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아침·봄 알리고 깨우는 생체시계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환경변화주기를 알려주는 자명종 역할

노재경 | 기사입력 2010/12/12 [13:58]

식물 아침·봄 알리고 깨우는 생체시계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환경변화주기를 알려주는 자명종 역할

노재경 | 입력 : 2010/12/12 [13:58]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식물도 온도와 일장이 맞지 않으면 활동하지 않고 휴면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4계절을 가진 기후에 오랜 세월 적응되어 온 식물은 겨울 온도와 기간을 자손에게 알려준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눈(잎눈이든 꽃눈이든)만 남아 있는 나뭇가지도, 심지어 식물체가 죽고 홀로 땅에 떨어져 남아 있는 종자도 겨울 온도와 기간을 알고 있다.
 
추운 겨울에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울 때 여린 조직이 얼어 죽어버리는 것을 알고 있는 겨울눈과 종자는 절대로 겨울 동안을 세는 동안 실수하거나 착각하지 않는다. 며칠 따뜻해졌다고 얇은 옷을 꺼내 입고 다니다 감기에 걸리는 필자와는 달리 식물은 그 따뜻한 기간이 잠깐이며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음을 영리하게 알고 있다.
 
식물은 도대체 어떻게 겨울 온도와 기간을 인지하고 또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을 알게 될까?

식물은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유전자와 또 이 환경의 변화 주기를 파악하여 식물체 내부에 알려주는 생체시계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유전자가 전달해 주는 신호가 식물의 휴면을 깨우는 자명종의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시절 컵에 양파나 고구마를 키우는 숙제를 할 때 싹이 잘 안 날 때 냉장고에 1-2주일 정도 넣었다가 하면 잘 된다는 정보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또 잘 발아하지 않는 종자를 물 뿌린 솜에 올려 두고 냉장고에 일정 기간 넣어 두었다가 심으면 싹이 잘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생체시계 유전자(LHY, CCA1, GI)가 망가진 돌연변이 식물은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시계 유전자는 종자가 건조한 상태일 때는 저녁으로 인식하고 있다가 종자가 수분을 흡수하게 되면 낮과 밤을 빠르게 구분하여 종자 내부로 전달해 주고 생체시계를 가동한다.
 
이때 식물이 생활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생체시계를 유지하는 유전자 중 TOC1이라는 유전자가 ABA와 GA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자극하게 되고 두 호르몬의 균형이 잘 조절되면 종자는 싹을 틔운다(The Plant Cell, 2009).
 
식물 종자의 휴면은 식물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을 만날 때까지 최소한의 생명활동을 하며 기다리도록 한 식물의 생존 전략이다. 시계 유전자는 식물의 매일의 아침을 깨우는 자명종의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을 살펴 오랜 동면을 깨우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도 알려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김진아(농촌진흥청 기능성물질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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