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정부와 대화시작

반정부시위대, ‘선 사퇴, 후 협상’서 한발 물러서 부통령과 협상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2/07 [01:41]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정부와 대화시작

반정부시위대, ‘선 사퇴, 후 협상’서 한발 물러서 부통령과 협상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2/07 [01:41]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적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와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무바라크 사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고 알자지라 온라인판이 6일 전했다.

이집트에서 13일째 반정부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의 중심역할을 하는 무슬림형제단이 6일 부통령인 오마르 슐레이만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 단체 고위 지도자 중 한명인 모하메드 무르시는 정부와의 대화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언급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은 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것에 대해 언론과 대화에서 “시위 군중의 요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반정부시위대의 요구를 묵살하는 정부에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대화에 참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13일째 반정부시위, 중대 국면전환
 
정부와 대화에 참여하는 그룹에는 야당대표들, 독립적 법전문가들, 기업인 나구입 사위리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원자력감시기구 사무총장을 지냈던 모하메드 엘 바라데이도 참여하고 있다.

▲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선 사퇴 후 협상' 입장을 조금 바꿔 정부측과 대화를 시작했다.     © 인터넷저널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은 슐레이만 부통령이 반정부시위 주축세력을 5일부터 만나 대화를 시작했으며, 헌법에 근거해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루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자평의회’라 불리는 한 그룹이 정국해법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는데, 선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의 권력을 슐레이만에게 넘기자는 것이었다. 반정부 시위대쪽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불공정하게 치르겠다는 소리라며 새 의회를 구성해 헌법을 고치고 민주적 대선을 치르는 것이 해법이라고 반박했다.

알 자지라 카이로 특파원은 무슬림형제단이 정부와 대화에 참여한 것은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형제단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논의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그들은 의회해산, 지난 며칠간 폭력에 대한 책임과 심판, 그리고 평화적 시위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 자지라 알렉산드리아 특파원은 무슬림형제단이 대화에 참여한 것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놀라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리아는 무슬림형제단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도시 중 하나. 무바라크 사퇴 전에는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던 종전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약화된 모습이자 큰 양보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무바라크 사퇴’ 대화전제조건 철회
 
이런 가운데 카이로 타리르 광장과 여러 도시의 반정부시위대들은 6일 그간 시위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순교의 날’ 평화행진을 진행했다. 알 자지라 카이로 특파원은 6일 새벽 타리르광장 풍경을 “친정부 시위대 등장으로 양측간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그간의 시위와 비교할 때 조용한 편이며 시위자 수도 조금 줄어든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 무슬림형제단이 슐레이만 부통령과 무바라크 사퇴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정부가 무바라크 사퇴 일정에 혼선을 줄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 알자지라


타리르 광장에서 여러 날 농성 중인 22살의 학생 아메드 압델 모네임은 알 자지라와 대담에서 “우리는 기필코 무바라크 정권을 끝장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혁명도 오랜 기간 계속됐고 결국 민중이 승리해 권리를 쟁취했듯이 우리도 무바라크 퇴진에 총력을 바치면 그리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시위에도 무바라크는 사퇴를 거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바라크는 지난 3일 임기를 마치는 9월 이후 재집권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바라크의 집권 국가민주당(NDP)의 지도부는 5일 사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샘 바드라위가 무바라크의 충실한 부하노릇을 해온 사프와트 엘 셰리프를 대신하는 여당의 새로운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여당안에서 중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인데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 무바라크가 맡고 있는 정책위대표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미행정부는 이에 대해 가말 무바라크 퇴진이 긍정적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집트 행정부가 평화적이고 질서있게 개편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무바라크 사퇴’ 두 목소리
 
오바마 미행정부 특사로 무바라크를 만난 프랭크 와이스너는 5일 향후 이집트 정부를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여론을 확인하고 그 계획이 짜일 때까지 무바라크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PJ 크로울리 미국무부 대변인은 와이스너는 개인자격으로 말하는 것이며 그의 견해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달 25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의 반독재 시위. 질서회복을 노리는 정부에 대항해 향후 얼마나 지속할 지, 그리고 어떤 마침내 30년 무바라크 독재를 쓰러뜨릴 힘을 어떻게 모아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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