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위 제안’ 정치협상 실패, 농성지속

이집트 반독재시위대 “타리르광장서 투쟁계속”, 미행정부 비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2/08 [01:56]

‘개헌위 제안’ 정치협상 실패, 농성지속

이집트 반독재시위대 “타리르광장서 투쟁계속”, 미행정부 비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2/08 [01:56]
 

 
반독재 시위대가 7일로 14일째 타리르광장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하루전 정부와 대화 소식에 일부가 농성장을 떠났지만 상당수는 ‘무바라크의 사퇴’를 촉구하며 해방광장을 지켰다고 알자지라 온라인판이 17일 전했다.

이날 광장에서는 지난 시위기간 저격수들에게 살해당한 한 언론인 장례행진이 상징적 행사로 치러졌다. 피해자의 미망인과 딸이 참여했다. 유엔은 지난 시위기간 최소한 3백여명이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알 자지라 카이로 특파원은 일부 시위군중의 직장복귀로 출퇴근 교통정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와 이집트 전반에서 반독재시위 성공을 바라는 염원과 열기가 넘쳐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쇼핑몰의 경우 약탈이 두려워 문을 열지 못하고 있고, 은행들도 몇시간만 영업을 했을 정도죠.”

7일 ‘순례자의 날’ 언론인희생자 장례

군 탱크들은 관공서와 대사관, 그리고 주요 기관의 외곽경비를 계속 서고 있는 상태. 알 자지라 온라인팀 한 프로듀서에 따르면, 광장의 경우 반독재시위대와 군부대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밤 이집트박물관 주변에 있던 군은 발포하기도 했다. 또 군이 광장 농성장 주변으로 철조망을 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 이집트 독재정권과 반독재시위대간 정치협상이 실패로 돌아가 타리르광장을 중심으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알자지라


지난 1월 25일 무바라크의 즉각적 퇴진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후 시위와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오마르 슐레이만 신임 부통령은 지난 6일 반정부시위에 참여하는 6개 그룹 대표들과 만나 정치협상을 시도했다. 거기엔 현정부의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는 무슬림형제단(MB)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타리르광장에서 시위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살마 엘 타르지는 알 자지라와 대담에서 정치협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당들은 우리를 대변할 수 없으며, 언제든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배반할 수 있거든요. 이건 정당이 만든 혁명이 아니잖아요. 지난 30년 동안 그들은 아무 일도 못했어요. 이건 민중혁명입니다.”

일부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대화에 참여한 것 자체가 중대한 양보라고 보고 있다. 그간 이 단체(정치그룹)는 무바라크 사퇴 없이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해왔기 때문.

“독재자 무바라크 사퇴가 먼저지요”

그러나 이집트의 가장 거대한 반정부그룹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에삼 엘 에리안은 알 자지라와 대담에서 어떤 대화라도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타리르광장과 이집트 전국의 시위대 수를 늘릴 것입니다. 우리는 혁명을 강화하려고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무바라크의 사퇴압력을 더 키우려고요.”

하지만 이 단체의 또 다른 이는 MB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했다. 무바라크 사퇴 요구는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압둘 모네임 아보울 포토우는 “이건 대화나 협상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MB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민주국면으로 전환하려면 무바라크가 반드시 사퇴해야 하니까요.”
 
▲ 이집트 슐레이만 부통령이 반독재시위대와 정치협상에서 '개헌위 설치', '질서회복 뒤 계엄령 철폐' 등을 제안했으나 시민사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 인터넷저널


협상이 끝난 뒤 슐레이만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정부는 헌법 개정을 위한 위원회를 제안했으며, 시국이 안정되는 데로 부패한 관료나 공무원을 색출하고, 언론 자유를 보장하며, 비상계엄령을 해제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포토우는 이에 대해 정부가 진정성이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그 걸 원한다면 의회를 해산하고 비상계엄령 철회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엔 무바라크가 집권한 1981년부터 비상계엄 하에 있다.

‘개헌위 제안’ 진정성 결여 퇴짜맞아

이집트 정치협상 결과가 발표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FOX텔레비전과 대담에서 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가 사라진 뒤 또 다시 억압적 정부가 들어서기를 원치 않을 것이며, 무슬림형제단도 한 파벌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특정 정파만의 이해에 맞출 수 없다고 언급한 것.

이같은 오바마 미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이집트에서는 불만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알 자지라 카이로 특파원에 따르면, 반정부시위대는 이번 항쟁과정에서 미국 대통령의 역할을 반기지 않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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