쉽게 칼질 당하였으며, 나를 계속해서 동물의 우리 속에 밀어서 넣으려는 온갖 절차적 시도들에 대해 깊은 한이 맺혀 있다"고 시작했다.
 
그는 "한국의 나락의로의 예속적 동반성은 경제 분야만으로 한정 되지 않고 정치, 외교, 교육, 문화, 사회, 종교, 모든 측면에서 망해 가는 미국과 깊은 연관 속에 있는 남녘 사회에서는 기형적이고 반인간적인 문제들을 계속 발생 시키고 있다. 자살율이 세계 1위가 되는 이런 사회를 보고 창조하며 사색하는 사람이 사는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며 남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또한 "한민족에게 고통만 주는 외세를 향해 주한미군 나가라! 하는 것은 분단 된 민족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민족적 의무이자, 자율과 독립, 주체와 자유를 피로써 쟁취한 근대 문명인의 책무로 된다"고 반외세 자주정신을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전도된 거짓 개념들이라든가 국가보안법에 의한 여러 왜곡들은 최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 시작으로 될 수 있다. 다시 모든 통일 논의가 재개 되어야 하고 통일의 판을 새로 짜들어가야 한다. 북을 적이 아니라 대화 통일해야 할 상대로 우리민족이다. 통일은 외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해야한다. 그런데 그동안 민족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던 것이 국가보안법이란 악랄한 반통일의 기제 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 것부터 먼저 치워야 한다"며 국가보안법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계속해 "태생부터가 반민족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역대 정권에서 민중 탄압의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다시 권력의 자리에 들어 앉힌 대한민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알렸다. 
 
아울러" 6.15 남북 공동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해 갈라졌던 민족이 둘이 아니라 하나로 되는 가슴 벅찬 통일의 대 장정을 만들었다. 서로 만나보니 북과남은 적이 아니고 같은 민조으로 살아가야 할 동포라는 사실에 감격했고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통일과 민족 번영을 가로 막고 있었는지 똑똑히 보여 주었다"며 반통일적 법임을 고발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기소의 부당성은 먼저 신모씨가 만든 비합법 점조직 형태의 <통일대중당>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고, 개인의 무모함에서 비롯된 한 개인의 상상적 단체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신모씨와 당과 관련하여 사전 논의한바가 없고, <통일대중당>에 피고인이 연관 되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오직 신모씨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점,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피고를 표적 수사했다는 것"을 나열하며 이 사건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모두 진술의 맺는 말에서 "국가보안법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왜 국보법 때문에 가족이 흩어져야 하는지 모른다.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피고인 같은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국가란 이름으로 왜 이렇게, 본인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고 있는지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다"며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솔직히 털어 놓으며 국가보안법을 규탄했다.
 
정영출 재판장은 다음 재판은 9월5일 오후 2시에 속개 한다고 밝혔다.고 자주민보는 전했다.
본지에서는 김형근선생의 모두진술서 전문을 게제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일개단체로 전락시키는 강도일제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한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철폐되어야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근 선생의 모 두 진 술 서 전문


사건번호 : 2011년 형 제 20355호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 : 김형근(601105-0000000)

직 업 : 무직, 010-0000-0000

주 거 : 서울 성북구 00동 66-000 00빌라 B1호

등록 기준지 : 전북 김제시 진봉면 00리 000



1. 들어가는 말 

   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의 양심과 국보법이라는 되도 못한 악법 사이에서 짐승으로 살 것이냐, 사람으로 살 것이냐에 대한 끝없는 내적 충돌을 일으키며 번민 속에 저는 살아왔고, 그러한 삶의 연장선상에서 오늘 이 재판정에까지 세워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재판정에 설 때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나의 인신과 운명에 대한 칼자루를 쥔 공안 검찰 그리고 법관들에게 한 인간의 생명인 자주성을 아주 손쉽게 칼질 당하였으며, 나를 계속해서 동물의 우리 속에 밀어서 구겨 넣으려는 온갖 절차적 시도들에 대해 깊은 한이 맺혀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재판에서도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최소한의 합리성, 그리고 현명한 선택이 있으리라 소망은 해보지만, 그 최종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분단된 현실에서 민족구성원의 한사람인 한, 또 한 인간으로서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고 이 땅에 존재하는 한, 국가보안법은 민족적 양심에 의해서 폐지될 것이고, 나를 짐승처럼 범죄자로 몰려는 자들 역시, 나와 똑같이, 어쩌면 나에게 가하려는 형벌보다 더 가혹한 동물적 야만의 쇠우리 속에 개인양심이 갇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내가 사는 남녘땅은 풍전등화입니다.

