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의 정 끊는 비인도적 행위 안 된다

북 표류주민 31명 전원송환으로 이산가족 예방하고 남북관계도...

인병문 | 기사입력 2011/03/13 [18:27]

혈육의 정 끊는 비인도적 행위 안 된다

북 표류주민 31명 전원송환으로 이산가족 예방하고 남북관계도...

인병문 | 입력 : 2011/03/13 [18:27]
지난달 5일 연평도 부근으로 표류해온 북 주민 31명에 대해 남측 당국이 27명을 송환하고 4명을 잔류시킨다는 방침에 대해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남북관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남북대화와 국제적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제가 될 사안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한 꼴이다. 표류한 지 한 달이 넘으면서 남북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적 조치’에 대한 주장도 각각이다 .

표류주민 31명 전원을 배와 함께 송환하는 것이 답이다. 이른바 ‘탈북자’도 아닌 조업 중 불가항력에 의해 표류한 주민을 잡아 놓고 무려 한 달 가까이 무슨 조사니 심문이니 한 끝에 ‘자유의사’라는 명분으로 4명을 잔류시키는 것은, 북측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혈육의 정을 끊는 비인도적 행위이다. 천만 이산가족의 한을 이야기하며 인도적 차원의 상봉을 주장하는 정부가 21세기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드는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히, 당국에서 주장하는 ‘자유의사에 따른 귀순’이란 부분과 ‘송환 시 가혹한 처벌을 고려한 인도적 조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누가 봐도 객관성이 결여된 당국의 일방적 주장이며, 냉전적 반북인식을 바탕으로 한 궤변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측 가족이 보내온 편지을 이들에게 무슨 조건을 제시하며 보여주지 않는 것도 허울뿐인 ‘인도주의’임을 드러낼 뿐이다.

‘자유의사에 따른 귀순 결정’이라는 당국의 주장은 표류 직후 언론에 보도된 ‘31명 전원이 송환 요구’라는 언론의 보도와 다른 것이다. 거기다가 예전과 달리 한 달 가까이 장시간에 걸친 심문으로 ‘귀순공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 구경과 산업 시찰 등을 통한 귀순공작’ 의혹에 대해 당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지만, 이유 없는 장기간의 심문과 조사내용 비공개 등은 이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북측의 조선적십자회가 “우리 주민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귀순공작’을 하면서 회유, 기만, 협박으로 남조선에 떨어질 것을 강요하는 비열한 행위에 매달렸다”고 주장하는 것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8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문 과정 중 일부 언론에서 처음에는 전원 다 돌아간다고 하다가 25일째부터 4명 정도가 귀순 의사가 있다고 흘러나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에 좀 오해를 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송환 시 가혹한 처벌을 고려한 인도적 조치’라는 주장은 냉전적 반북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북측의 가족들이 남측 당국에 편지를 보내 조속한 송환을 촉구한 것은 ‘송환 시 가혹한 처벌’이라는 말이 허구임을 잘 보여준다. 북측 가족들은 9일 통일부 장관과 적십자사 총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전쟁 시기도 아니고 평화 시기에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안해가 생리별을 당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억울하고 분통한 일”이라며 “우리들은 남조선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강력히 항의하며 억류된 우리 가족 31명 전원이 자기 배를 타고 나갔던 길로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게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들은 ‘잔류’ 4명에게 따로 편지를 보냈으며, 가족들의 인터뷰 동영상도 북측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남측 당국의 주장처럼 가혹한 탄압이 가해진다면 그 어떤 가족이 이렇듯 절절하게 만남과 송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것 역시 북측 당국의 강요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할지 궁금하다.

남측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국민 누구나 눈시울을 적시는 그런 고통을 더 이상 만들면 안 된다. 4명에 대한 ‘잔류’ 방침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한을 넘어,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야 할 21세기 한반도에서 또 다시 혈육의 정을 억지로 끊는 비인도적 행위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이산동포들의 상봉 사업을 진행해온 재미동포 김현환 박사의 “6.25전쟁으로 흩어진 천만 이산가족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아직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한을 안고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마당에, 다시 이산가족을 만들려고 하는 이남  당국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가슴이 메워 온다”는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고착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이들 31명에 대한 무조건적인 송환이 이뤄져야 한다. 대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에서 출발한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표류로 남측에 온 이들을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고향으로 보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한 달 이상 시간을 끌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태까지 왔지만, 지금이라도 배와 함께 전원 송환함으로써 신뢰와 이해를 높여야 한다. 더 이상 군색한 변명으로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대화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정부 당국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인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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