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확보' 서방군사개입 ‘위험 불장난’

[알자지라] 애슬리·지아드 UCLA 교수 "반인권 군사개입" 경고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3/22 [02:43]

'원유확보' 서방군사개입 ‘위험 불장난’

[알자지라] 애슬리·지아드 UCLA 교수 "반인권 군사개입" 경고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3/22 [02:43]
리비아 반정부세력이 투쟁 4주째를 맞아 카다피군의 맹렬한 공격에 밀려 위축되는 가운데 유엔과 서방이 전격 군사대응을 시작하자 이를 두고 ‘석유자원을 노린 전쟁개입’일 뿐 아니라 이라크전 전철을 따라가는 위험한 ‘불장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 등 서방세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리비아 정부공군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로 맹폭을 가하고 있지만 이는 큰 민간인 피해를 조장할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군사타격 보다는 ‘민간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개입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슬리 U. 발리 UCLA대학 법학교수와 지아드 아부-리쉬 UCLA 박사과정(역사) 학생은 알자지라 방송 온라인 영어판 20일자에 실은 기고문에서 유엔안보리의 ‘비행금지구역’ 결정과 뒤 이은 서방 국가들의 리비아 정부군을 겨냥한 공습과 포격에 대해 이같이 언급하고 새로운 연대와 개입방법을 주문했다.

미국, 흔들리는 중동리더십 재설정?

이들은 먼저 미국과 유럽 주요나라가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결의에 이어 신속하게 군사적 타격에 나선 것은  △원유수급 불안 예방 △미국의 중동지역 내 흔들리는 리더십 재설정 △유럽으로 밀려들 난민문제 사전봉쇄 등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이는 카다피정권에 대항해 싸우는 이들의 지원요청 이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독재정권 피압박에 맞선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한 외부세력의 군사개입은 역사적으로 볼 때 모두가 개입국가의 전략적·경제적 숨겨진 이익추구로 변질됐고 이는 결국 애초 취지를 망각할 뿐 아니라 더 큰 인권침해를 불렸다며, 현재 진행 중인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개입도 그럴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따라서 외부세력의 리비아 반정부세력과의 연대는 ‘리비아 민간에게 그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는 연대’여야 한다고 언급하고, 리비아 반정부세력이 원치 않는 개입국가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그 어떤 전쟁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세계가 유엔안보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뒤 전격적으로 리비아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 '원전수급'과 '중동에서 무너지는 지도력 확보' 이익을 관철하려는 처사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지에 있는 리비아인들의 인권 고려 없이 공습이 이뤄져 '이라크전 전철'을 되풀이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다시 말해, 외부지원은 리비아 내부 반정부 세력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반정부 세력이 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외부 지원세력은 이들 민간 또는 반정부 세력을 포함한 무차별적 피해가 우려되는 어떤 군사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따라서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도움이 리비아 시민들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에 필요한 창의적 지원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가장 긴급한 것은 의료와 식량 및 음료 지원. 그 다음은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이주민과 리비아인을 안전한 피난처로 안내하는 일. 경제난에 시달리는 인근 튀니지나 이집트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

리비아인 원치 않는 ‘자기들만의 연대’?

이들은 또 리비아 반정부투쟁을 지원하는 방법도 군사개입 말고 벵가지 지도부에 전술적 정보제공이나 카다피군 통신마비 등이 있을 수 있다고 꼽고, 그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며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반정부군을 무장시키는 방법, 그들 지휘관을 훈련시키는 일 등도 요청된다고 꼽았다. 다음은 기고문 주요내용 발췌문. /필자

한 국가 내부문제에 대한 외부세력 군사개입의 가장 큰 문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오랜 침략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세월 인권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수많은 군사개입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는데 숨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라크에도 1991년부터 2003년 사이 사담 후세인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취지로 ‘비행금지구역’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외부세력에게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합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면죄부로 악용됐고, 그 결과 수만명의 민간인 목숨을 앗는 결과를 낳았다.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했지만, 테이블이슈인 인권은 오간데 없게 된 것이다.

리비아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에는 미국의 중동지역 리더십 재설정, 유럽으로 밀려들 난민 문제 사전봉쇄, 원유수급 불안 예방 등의 숨은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을 억누르는 독재정권에 대항에 싸우는 이유와 미국·프랑스·영국 등이 이들을 지원한다고 군사적으로 개입해 원유확보나 난민유입차단 등의 이해를 실현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비행금지구역’ 서방`리비아 동상이몽

독재정권으로부터 피압박민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한 외부세력의 군사개입은 역사적으로 봐도 개입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추구로 끝났을 뿐이며, 침략자의 더 큰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현재 진행되는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개입도 그래서 문제다.

리비아에서 카다피 독재와 싸우는 반정부세력과 이를 돕겠다며 군사적 개입을 한 외부세력간 동상이몽은 분명하다. 최후위기의 순간에 어쩔 수 없이 개입했다고 강변하겠지만, 서방은 군사적 공격을 개시하기 전 이미 자국민을 리비아로부터 소개시켰다.