   있지도 않은 생화학 무기를 구실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지난 10여 년간 제국주의 침략전쟁에서 미국은 군수자본의 이익과 군사적 패권을 지키기 위해 무려 3~4000조 달러를 군사비로 지불하였다는 북경 제4언론 보도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군사비를 쏟아 부었음에도 제국주의 우두머리로서 미국의 패권이 관철되기는커녕, 제3세계 반제자주역량은 날이 갈수록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과도 없는 과도한 국방비의 출혈로 미국의 국가부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되었으며, 결국 오늘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디폴트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미국경제 침몰의 공포는 전 세계를 흔들고 있지만, 특히 많은 부분이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우리 남쪽, 미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이 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국자본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 불과 6일만에 주가가 1,700선마저 붕괴된 적이 있고, 200조원 이상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만으로도 풍전등화의 상태가 된 한국경제는 미국을 따라서 침몰 직전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90% 수준이라고 하는 사실은 이 나라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은 연기금이라도 쏟아 부어 증시 하락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대책이 없습니다. 대책이라야 미국만 쳐다보고 미국경제 회복을 고대하는 정도인데, 그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대응이란 것도 그동안 해 왔던 방식으로 윤전기 돌려서 달러 화폐를 마구 찍어내겠다는 임시변통 밖에 없습니다. 돈을 찍어 낸다는 것은 달러가치 하락과 버블을 만들어내서 결국 달러를 기축통화로서 기능을 더 못하게 하는 악순환 구조에 일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도 우리는 잘 사는 나라입니까? 글로벌 리더 국가입니까?

하늘까지 닿아 있는 이 백성, 민중들 삶의 고통과 울부짖음은 여기에서 아예 이야기하지도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 젊은 청년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젊음을 온통 경쟁과 시험공부 속에 묻혀 살아야 하는 저 우울한 젊은이들에게 대체 우리는 어떤 희망을 주어야 합니까? 여유 시간에, 책을 읽거나 사색하기 보다는, 컴퓨터 오락과 같은 즉자적이고 단세포적인 자기표출로, 잠시나마 꿈이고 삶이고 다 잊고 싶어 하는 저 고통스러운 젊은 세대들에게,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세상에 겁먹고 절망에 빠져버린 젊은 청년들에게, 아름다운 성마저도 사고파는, 아니 모든 것을 돈으로 가능하게 해놓고 돈을 인간 가치와 평가의 기준으로 만든 미국식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극단의 개인 이기주의만이 판을 치는 불합리한 이 사회를 어떻게 그들에게 이해시키며, 그 많은 구조적 짐들을 어찌 그들 어깨에 떠 넘겨주고,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공동체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공자왈 맹자왈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젊은이들의 내일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사회가 결국 어찌되는지는, 지난 주말부터 주초까지 계속된 런던 폭동이 반면교사로 되고 있습니다. 그 폭동은 세계적인 금융위기 추세에서 금융시장을 장악한 극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살리겠다고 공적 자금 등을 쏟아 부어 국가재정을 파탄시켰고, 그래서 긴축재정을 했기 때문에 발생된 민생파탄의 필연적 결과로서, 미래가 절망 속에 빠져버린 젊은이들의 반감과 분노의 폭발, 그 임계점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제국주의 아성에서 터져 나온 이런 현상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도미노처럼 퍼져 갈 것입니다. 


    한국의 나락으로의 예속적 동반성은 경제 분야만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정치, 외교, 교육, 문화, 사회, 종교 모든 측면에서, 망해가는 미국과 깊은 연관 속에 있는 남녘 사회에서는 기형적이고 반인간적인 문제를 계속해서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에는 시민이나 민족이 안중에 없고, 외교에는 6자회담 진행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주변국들 사이에 어디 낄 틈이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굶어죽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온갖 쓰레기 향락문화가 판을 칩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분의 한탄을 보았습니다. “어린놈이 공부한다고 쓰리잡을 뛰고, 어린년은 노래방 술집에 창녀로 뛰고, 그것도 부족하여 자식 때문에 어미도 덩달아 식당. 노래방. 창녀로 뜁니다. 그도 하다하다 안 되면 일가족 자살까지 하는 현실임에도 다들 나 몰라라 합니다.” 이런데도 인간을 구원하고 세상에 소금이 된다는 종교들은 거의 대부분 광적이고 몽환적 정신세계로 사람들을 이끌면서 잠재의식의 기조에 반공도 집어넣고, 돈의 질서를 하느님의 질서라 거짓말도 집어넣어 민중의 자의식을 마비시키는 경우가 태반이니... 교회가 많고 커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는커녕, 매일매일 젊은 사람들이 힘들어 그냥 삶을 마감합니다. 자살율이 세계에서 1위가 되는 이런 사회를 보고, 창조하며 사색하는 사람이 사는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가 있고, 우리는 그 문제를 꼭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문제로서 인식조차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도 다른 행성과 부딪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에는 몰라도 현재,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인식범위를 넘어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를 문제로 인식했다는 것은 곧 해결의 방도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며,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창조적 특성으로 고귀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동물들은 환경에 순응하다 죽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이런저런 고통을 당했지만, 가장 극심한 고통은 ‘사색하는 인간, 창조적 인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인간... 바로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 스스로 인간임이 그렇게 수치스럽게 만든 정권’이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에게도 강력하게 각인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용산에서 세입자들의 소박한 저항을 불에 태워 죽였을 때, 이성도 없고 논리도 없고 평화도 없고 배려도 없고, 다만 시뻘건 불길과 절규하는 목소리... “저기 사람이 있어요, 저기 사람이 있어요.” 아직도 귀에 쟁쟁 들려오는 것만 같고 분노의 눈물만 그냥 흘렸습니다. 


