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엄마’ 충격고백, “좀 쉬렵니다”

이라크전 아들 잃은 시핸 평화운동 접고 고향 새크라멘토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6/16 [15:39]

‘반전엄마’ 충격고백, “좀 쉬렵니다”

이라크전 아들 잃은 시핸 평화운동 접고 고향 새크라멘토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6/16 [15:39]
미국에서 지난 2년간 반전평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신디 시핸이 얼굴마담 노릇을 그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관심을 끈다. 2005년 8월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 외곽에서 부시를 좀 만나야겠다고 농성을 했던 여인이다. 한해 전 이라크전에서 살해당한 아들 케이시가 누굴 위해 죽었는지 따져봐야겠다고 했던 ‘반전 엄마’였으니까. 그런 시핸이 왜 이런 충격적인 결정을 했을까?

그녀는 28일 진보적 블로그 미디어에 ‘관심 끌려고 환장한 매춘부’라는 글을 올려놓고 고향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현충일 아침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결론’이라며 내놓은 이 편지 내용은 분명했다. 부시가 내놓은 이라크 전쟁비용법안을 민주당이 철군시한을 못 박지 않은 채 통과시켜 준 데 대한 서글픔이요 분노였다. 민주당을 탈당하자 쏟아진 욕설, 2년간 투쟁하며 얻은 병 역시 고통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역시 모호하긴 마찬가지. 왜, 도대체 왜, 현충일 아침에 ‘평화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편지 한 장 달랑 써놓고 내려가 버렸는지 궁금하긴 마찬가지. 아, 이 궁금증을 풀어준 미디가 하나 있다. 바로 ‘지금 민주주의를’이라는 뉴욕에서 발행되는 독립언론이다. 이 언론의 간판스타인 에이미 굿맨이 시핸과 전화로 나눈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가슴이 찢어질듯 아픈 결론”

 
▲지난 3월 18일 이라크전 4주년을 이틀 앞두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디시에서 반전 시위 중인 신디 시핸.     ©
“부인과 질환이 도졌습니다. 지난해 어느 날 하혈을 했는데 내몸 피의 절반가량을 흘렸나봅니다. 죽음 직전까지 갔고요. 두 번이나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감염도 심각했고요. 내 몸이 망가져가는 신호겠죠. 인생이 소모되는 거 말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됐지만 실수였습니다. 내 몸이 버틸 수 있도록 치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지난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시핸이 한 답이다. 시핸은 이어 2004년 4월 어느 날을 회고했다. “좀 늦게 일어났습니다. 일요일이었으니까요. 집청소, 빨래, 쇼핑 등 밀린 일을 좀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CNN을 보고 있었죠. 바그다드 폭발사건으로 8명의 병사가 죽었다는 겁니다. 헌데 세상에, 내 아들 얼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이는 ‘무슨’이라며 지나쳤죠.”

4시간 뒤 시핸은 미국방부의 통보를 받았다. “울고, 울부짖고, 또 울고 그랬습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납니다. 문득 밖을 보니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입니다. 독한 술을 마시고 또 마셨죠. 미친년처럼 마구 웃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간 잠을 안 잤습니다. 다시 깨어나는 게 두려워서요. 내 사랑하는 케이시가 죽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거든요. 누구에게든 달려가 내 아들이 죽었는데 당신의 어떻게 그리 태평할 수 있느냐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2달 뒤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 하지만 무관심 한 듯 한 표정, 죽은 아들 이름이 뭔지도 몰라 ‘그’라고 하는 부시에게 시핸은 “케이시, 내 아들 케이시가 당신들을 위해 죽었다”고 소리 지른 걸 회고했다. 그리고 이라크전으로 아들, 딸, 남편, 아내를 잃은 이들과 합류해 평화운동을 시작했다.

 “몹쓸 정치시스템에 저항해야”

 “제가 그만둔다고 하니까 많은 미국인, 이라크 파견 병사들, 무슬림들이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난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렵니다. 전 좀 쉬어야 하거든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야 하니까요. 더 강해져서 돌아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에 했던 방식으로 운동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치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거나 함께하지 않을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큰 운동의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하답니다. 모두가 추악한 전쟁을 그치도록 나서서 싸워야죠. 몹쓸 정치시스템에 저항해야하고요.”

편지 제목을 ‘관심 끌려고 환장한 매춘부’라고 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민주당을 탈당했고, 당내 일부 좌파들과 논쟁도 벌였습니다. 근데 그들은 내가 민주당을 비판하자 저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날 어떤 이가 이 단어들을 동원해 나를 비난했습니다. 착잡했죠. 결심을 해야 할 때라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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