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아랍 만변통치약 아니다"

[기고] 레브 그린버그 교수 “독재종식 보다 부패추방 더어려워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3/01 [15:53]

"민주주의, 아랍 만변통치약 아니다"

[기고] 레브 그린버그 교수 “독재종식 보다 부패추방 더어려워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3/01 [15:53]
아랍 전역이 민주화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서구식 민주주의 이식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종과 종교가 여럿으로 구성된 나라의 경우 그룹간 공존합의와 법제도적 보장 없이는 집권그룹이라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유고슬라비아. 민주화를 겪으며 10년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고 그 결과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를 거쳐 7개 나라로 분리됐다. 오래된 사례 중 하나는 미국. ‘인민의 정부’를 선언하고 민주국가를 창건했지만 ‘우리, 즉 국민’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토착민을 대학살했다.

따라서 중동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면 일반 원칙에 중동의 특성에 맞는 인종, 종교,부족 구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현재 이집트는 문화역사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없으나 이란, 바레인, 리비아 같은 경우 반드시 인종이나 종교 그룹간 공존(상대적 자유) 합의를 거쳐 법제도적 보장과 권력균형의 틀을 만든 다음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가 알 자지라 방송 영어 온라인판에 지난 28일 오른 레브 그린버그 교수(이스라엘 네게브에 있는 벤구리온대학 정치경제학)가 ‘민주주의, 만병통치약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발췌, 게재한다. /편집자


유고민주화, 집단학살·인종청소로...

이집트인들은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3주만에 큰 충돌 없이 독재자를 몰아내는 빛나는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런 자유와 일치, 그리고 연대의 메시지는 오랫동안 중동과 전 세계에 메아리 칠 것이다.
 
▲ 이집트 무바라크 독재가 18일간에 걸친 민중봉기로 무너졌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독재가 남긴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 알자지라



물론 아직 민주주의까지는 멀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적 지혜로 볼 때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의 나라에 예견되는 각종 어려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그런데 이집트 또는 이들을 따르는 중동 인근 나라들에게 꼭 하고픈 말은 민주주의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국민의 문화적 갈등과 관련한 문제들은 민주주의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성숙된 문화 단일성을 가지고 경제적 부를 향유하는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정형화된 원리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발전된 서유럽에서 중산층이나 노동자계급이 평화롭게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잘 어울린다.

계급간 세력의 균형이나 국민적 교감이 없는데 일반 민주주의 원리를 그냥 적용할 경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나라별 사회와 경제 등의 제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일반적 민주주의 원리에 더해 헌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일반 요소를 조정해야 한다.

그럼 민주화의 위험성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경제적 지위에 따라 문화정체성이 달라지는 경우 민주주의는 해결책이 되기보다 문제를 악화시킨다. 민주주의는 문화적 갈등을 폭력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왜냐면 다수(집권자)에게 소수를 억압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문화·종교 갈등 무대책

정치사회학자인 마이클 만은 이런 경우 민주주의는 종족이나 인종간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고 했다. 중동 같은 데서는 종교와 세속 그룹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유고슬라비아 민주화과정. 10년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고, 그 결과 집단학살과 인종청소를 거쳐 7개 나라로 분리됐다.

가장 오래된 사례 하나는 미국. ‘인민의 정부’를 선언하고 민주국가를 창립했지만 미연방은 ‘우리, 즉 국민’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토착 미국인들을 대학살했다.

▲ 아랍권이 민주화 시위로 요동치고 있다.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 그리고 리비아와 예멘까지... 하지만 서구일반의 민주주의가 들어선다 해도 인종과 종교 그룹간 공존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부정부패를 해소할 대책이 없이는 사상 누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알자지라


물론 이집트는 이와는 좀 다르다. 오랜 전통이 있고 문화 단일성과 종교그룹간 관용이 있으니까. 그러나 이집트모델을 이란, 바레인, 리비아 같은 중동국가에 적용하는 건 요르단이나 시리아가 겪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두 나라에서는 베두인과 팔레스타인, 수니와 알라위 간 갈등이 심각하다. 이라크나 레바논에 민주주의를 그냥 도입하면 사회적 갈등을 이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봉기를 폭력적으로 억누른 것은 지배하는 인종그룹이 정치적 통제권이나 물질적 욕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민주화가 됐고 소수 인종의 독립을 보장한다는 나라에서 말이다. 양측의 권력 균형이 유지되지 않으면 폭력적 결과를 부름을 입증한다. 수단이 그렇듯이.

따라서 이런 조건하에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나라들과 그룹은 가장 먼저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이어 전 구성원과 그룹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각 문화(인종)그룹이 자신의 독창적 문화나 관습을 유지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조건하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보장받을 헌법과 법제도, 그리고 공정한 선거와 권력균점 등이 필요하다.

‘민주 미연방’ 토착인 대학살을 보라

이집트의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과 대부분이 겪는 빈곤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아무리 민주적 권력이 들어선다 해도 독재세력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가장 유사한 민주주의 실패 사례가 바로 아르헨티나. 2001년 12월부터 시위대는 길거리에서 “모든 정치인은 꺼져라”고 외치며 2년간 5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좌파권력을 쫓아내고 민주적 선거로 들어선 정치권력은 경제난을 해소하겠다며 집권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파 민선정부는 IMF지침에 따라 정책을 폈다. 핵심은 자국 중산층이나 노동계급 보다는 외국의 투자자 권리를 더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중소상공인들의 소득 70%가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사용되고 말았다.

이집트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게 필수라고 하더라도 서구 일반의 헌법 또는 정부시스템으로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집트의 새 정책집단은 자유화와 민주화에 더해 경제적 문제를 풀어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독재자 한명 쫓아내는 것보다 부패사슬을 뽑아내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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