3. 적반하장 국가보안법, 적이냐 민족이냐 


  개인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에도 자주권은 국가운명의 기초입니다.

먼저,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라는 말이 맞기나 한지부터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한나라의 독립을 가름하는 외적 징표는 외교에서의 주권과 군사에서 주권입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으로 외교권이 일제로 넘어가고, 1907년 군대해산으로 군사주권을 빼앗겼을 때, 이미 나라는 식민지가 되어 망한 것입니다. 고종의 밀사로 헤이그에 갔던 이준열사 등이 일제의 강도만행을 세계만방에 규탄하려 했지만, 조선을 나라로 인정받지 못해 좌절했던 그 울분과 통곡을 생각해 보면, 이미 망한 나라 백성의 한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피의 교훈으로 가르쳐 줍니다. 


    새 천년이 벌써 11년 지난 오늘에도 주권국가로서 징표는 여전히 유의미합니다.

미국의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국제관계이지만, 외교에서 주권은 있다고 칩시다. 그러나 군사작전권은 정확하게 미군에게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지니, 평시와 전시로 나누어 놓고 평시작전권은 우리에게 주었다 합니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 준비되는 것인 만큼, 그것은 우스꽝스러운 종잇장 놀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대비한 군사훈련의 경우 미군이 주도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정전상태인 남한에서 실질적 군사주권인 군작전지휘권을 자기 손에 틀어쥐고 있습니다. 


   냉전시대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한반도에서, 사소한 도발로 어느 한쪽이 먼저 공격해도 바로 전쟁이 가능한 법적인 정전상태, 즉 잠시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어서 한반도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을 흔드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이, 늘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서 운명 지워진다는 사실을 어찌 정상적인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은 지금도 북을 상대로 독수리네 을지포커스네 하면서 전쟁연습을 하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 긴장의 상태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나라를 ‘식민지’라는 표현 말고, 다른 무슨 개념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군사주권 없는 우리는 자주독립 주권국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한민족에게 고통만 주는 외세를 향해 ‘주한미군 나가라!’하는 것은, 분단된 민족의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민족적 의무이자, 자율과 독립, 주체와 자유를 피로써 쟁취한 근대 문명인의 책무로 됩니다. 


   그런데, ‘미군철수’를 주장하면 그 무슨 ‘반국가 단체’이름을 씌운 ‘북이 주장하는 내용과 동일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군사주권도 없는 이 땅을 ‘식민지’라고 하면 그것 역시 범죄로 내용으로 됩니다. 현재 저의 기소내용에도 그런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전쟁이냐 대화냐’라는 글에서 북을 이해하고 대화와 평화를 바라는 댓글을 썼다고도 범죄 혐의로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역으로 따져보면, 우리 사회에서 담론으로 허용 가능한 내용의 범위는 ‘미국이 은인’이라는 것과 ‘제 민족인 북은 전쟁과 대결을 통해 없애야 하는 반국가 단체’라는 허구의 논리들, ‘북은 못 살고 우리가 잘 산다’는 허장성세의 이야기들만을 합법 영역에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얼마나 일차원적이고 단순 천박한 내용의 반복입니까? 조선전쟁 때, 한반도에 핵폭탄 100개를 투하하여 몇 백년간 사람이 살지 않는 곳, 무인지대로 만들자고 미국의회에 건의했다가, 의회에서 미친놈으로 취급 받고 은퇴하여 쫓겨난 맥아더에 대해서, 그의 동상을 반대한다고 하여 국보법에 구속된 사람이 있으니... 그런 자의 동상이 인천에 건립되어 추모되고 있는 현실도 아이러니이지만, 침략자를 은인으로 여겨야만 하는 역설, 언제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뒤집어진 가치와 야만이 지속되어야 합니까? 


