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군부, 의회해산·헌법정지 선언

선거 끝나면 권력이양 약속, 광장시위대 강제해산으로 일촉즉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2/14 [09:09]

이집트군부, 의회해산·헌법정지 선언

선거 끝나면 권력이양 약속, 광장시위대 강제해산으로 일촉즉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2/14 [09:09]

무바라크의 퇴진으로 전권을 위임받은 이집트군부가 헌법을 정지시키고 의회를 해산했다. 하지만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은 채 타리르광장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려해 반발을 사고 있다고 알자지라 온라인판이 13일 전했다.

군최고위는 13일 성명에서 오는 9월 선거를 통해 새 정권이 탄생할 때까지 통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을 중단시키면서 개정을 위한 기구를 발족시키고 그 결과물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덧붙였다.

군부의 이 발표는 내각이 계속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천명한 뒤 나왔다. 총리를 포함한 내각 각료들은 무바라크가 퇴진 직전 임명한 이들이다.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는 이날  첫 국무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임시정부는 민주주의를 완성할 때까지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군최고위·내각총리 13일 성명

그는 질서를 회복하는 게 첫 번째 임무이며 부패와 싸우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정부의 최우선 할 일은 안보를 확보하고 시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모든 권리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 무바라크 퇴진으로 통치 전권을 틀어쥔 이집트 군부가 타리르광장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 알 자지라


 

알 자지라의 카이로 특파원인 제임스 베이스는 이날 잇따라 나온 군최고위와 임시정부 총리의 성명은 서로 상반된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군최고위가 통치전권을 장악한 건 분명하며, 내각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임스는 그러나 군최고위가 성명에서 한 가지 언급되지 않은 게 있는데, 반독재 시위대가 요구한 비상계엄령 해제발표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의회해산 △지난 30년간 유지됐던 계엄령 해제를 동시에 요구했었다.

따라서 시위대 일부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무바라크 퇴진의 진앙지 역할을 했던 카이로 타리르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그런 가운데 13일 광장에는 농성장을 치우려는 군과 유지하려는 시위대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았다.

이에 대해 알 자지라는 “군이 이제 무바라크는 사퇴했으니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위대 일부는 아직 요구사항이 완료되지 않았으며, 군부가 민간정부에 전권을 이양할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 타리르광장에서 농성중인 이집트 반독재시위대 일부가 군부의 농성장 정리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군부가 아직 계엄령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민선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때까지 농성을 유지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 알 자지라


 

“군부 전권장악, 계엄령 해제 안해”

시위자 아샤라프 아메드는 알자지라와 대담에서 “군인들이 농성장 텐트를 철거하고 있지만 저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며 “아직 요구사항이 실현되지 않았으며, 군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 지도자 중 한명인 샤프와트 헤가지는 언론과 대담에서 “군부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시민들은 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일단의 경찰관들이 타리르광장에 몰려와 시민과 연대하겠다고 소동을 벌이다 시위대로부터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바라크 통치기간 경찰은 불법 체포·고문·착취로 악명을 떨쳤고, 최근 반독재 민주화 시위기간에는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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