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30년독재 ‘막다른골목’ 다다라

[현장] 카이로 해방광장 긴장·불안 팽배, 미국·유럽 퇴진목소리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02/05 [00:00]

무바라크 30년독재 ‘막다른골목’ 다다라

[현장] 카이로 해방광장 긴장·불안 팽배, 미국·유럽 퇴진목소리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02/05 [00:00]
30년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이집트인들의 시위가 무바라크의 집권연장 포기선언과 당국의 카이로 통금령에도 계속되고 있어 민주혁명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비밀경찰의 사주를 받았다는 지적을 받는 친정부 시위대가 등장 시위군중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 폭력을 휘두르고 있어 국제사회의 지탄을 사고 있으나, 당국은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4일 보도했다.
 
경찰과 군의 철통같은 보안 속에 카이로의 대통령궁에 기거하고 있는 무바라크(82)는 3일 미국 방송채널인 ABC뉴스와 대담에서 “62년간 공직을 지켜왔는데,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당장 그만두면 혼란이 계속 될 것이기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덧붙여 9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무바라크는 크리스티안 아만포 특파원과 대담하는 동안 하루 전 친정부시위대와 민주시위대간 폭력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사주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며 무슬림형제단을 비난했다. “어제는 정말 불편했다. 이집트인끼리 싸우는 걸 원치 않는다.” 또 아들 가말에게 대권을 승계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무바라크, “9월까지 임기 마치겠다”
 
무바라크는 대담 말미에 “당신은 오바마를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오바마와 미국이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아만포의 질문에는 오바마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음을 언급했다. “당신은 이집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내가 그만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잘 모릅니다.”
 
이런 가운데 슐레이만 부통령은 3일 무슬림형제단과 대화를 제안했다. 이같은 일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1월 15일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국의 대화제안은 샤피크 총리가 수요일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한 이후 나왔다.
 
샤피크는 유혈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친정부시위가 비밀경찰의 소행으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이통사인 ‘보다폰’은 당국이 시민들에게 친정부시위를 부추기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네트워크를 활용한 것에 대해 비난했다. 보다폰은 3일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에 대항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30년 독재 무바라크 정권이 반독재 민주화투쟁이 확산되며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     ©알자지라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가 그만 두기 전까지는 대화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전 유엔 핵무기감시단 대표 출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를 포함한 반정부 활동가들과 무슬림형제들은 무바라크에게 협상 전까지 사임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모든 세력들이 참여하는 연립정부의 구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무슬림형제단과 시위대 “즉각 사퇴”
 
이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군부는 비교적 중립적 역할을 지켰다고 알자지라는 언급했다. 그간 해방광장 주변에서 시위를 지켜만 봐왔던 군부가 3일 친정부시위대와 유혈폭력이 발생하자 광장주변으로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들은 양측의 투석전에 대해 적극 개입하지는 않았다.
 
광장주변에 임시치료소를 설치하고 부상자를 돌보는 의사들은 3일 무기와 곤봉으로 무장한 친무바라크 지지자의 공격과 이들을 막으려는 반독재 시위대간 충돌로 최소한 10명이 죽고 8백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유엔측은 사상자가 훨씬 더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양측의 충돌은 7천년 문명 유적을 간직한 이집트박물관 인근에서 더욱 격렬하게 전개됐다. 일부에서는 미국산 탱크를 앞세운 군이 개입해 말리기도 했다. 하루동안 산발적 충돌이 계속됐고, 그 때마다 군은 양측을 말리고, 민주시위대 수천명에게는 해방광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알자지라의 카리로 프로듀서(온라인)는 “이날 카이로 도심 충돌은 원시적으로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임시변통으로 만든 바리케이드를 치고 투석전을 위해 조잡하게 만든 투석기를 사용했다는 것.
 
그는 특히 양측이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반독재 시위대는 자율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거점지역을 전략적으로 사수하려고 벽을 쌓았으며, 친무바라크 시위대는 조직적으로 돌을 던지고 퇴각하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정부사주(?) 친정부 시위대 폭력행사
 
이런 가운데 미국정부가 무바라크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하며 권력을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마르 슐레이만 신임 부통령이 이끄는 임시정부에 넘기는 제안을 논의`고심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전해졌다.
 
▲ 이집트의 30년 독재 무바라크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 지도자들도 무바라크 퇴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알자지라

 
아울러 이날 저녁 늦게 아랍의 오랜 동맹국들인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은 미국과 함께 무바라크 권력종식을 촉구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화시위대는 이날 오랜 세월 무바라크의 지지자였던 서방의 지도자들로부터도 독재종식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지도자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권력이양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목소리는 미국에서도 들려왔다. 버락 오바마 역시 권력이양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이집트에서는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체포되고 취재방해를 받았다. 백여명의 취재진이 장비를 압수당했다. 억류된 외신기자들 중에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알자지라 기자도 포함돼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날 늦은 밤 24명의 언론인이 구금됐고, 21명이 폭행을 당했으며 그 중 5명이 장비를 빼앗겼다고 밝히고 이집트 군부에 언론인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 구금 및 피격, 취재장비 파괴
 
일단의 집단이 ABC뉴스 관계자를 차량으로 납치했으며, 언론인을 살해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알자지라 역시 3명의 언론인이 보안군에 억류됐으며, 4명이 공격을 받았고 일부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늦은 밤 억류자는 석방됐다. 또 방송장비를 도둑맞거나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부장관은 위협에 시달리는 언론인을 폭행한 친무바라크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평화로운 시위자들, 인권활동가, 외국인과 외교관들이 공격을 받는 등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에 처했습니다. 이런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군부를 포함한 이집트 정부에게 있습니다.”
 
이집트 민주화운동은 비록 1주일 전 시위에 비해 군중 수는 줄었지만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등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산업도시로 확산됐다. 아울러 높은 실업률은 이웃 튀니지에서 그랬듯이 불만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 도미노는 인근 독재국가로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는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듯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 봉쇄에 따른 오일공급로 차단 우려도 거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유럽, ‘무바라크 퇴진’ 협상시작
 
이집트 카이로의 안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대사관과 영사관, 그리고 지사 직원들의 소개령을 내리고 있다. 1만~1만3천여명이 2일 95대의 비행기로 이집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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