   북미 대결전에서 당당히 정치 외교 군사적 승리를 담보해가고 있는 북에 대해서, 최근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까지 맡은 북에 대해서, 국가가 아니고 그 무슨 단체라니, 이런 몰상식과 비합리성은 또 어디에 있습니까?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보고 나무라며 짓는다고, 자주권도 없는 나라가 자주권이 당당하고 긍지 높은 나라에게 ‘나라가 아니고 단체이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넌센스입니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이란 악법을 유지하고 그 법의 존속에 기여하면서 ‘60여년전 전쟁의 유산입네, 실정법이네, 상대가 무슨 적화통일을 버렸다는 징후가 없네, 사회적 허용수준 어쩌고’ 하는 국보법 존치 합리화의 말은 다 구차한 변명입니다. 나라인데, 나라가 아니라 하고, 통일해야 할 같은 민족인데, 적이라고 하고... 이런 모순된 현실 한가운데 저는 재판이라는 것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분단의 당사자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외세를 동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우리와 밀접한 예속적 연동성이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미국은 앞으로 전쟁을 새로 일으킬만한 돈이 없습니다. 더구나 북과의 전쟁은 더욱 힘이 들 것입니다. 미국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카드도 많이 만지작거려 보았을 것입니다. 인류는 파괴적인 전쟁 수요로 공황을 탈출시켜왔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 한곳과의 전쟁만 가정한다 하더라도 북이 그동안 다져온 강력한 자위력으로 하여, 미국이 완전히 카우보이 시대로 돌아갈 각오를 해야만 전쟁을 할 수 있습니다. 북은 상온에서 핵융합을 성공했다고 공식발표가 나온 지 꽤 된 것으로 압니다. 


    망한 집 머슴처럼 더 딱하기만 한 것은, 유난히 조지 부쉬 등 미국 호전주의자들 입장에 서서 세계정세가 어찌 돌아가든 미국의 힘만 믿고, 제 민족끼리 전쟁과 대결 정책만을 취해 온 앞뒤 없는 이명박 집권 세력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반민중적인지는 천정배 의원의 입을 통해 전해진 시정의 여론을 보아도 단적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저 사악한 놈을 쏘아 죽이는 의인이 하나도 없나”라는 여론이었지요. 표출방식이 극단적이긴 해도 국민에게 기만과 고통과 박탈감만을 준 저 소통 불능인 오만한 집권세력에 대한 저항여론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의 동향처럼 이렇게 미국이 힘을 잃고 망해가고 있으니, 이제 어찌 한답니까? 

   아큐(阿Q)같은 자들은 분별력 없이 날뛰며 자기 존재감을 갖습니다.

현 정부가 그나마 잘 하는 것은 빨갱이 사냥과 매카시즘입니다. 최근에는 반통일 수구 언론들과 함께 공안 탄압 선풍을 대대적으로 일으킵니다. 간첩신고 포상금을 5배나 올려주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방송으로 ‘간첩 및 좌익사범을 신고하는 자 포상’이라는 싸잡은 표현을 매일 듣습니다. 허나, 전 공군참모총장이란 자를 비롯하여 돈 받고 ‘군사기밀 누출한 자’들은 소위 고위급 인사들로 지금까지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진짜 매국 간첩인데, 그들에게는 ‘간첩’이라는 말조차 쓰지 않고, 오히려 이 땅의 양심적인 애국자들을 잡아 놓고서는 살기 띤 눈으로 ‘간첩’이라 합니다. 이러한 공안 정국과 반공 여론몰이에 국민들이 냉소를 하자, 조선일보에서는 이제 내놓고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경각성이 없다’고 충고까지 논설로 써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당분간 법원만 바빠지게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남북 양 정상이 합의를 하고 남북 해외 온 민족이 함께 뚫어놓은 6.15 통일의 길을 그냥 ‘이적’이라고 색칠해 버렸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는 법적 안정성을 크게 흔들어 놓았고, 대화와 통일의 대상인 북에 대해서 넘기 힘든 쇠뚜껑 같은 장벽으로 꽉 차단막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통일로 가는 민족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만고역적들의 죄악입니다.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6.15통일교육을 했던 제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칭찬과 상장을 받다가, 정권이 바뀌니 범죄자가 되어버린 현실은 이것을 증명합니다. 천안함 침몰 문제는 서방세계나 전 미국대사도 근본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판이니 차치하고서라도, 연평도 포격만 보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살아 실천이 되었더라면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으로 가야 했을 평화의 땅 연평도 백령도가 일촉즉발 첨예한 대치전선으로 전쟁의 불쏘시개처럼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한반도에는 늘 전쟁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북은 전쟁을 원치 않지만, 도발을 하여 전쟁을 하게 되면, 무력으로 쓸어버리겠다고 여러 차례 공식적인 발표를 하였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과거 조선전쟁의 규모가 아닙니다. 이제는 핵전쟁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인명피해는 물론, 그동안 남과 북이 각각 피땀으로 일구어 놓은 쌓아 놓은 사회 문화적 모든 재부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릴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를 결정짓는 군사주권이 자국 이익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미 제국주의자들의 손아귀에 있으니,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막을 방법은 도대체 무엇이 있습니까? 도깨비방망이로 써먹은 국가보안법은 북을 ‘반국가단체’와 ‘적’으로 규정해놓고 민중들을 탄압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남북대결과 전쟁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방망이로 될 수 있고, 북에 날리는 삐라네 뭐네 하는 것들은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이고, 통일부 전략이라는 것들이 북이 붕괴되기를 바라는 꼼수일 뿐이어서... 대통령 동선 어디에도 민족의 평화를 바라고 실천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본다면, 7월 말 북미회담 후 대다수 언론에서 예측했던 대로, 북(중국)과 미국(남)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국면으로 갔을 때, 주한미군은 국방비 절약이나, 미군의 전략변화 때문에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될 가능성도 큰 데, 그랬을 경우 남측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툭하면 국방장관이란 자들이 ‘선제타격’이나 ‘보복’을 들먹이는데, 미군이 빠져버리면 공격은 고사하고 외부로부터 지켜낼 능력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먹겠다는데, 우리보다 해상무력이 쌘 자위대에 뺐기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그러기에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는 “자국의 힘을 키워 스스로 의지해야지 그렇지 않고 함부로 외세만을 믿는 것은 망국의 근본이라”(內不量力, 外恃諸侯者, 則國削之患也. -韓非子 第10篇 十過)고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은 어제 날이나 오늘이나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의 통일 밖에 없습니다.

