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인연부부 행복 지켜주세요"

[편지] 피해자 부인 "오세훈 시장 손배소로 고통, 힘겨운 시간"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02/18 [10:58]

사회·문화

"촛불시위 인연부부 행복 지켜주세요"

[편지] 피해자 부인 "오세훈 시장 손배소로 고통, 힘겨운 시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2/18 [10:58]

신혼부부의 행복한 일상을 지켜주세요.

저희는 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촛불로 인연을 맺은 신혼부부입니다. 세상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부끄럽게 밝히며 2009년 결혼을 했습니다.

촛불을 밝혔던 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우리 부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고, 평생 잊지 못할 일입니다. 하지만 유례없는 민사소송으로 요즘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앞서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촛불 1주년 기념행사에서 연행, 구속되어 두달여 동안 구속수감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형사재판이 대법원까지 가서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도 충분히 억울하고 고통스런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석방되기도 전에 시작된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손해배상소송으로 그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3천만원, 아니 8명이 연대배상을 해야 한다는 2억 3천 5백만원이 어느 정도의 돈인지도 잘 모르는 서민입니다.

솔직히 서울시가 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고,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썼다는 143억원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돈이며, 서울시민들의 세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문화재단은 정말 손해가 막심해서 시민들한테 2억이 넘는 돈을 꼭 받아내야 되는지....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민사소송이 진행되면서 너무 억울한 일이니까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솔직히 3천만원이란 돈 때문에 앞날이 막막하기도 합니다.

어렵게 마련한 전세집과 남편의 직장이 어떻게 될까 늘 두렵습니다. 사실 제 남편은 아이를 갖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저도 민사소송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그게 낫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새해 소원으로 식구 늘려오라는 양가 부모님 말씀이 귓가에 어른거리며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됩니다.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시민들은 심지어 미성년자를 비롯해 갓 결혼한 신혼부부 등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4억여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금은 한 가정의 파탄을 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자르는 혹독한 한파입니다."

처음 가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던 제 남편이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진을 찍던 저도 울컥했습니다. 신혼생활보다 더 긴 1년 7개월동안 쌓였던 억울함이 맺힌 눈물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만이 아니라 민사소송 피해자 8명 모두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혼부부에겐 가정의 파탄,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대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자르는 혹독한 한파, 손해배상청구.... 진정 서울시는 배상금을 받아내야만 하는 것입니까.

쉽지 않은 싸움, 어렵게 용기 내어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불법 무대점거로 서울시민의 축제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금을 내야한다고 뻔뻔하게 기자회견을 했더군요. 가슴이 무너집니다.

촛불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서울시에 세금을 내고 있는 서울시민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믿었던 촛불을 아픈 기억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우리들의 미래를 압류하지 않을 수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촛불이었던 우리들이, 촛불이었던 또 다른 우리들에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