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이라크 난민여성 매춘 내몰려

인디펜던트 24일 보도 '충격', 시리아 국경도시 실태 분석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6/25 [17:33]

5만 이라크 난민여성 매춘 내몰려

인디펜던트 24일 보도 '충격', 시리아 국경도시 실태 분석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6/25 [17:33]
내전폭력 피해 시리아로 몰려드는 소녀들 성노예로 전락

 시리아 수도 변두리에 있는 한 어두침침한 클럽. 월요일 밤인데 20여명의 소녀들이 번쩍거리는 디스코 불빛에 맞춰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몸에 꽉 끼는 청바지, 상채를 거의 드러낸 윗옷, 무릎까지 올라온 부츠 차림이었지만 아무리 치장을 해도 10대 중반의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 전통적 무슬림 사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이곳에선 그리 낯설지 않다. 이라크전이 나은 섹스산업이 성행하고 있어서다.

무대 뒤에는 매니저가 돈벌이를 하며 가죽의자에 앉아있다. 한 사우디 출신 고객이 소녀 한명을 고르려고 하자 매니저는 5백달러를 부른다. 그는 3백달러로 깎는다. 어두침침한 옆방에서는 또 한 무리의 소녀들이 막 들어와 온몸을 싸고 있는 검은 옷을 벗고 립스틱과 마스카라를 바르고 있다. 클럽 밖에 세워놓은 차로 미루어 짐작컨대 고객들은 걸프만 지역에서 몰려온 이들. 보수전통을 피해 사우디 국경을 넘어온 젊은 남자들이 고객의 대부분이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가 24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라크와 접경지역인 시리아 국경도시의 한 매춘소굴을 취재한 결과. 기자는 한 시리아 여성단체 간부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국경도시에서 몸을 파는 여성의 95%가 이라크 소녀라고 보도했다. 그 수만 자그만치 5만명이란다.

▲ 이라크 국경 시리아 도시의 매춘 실태를 보도한 한 인터넷 미디어 기사.     © 인터넷저널


 보도에 따르면, 기자의 취재질문에 대부분이 말을 꺼리는 데 자하라라는 16살의 소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거의 반라차림의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그녀는 전쟁이 터지고 바그다드에서 이곳으로 피난 온 이래 줄 곳 이 클럽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이 짓이 싫죠.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습니까? 제 동생을 돌봐야 하거든요. 이라크 상황이 빨리 좋아지기만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빨리 돌아가게요."

그녀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한 소녀를 가리켰다. 긴 검은 머리의 여인인데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나이로 보인다. 나디아인데 13살이며 두 달 전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언니 자하라가 귀띔해 주었다.

이라크 소녀들은 젖가슴을 서로 비벼가며 야한 춤을 춰댄다. 한 소녀가 고객에게 윙크를 보낸다. 소녀들은 무대쇼를 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돈을 내고 무대에 입장하며 여기서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장료를 낭비하게 된다. 성공하면 60달러를 벌 수 있는데 한 달 치 공장노동자 월급에 해당한다.

시리아에는 지금 백만명 이상의 이라크 난민이 있는데, 대부분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나 아버지를 잃은 소녀들이다. 합법적으로 돈벌이가 금지돼 있다 보니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성산업 외 별로 없는 실정이다. 얼마나 많은 여성이 매춘업에 빠져드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라크 여성단체인 '여성의지' 설립자인 하나 이브라힘은 대략 5만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이라크인들이 대거 몰려 사는 황폐한 도시 사이다 자이납 안의 매매춘 소굴에서 파티마를 만났다. 이곳은 예언자 모하메드의 손녀딸을 기리는 사원이 있어 매년 수천만명의 시아파교도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남편이 살해되고 시리아로 왔습니다. 두 아이를 혼자 떠맡게 됐죠. 숙모가 먼저 이곳에 왔는데 절 불렀습니다. 오빠들도 가라고 성화였죠." 파티마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숙모가 무슨 일을 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티마는 20대 중반.

나를 안내한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매춘부로 일하는 이라크 소녀의 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시리아여성감시소(SWO)에서 일하는 바삼 알카디는 "일부는 이라크에서 성노예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지만 나머지는 아버지나 삼촌 등 가족들에 이끌려 이곳에 와 몸을 팔기 시작한 처녀들"이라며 "친인척 남자들은 그녀들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곳으로 데려와 매춘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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