북과 6.15공동선언 2항으로 통일을 실제로 추진했었더라면(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고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에 정부는 추진 의무가 있었습니다.), 이미 국토방위의 문제가 다시 종합 재편되어, 북의 군대가 무슨 ‘주적’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군대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민족의 앞날에 밝은 미래를 줄 수 있는 모든 민족적 선의와 노력들이 불한당 같은 놈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뺐긴 것만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냉전 시대의 반북 반공 대결을 취소하고 북과 평화적 통일을 모색한다면 우리는 해낼 수 있는 민족입니다. 그동안 전도된 거짓 개념들이라든가 국가보안법에 의한 여러 왜곡들은 최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 시작으로 될 수 있습니다. 해서 다시 모든 남북 통일논의가 재개되어야 하고 통일의 판을 새로 짜들어가야 합니다. 북은 ‘적’이 아니라 대화 통일해야할 상대로 ‘우리 민족’입니다. 통일은 외세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민족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던 것이 국가보안법이란 악랄한 반통일 기제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부터 먼저 치워야 합니다. 


4.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은 현대사의 가슴 아픈 질곡을 돌아보게 합니다.

해방 이후 미소공동 위원회가 결렬되자, 남한만 단독선거 음모가 관철되기 시작합니다. 이승만의 정읍발언을 시작으로 하여 유엔 선거관리 위원단 입국과 단독선거 진행까지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해방 후 우리 민족 모두의 관심은 나라의 실체가 통일자주국가냐, 친일친미 분단국가로 갈 것이냐는 대립 점으로 모아집니다. 그래서 김구선생님 같은 분은 “3.8선을 베고 죽을지언정 독립되지 않은 나라, 분단국가에서는 살지 않겠다.”며 남북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북행길을 오르지 않으셨습니까? 심지어 우파 민족주의자들까지 반대하였던 남쪽만의 단독정부 수립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맞물려 일부 친미로 변신한 친일파들에 의해 공작됩니다. 단정수립은 곧 분단이었고 민족 비극의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통일된 자주독립국가를 염원하는 해방 조선의 온 민족적 지향은 이런 분단 음모에 저항해 나섰고, 규모가 컸던 저항이 제주 4.3항쟁입니다. 당시 통치자들이던 미군이 제주도를 진압하라고 국방준비대에 명령을 내리자, 같은 동족을 죽일 수 없다며 그 동족학살 명령을 거부하고 일어선 애국 애족적 군인들의 무력시위가 바로 여수순천항쟁입니다. 이런 민족적 분노와 흐름을 철저히 억압하면서 5.10단독선거가 진행되었고 소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립됩니다. 새로 만들어진 단독정부 ‘대한민국’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임시법률 체계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그해 12월 공표하였습니다. 이로써 사대매국세력의 집결처인 이승만 집단은 법률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고, 통일에 대한 모든 노력들을 국보법에 걸어 처형시키며 자기 권력을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인들은 국가보안법을 반민족적 분단의 악법이라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 치하 독립 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치안유지법 제1조는 <국체를 변혁하고 또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결사를 조직하거나 또는 그 정을 알고서 이에 가입한 자는 십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치안유지법의 이 조항에서 ‘국체를 변혁하거나 또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기 위한 목적으로’라는 앞부분만 ‘국헌을 위해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이라고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베껴 썼습니다. 치안유지법의 국체를 위해한다는 조항은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라는 기막힌 단어와 문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나머지 조항들도 현행 국보법 제3조 등에서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의 구성과 가입, 제4조에서 목적수행자를 처벌하는 것과 유사한 규정입니다. 치안유지법에서 동조자에 대한 처벌은 현행 국보법 제5~9조의 회합 통신, 찬양 고무, 자진지원 금품수수, 편의 제공 등과 비슷한 규정입니다. 독립 운동가들을 불령선인이라며 때려잡던 식민통치의 악랄한 법적 기제였던 일제 치안유지법, 그 법도 제정 당시 일본 땅 자국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는데, 국가보안법 역시 이 법이 갖는 반민족, 반인권적 특성 때문에 제정될 때부터 집권자들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많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친일 반민족 대변지인 <조선일보>조차 당시 ‘국가보안법을 파시즘과 반역의 도구’라며 법제정을 반대했겠습니까? 