자국민이 리비아에 거주하는 상태에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면 그 공격으로 직접적 상해를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도 카다피정권의 박해를 받을 수 있기에, 자국민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철수시킨 뒤 공격을 하는 것이다. 군사공격은 직간접적 피해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개입 전 자국민을 항공기로 피신시킨 서방국가들 누구도 리비아 민간인이나 이 나라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피해를 우려하는 인도적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인권보호가 이번 군사개입의 최고 목표라면 그들은 당연히 이런 조처와 고민을 먼저 했어야 옳다.

분명하게 말하건 데 모든 형태의 개입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반대하는 건 이익보다 해를 많이 끼치는 개입이다. 특히 리바아내전에 개입해 자국의 이익과 지배력을 관철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서방의 개입은 따라서 카다피군이 반정부군을 학살하는 걸 예방하려는 목적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외부개입은 카다피군이 살상무기를 활용해 반정부군에 입힐 피해보다 그 부작용이 적어야 하며 이를 예방할 차원에서만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공격해도 안전? 리비아인 어쩌라고...

또 ‘비행금지구역’에 이은 군사개입은 리비아인 인명피해를 더 키울 우려뿐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수호자로 리비아의 자치권수호를 내세우는 카다피의 입지를 더 강화시켜줄 우려도 있다. 카다피군에게 제국주의 침략 수호전쟁 기치를 올리도록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원유확보 등의 서방세계의 병참·정치적 이유에서 시작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위험한 ‘맞불’을 놓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맞불 작전이란 안전지대를 확보하려는 것인데, 안전지대 없는 맞불은 화염속에 갇혀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

지금 리비아인들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데 연대의 힘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대해 분명한 목적 없이 여러 이해에 따라 군사적 개입을 하는 것은 ‘리비아 민간인에게 피해를 까치지 않는’ 외부개입이라는 대원칙을 결코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

‘비행금지구역’ 요청이 리비아 내부에서 나왔는지 아님 아랍연맹에서 나왔는지, 또는 그 목소리의 진정성이나 합법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문제지만, 외부세력의 군사개입이 지원을 요청한 이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군사개입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군사개입을 주문하는 서방이나 아랍연맹 모두 리비아 반정세력이나 민간인인권 이해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개입은 지원하는 외부인들의 이해와 동기가 섞여 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 되풀이, 침략전쟁 면죄부...

국제사회에 리비아 반정부세력을 돕지 말자고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지구촌 이웃으로 당연하게 그런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군사개입은 리비아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우려된다.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인명살상을 부를 수 있기에 그렇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군사개입을 요청한 아랍연맹의 많은 나라들 역시 자국의 내부 반정부 투쟁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연 독재 카다피 정권을 제거하자며 외부세력의 개입을 요청할 자격이 있을까?

바레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군인들이 왕가의 지배에 맞선 국민저항을 진압하려고 작전을 펴고 있다. 이 하나만 봐도 아랍연맹과 걸프협력회의 소속 나라들의 대리비아 서방 군사개입 요청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리비아 군사개입을 주도한 G8국가도 그들의 이번 조처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동맹국의 민주화운동 탄압을 계속 모른 척 해왔고, 또는 독재정권을 지지하거나 타국을 침략해 현지인을 독재 지배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반정부세력은 권력교체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외부 도움 없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나라를 바꾸고 그 미래를 새롭게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기여한 건 거의 없었다.

“리비아인이 원하는 도움을 찾아라”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등 그간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대 리비아 제재는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 게다가 가장 우선했어야 하는 카다피와 그의 가족들의 해외망명 협상도 하지 않았다. 이웃 나라 벤 알리나 무바라크가 그랬듯이 망명길을 터줬으면 큰 피해 없이 끝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되레 ICC에게 카다피 정권 조사와 범죄재판을 권고해 카다피와 그의 자식들이 조용히 망명할 길을 봉쇄하는 공개적 신호를 보냈다. 그 결국 카다피에게 끝까지 전투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몰고 간 측면도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도움은 리비아 반정부세력과 민간인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가장 시급한 건 위기에 처한 리비아인들에게 구호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가 의료지원과 필수 식량 및 청량음료이다. 이어 리비아에 발이 묶인 아프리카 이주노동자, 그리고 리비아 민간인의 안전한 피난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인근 가난한 국가들에게 부담을 짊어지도록 방치하지 말고 대리비아 교역으로 혜택을 많이 누린 유럽 나라들이 그 부담을 나눠지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리비아 반정부세력을 지원하는 방법은, 반정부세력에게 전술적 정보를 제공하는 일, 카다피군 통신을 마비시키는 일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을 강구할 때는 그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반정부군을 무장시키는 일 또는 그들 지휘관을 훈련시키는 업무 등도 비공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일이다.

서방, 카디피제거 차기정권옹립 간여말라

다시 한 번, 우리는 리비아 반정부투쟁에서 우리의 역할을 진심으로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한다. 국제사회는 카다피정권을 제거하고 차기정권을 세우는 데 간여해서는 안 된다. 리비아인과 진정한 연대를 원한다면 그들이 국제사회에 바라는 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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