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MB ‘평지타령’ 어불성설

[폴리스코프] 자신에게 바통 넘겨준 전임자 어찌 대했는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02/23 [09:38]

'내리막길' MB ‘평지타령’ 어불성설

[폴리스코프] 자신에게 바통 넘겨준 전임자 어찌 대했는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2/23 [09:38]



취임 3년도 안 됐지만 ‘레임덕’ 얘기가 나온 건 벌써 오래다. 아이러니한 건 그 주인공이 유난히, 아마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자주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고 말해왔다는 사실이다.

곧 취임 3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올랐다. 이 대통령은 내리막에서 “지금 내려가는 길이니까 사람들이 내려가는 길만 있는 줄 아는데 또 오르막길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지율과 관련해 “난 그렇게 정치하지 않는다”며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말하고,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산행 후 식사자리에서 그는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고 표현하더라”며 “그건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나는 평지의 릴레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지를 내가 5㎞를, 5년간 뛰고 나면 그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주는데 다음 사람이 우수하면 속도를 내서 결국 우승도 하는 그런 개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찌 이 대통령뿐이겠는가. 단임제 하에서 집권했던 모든 대통령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자 문제의식이었을 것이다. 과거 직설적이었던 표현이 상당히 은유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또 다시 반복된 ‘레임덕은 없다’는 주장에는 애처로움을 지나 안쓰러움과 민망함까지 겹친다.

MB는 “앞으로 몇 년치…” 국민은 “며칠만…”

이 대통령은 또 “2년 남았으면 아직도 몇년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세를 나무랄 국민은 없다. 다만 평소에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왔는지에 따라 대통령의 ‘의욕’과 국민의 바람 사이에 괴리가 커질 수는 있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몇 년치’ 분량의 일이 하고 싶지만 국민은 그냥 ‘며칠’ 분량만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1일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가 보도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신통치 않았다. 현 정권에 가장 우호적인 동아일보는 ‘일반인 평가’라는 항목에서 “잘한다”는 답변이 47.3%로 “잘 못한다”고 답한 45.4%보다 많았다고 보도했지만, 중앙일보는 “잘했다”는 답변이 44.7%에 그쳤고, 반면 “잘못했다”는 답변이 53.6%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했다.

한국경제의 보도는 중앙일보보다 ‘진일보’한 것이었다. 이명박정권의 국정운영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33.8%로 1/3을 겨우 넘긴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무려 55%에 달했다. “살림살이가 3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답변은 겨우 14.4%였고, 친서민정책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답변이 월등하게 높았다. ‘경제대통령’의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한겨레신문의 이날 1면 톱뉴스는 “민생경제 ‘연쇄부도’… 헛말 된 ‘경제대통령’”이었다. “민생경제에 무능한 정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구제역 발생 초기 6일을 방치했고, 1개월 후에 백신접종을 시작했으며, ‘부실매몰’로 2차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신년연설에서 ‘구제역’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던 대통령은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첫 긴급장관회의를 열었다.

‘오르막’ 땐 생각도 않던 ‘평지’가 내리막엔 그리워

집권 첫해 있었던 물가대란은 3년 만에 ‘재방’됐다. 3년 전 이명박정권이 강조했던 ‘외부 탓’은 이번에도 ‘재탕’됐다. 5년간 300만개 창출하겠다던 일자리는 지난 3년간 39만6000개에 그쳤다. 남은 2년을 ‘몇년치’로 활용해 460만4000개를 추가해야할 상황이다. 참고로 이명박정권이 그토록 비웃었던 참여정부는 5년간 126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100주 연속 인상’을 눈앞에 둔 전세대란도 빼놓을 수 없는 이명박정권의 ‘업적’이다. 공공임대 건설은 참여정부 시절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집값을 유지하려다보니 작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대책 없이 벌여놓은 뉴타운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전세난민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그 와중에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 나는 이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한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는 말이었지만 앞뒤가 잘린 채 “대통령 못해먹겠다”로만 알려진 그 발언을 ‘악용’한 셈이다.

‘내리막’에 접어들면 누구나 ‘평지’를 원한다. ‘오르막’ 땐 언감생심 생각지도 않던 ‘평지’가 ‘내리막’을 맞아 그리운 게다. 하지만 ‘평지’는 ‘오르막’에서 말했어야 한다. 자신에게 바통을 넘겨준 선수를 얼마나 야박하게 대했는지, 그래서 그의 마지막이 어땠는지를 기억하는 국민에게 ‘평지타령’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뿐이다. 굳이 권력적 측면에서 안 보더라도 말이다.
 
뉴스페이스, 이기호 기자 http://j.mp/ecpa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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