    태생부터가 반민족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역대 정권에서 민중탄압의 수단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다시 권력의 자리에 들어앉힌 대한민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민족 반역의 친일파들이 재빠르게 친미파로 변신하여 새로 들어온 외세를 등에 업고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수많은 애국자들을 국가보안법에 걸어 처형을 시켰습니다. 반공을 제1의 국시로 내세웠던 이승만 정권은 물론이고, 5.16이후 군사 파쇼 독재정권,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면서 정권 유지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습니까?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이법에 걸어 탄압한 것은 또 얼마입니까? 국가보안법은 남북 분단과 대결시대의 산물이면서 독재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으며,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절대영역을 무참히 짓밟는 파쇼적 법률입니다. 


   하지만,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기틀이 마련된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해 갈라졌던 민족이 둘이 아니라 하나로 되는 가슴 벅찬 통일의 대 장정을 만들어 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민족구성원들이 떨쳐 일어나 통일의 물코를 트여냈습니다. 만나보니 북이 적이 아니고 같은 민족으로 같이 살아야 할 동포라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감격과 환희가 있었습니까? 남북 정상들의 6.15선언 이후로 국민들 사이에서 북은 더 이상 ‘적’이 아니고, 같은 민족으로서 대화와 교류의 일방, 통일의 한 당사자로서 인식이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통일과 민족번영을 가로 막고 있었는지 뚜렷이 보여주는 계기로 되었습니다. 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이 민족 번영과 통일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어 왔음을 실증으로 느낀 각계각층은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 요구를 거세게 제기하였습니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국가보안법을 녹슨 칼이라며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분단의 고통은 또다시 고래 힘줄처럼 길게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냉전시대 흑백논리로 편 가름하는 국가보안법,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냉전 악법이 다시 ‘전가의 보도’가 되어 통일 애국의 양심적 활동마다에서 민주주의의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무자비한 탄압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공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 및 민족민주운동을 탄압하는 초헌법적인 악법입니다. 이 못된 법망에 걸리지 않으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기검열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21세기인 지금, 남쪽에 살고 있는 누구도 이 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자유가 없는데, 공소장에는 한결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적시하면서 자유에 대한 책임과 죄를 묻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국가보안법 탄압의 증가는 국제사회에서까지 격렬하게 비판되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란 단체에서는 해마다 한국정부에게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가 하면, 지난 2011년 6월 3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 1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 제 7조에 대한 폐지 권고를 내렸습니다. 의사표현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Frank La Rue)의 ‘대한민국 실태보고’ 가운데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표현의 자유제한’에서 밝힌 내용 중 일부를 보면, “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이사회가 국가보안법 적용이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사례들에서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제시한 결론과 의견을 실행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아무리 반북 탄압의 광풍이 거세어도 우리 사회에 양심과 정의가 아직 남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도 희망을 꿈꿉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오송회 사건, 아람단 사건 등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구성’이라는 조직사건들이 최근 줄줄이 무죄판결로 손해배상이 되는 것을 보면, 법조계 내에서도 국가보안법 사안에 대해, 무차별적인 확대 적용을 피하고 신중을 기하며, 그동안 잘못 판결된 부분에서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시공이 압축된 21세기 창조와 변혁의 시대입니다. 해서, 공민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적 잣대들도 시의성이 있어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며 사람들만 괴롭히는 현실의 모순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국통일과 같은 공동체의 미래 희망과 대안을 찾는 실질적 노력에 더 이상 야만적인 파쇼법률을 적용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 본 건 기소에 대한 부당성. 


   구체적으로 저에 대한 국가보안법 기소의 부당성은 먼저, (하략...)

   둘째, 설령 비합법 점조직 형태의 어떤 당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관념 속에서 존재했다 하더라도, (...중략...) 저는 10여 년간 일관되게 흡수통일을 반대하며 6.15선언 2항으로의 통일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저에 대한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조건에서 6.15공동선언에서 벗어나지 않는 피고인의 주장과 행동을 당사자보다 수사기관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무리하게 기소를 하였다는 점입니다. (하략...)

   넷째, (...중략...) 저를 끌어들여 조직범죄로 엮어 넣자는 함정 수사가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피고인이 (...중략...) 공사판에 나가 힘들게 일하면서 적응하기도 힘들었던 조건에 있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피고인을 이용하려 한 점 등도 의혹을 더하게 합니다.

정당에 관해서 피고인은 2007년 말 김대중 대통령이 강기갑의원에게 제안한 ‘민주대연합’으로 합법적인 통일정당을 꿈꾸었습니다. (하략...)


   마지막으로, 저를 기소시킨 검찰의 의도가 일부 수구세력들과 뉴라이트 같은 반민족 세력들의 줄기찬 ‘전교조(피고인 소속) 죽이기’라는 정치적 의도와 일치된 음모로써 기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 정부 들어서서, 지난 정부의 6.15평화 통일 노력들이 이적으로 간주되며 정부 비호 밑에 반통일 세력들만이 큰 목소리를 내고, 6.15세력들은 위축되고 있는 조건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뉴라이트 매체에서는, 아예 피고인을 보고 ‘종북’이니, ‘충북’이니 하며 “여기서 밥 멕이지 말고 북으로 보내버려라”는 식의 상식 밖의 표현을 제목으로 내보내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피고인을 매도하고 음해하였습니다. 피고인이 기소도 되기 전에 공안부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나서서 “이런저런 내용으로 기소를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히며 기소내용을 사전 유포하여, 피고인이 무슨 대단한 국사범이나 되는 양 자극적인 내용으로 지면을 메우는 보수언론의 왜곡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11년 1월, 3월, 5월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수구 언론기관에서는 피고인을 또다시 대대적으로 마녀사냥하면서 전교조로 일반화시켜 색을 칠했습니다. 특히 5월 13일 조선, 동아일보에서는 기소 전에, “대한민국을 적이라 하였다”는 등 검찰의 억지 추론과 주장이 결합된 어떤 특정 표현에 대한 기소내용을 사전에 그대로 유포하여 세인들로부터 피고인을 고립시켰습니다. 피고인은 현재 교사들이나 친구들로부터도 두려우니 전화 등을 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2011년 3월 18일 전주 지방검찰청에서는 소위 ‘빨치산 추모제’ 사건과 관련하여 1심과 2심에서 무죄로 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현재 새롭게 기소된 본 건의 내용을 추가하여 <추가 상고이유서>라는 것을 작성하고 대법원에 올렸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국가보안법은 악법이지만 그래도 그 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해왔다는 내용의 ‘추가 해명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려 했으나 법원 관계자가 그럴 필요 없다 하여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이외에도 국정원이 거창하게 압수수색을 해놓고 별 것이 없자 체면유지를 위해 불법적인 지하 점조직당을 꾸며 만들고, 거기에 참여하지 않은 피고인을 연관시켜 기소하도록 했지 않은가, 공안기관과 검찰이 특정 목적(대법원에서 무죄로 나오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몰아가고 있지 않는지 등 의혹은 끝이 없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본 건을 기소시킨 검찰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였고, 나아가 교육계와 사회의 분위기를 매카시즘으로 몰아가는데, 피고인이 또다시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한번 걸린 자는 놓아두지 않는다는 대 국민적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재판을 하게 된 이상, 재판부에서는 사실관계와 정황들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밝혀서 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야만이 문명을 이기지 못하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에게 적용된 ‘이적단체 구성 예비 죄’에 대해서 몇 말씀을 더 드리자면, (...중략...) 깨버렸던 점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건강한 자정능력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예비 죄라는 것이 성립 가능하다면, 명백한 예비 행위가 있어야 성립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중략...) 어떤 행동도 같이 하지 않은 피고인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검찰이 증거로 내세운 것은 이메일 몇 통인데, 이메일로 과연 이 어머 어마한 이적단체 구성 예비 죄가 가능한지, 설령 가능하다면, 예비 죄가 성립되기 전, 피고인의 합리적인 자체 판단으로 중지 미수로 된 것도 예비 죄로 가능한 것인지? 피고인으로서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많습니다. ‘이적단체 구성 예비 죄’가 기초적 사실관계를 곡해한 것임은 물론, ‘이적표현물 소지 반포 동조죄’라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용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사실관계가 잘못되었습니다. 소지 이적표현물 목록(공소장16~17쪽)의 1번 항목만을 빼고는 나머지 목록은 제가 소지한 적이 없는 문건입니다. 설령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었다할지라도 범죄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고인이 국정원 조사시 처음 본 문건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6. 본 건에 대한 검찰의 오해와 오류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오해라고 추론하게 된 몇 가지 시각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번 재판과정이 악법도 법이므로 지키려고 노력했던 피고인에게도 무척 당혹스럽고 힘든 것이지만, 판결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에 냉혹하고 엄정한 판단기록을 남겨야 할 재판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검찰의 오해는 저 개인에 대한 오해입니다.

피고인은 우리 사회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있는 인간입니다만, 대학시절, 광주항쟁을 겪는 등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통일 일꾼으로 서 있는 사람입니다. 통일은 우리 겨레의 최우선적 과제이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모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방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저는, 국가보안법과 그것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악착하게 개인적 삶을 빼앗아, 힘들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과 합리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늘 합리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법과 사회, 그리고 개인의 양심에 비추어 늘 성찰하며, 스스로 내적 도덕기준을 엄격하게 작동시키는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둘째, 본 건은 저와 다른 사람들 관계 속에서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뒤섞어 놓아서 발생한 담당기관의 오류입니다. 한 예로 (하략...)

  셋째, 검찰은 인터넷 카페 활동이란 가상공간의 표현과 현실 사이에서 구분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본 건 기소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중략...) 가상공간에서는 실제와 연관되지 않은 상상의 세계를 손쉽게 자판만으로 넘나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인은 특정한 부분의 자아형태의 발현, 더 구체적으로, 남성이 갖는 여성성의 표현으로 남자가 여성인 척 논다던가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공간의 확대도 가능합니다. 우주정부도 만들 수 있고, 우주의 적과 우주군대 등을 만들어 게임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컴퓨터 통신기기의 발달이 인류에게 준 자유의 확대 내용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사회적 규범성과 책임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제한을 한다고 해서 제한될 수 없는 것이 가상공간에서 표현과 놀이들입니다. (하략...)


    그리고 또 제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검찰에게 동의처럼 보였던 실체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늘 겸손하게 살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자세가 몸에 베여 있고, 한번 은혜를 입으면 쉽게 잊는 사람이 아니며,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최대한 존중하며, 저의 생각보다는 대화당사자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며, 상대의 의견에 맞추어 호흡을 하고 나중에 저의 호흡(주장)으로 이끌어 오는 방식이 체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체득한 설득의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하나하나 깊이 있고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만, 법률 집행과 판단에서, 피고인이 납득할 수 있고 사회적 정의와 형평의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맺음 말 


   이제 마지막으로 국보법 피해자로서 저의 처지와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 21일 국정원에서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아버님, 어머님 앞으로 각각 내용증명 우편물로 보내왔습니다. ‘이메일 압수 수색 검증 집행사실 통지’와 ‘감청 등 통신제한조치’, ‘실시간 접속 IP 추적을 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 등 총 10건의 문건이었습니다. 그 문건들을 꼭 피고인의 부모님께 보내야 했는지, 보내야 했다면, 전체를 하나로 묶어 보내지 않고 따로따로 한 장씩 보내면서 10번의 사인이 이루어지게끔 해서 공포를 조장해야 했는지... 물론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부모님 아이디를 개설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법 집행 행위들이겠지만, 그 부분은 피의자 조사 때부터 피고인이 이미 인정을 하였는데도, 부모와 자식 간에 쓸데없는 긴장과 불화를 유발하고, 자식의 일 때문에 또다시 부모까지 한을 맺히게 하는 것을 볼 때, 통탄스럽습니다. 

   또한 제 가족들은 2년 넘게 뿔뿔이 흩어져 있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작은 아버지 댁 방 한 칸을 빌려 온가족이 함께 모여서 살면서 닥친 여러 문제들을 헤쳐 나가기로 부인과 아들이 피고인과 함께 2011년 1월 초순, 온가족 합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다시 눈물을 머금고 이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또 언제일지 모를 미래를 기약하며 각각 따로 살아가자며 흩어져야 했습니다. 국보법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왜 국보법 때문에 가족이 흩어져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가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피고인 같은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국가란 이름으로 왜 이렇게, 본인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고 있는지 누구라도 붙잡고 한번 묻고 싶습니다. 


   검찰이 이적단체라 주장하는 비합법 점조직 형태의 그 무슨 지하당은 원래 존재한 적이 없는데, 존재하지도 않은 것으로 제가 엮어져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자들도 ‘각의’라는 것을 역시 한 적이 없다 하고, 피고인도 무슨 강령, 당헌 당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국가보안법이 또다시 없는 것으로 죄를 만들어 내, 한 사람을 엮어 넣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스럽고 기가 막힙니다만, 이런 일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보안법 하에서 벌어지는 민족분단의 온갖 왜곡들이 바르게 펴지는데 작은 힘일지라도 함께 보태고, 야만이 지성과 양심을 이기지 못하도록, 본 재판을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임할 것입니다. 


                                                   2011년 8월 12일 피고인 (인)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26 부 (합 의) 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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