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원혼, 그냥 묻어버릴 것인가?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금년말 활동 종료

편집부 | 기사입력 2010/12/03 [17:56]

130만 원혼, 그냥 묻어버릴 것인가?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금년말 활동 종료

편집부 | 입력 : 2010/12/03 [17:56]
민족의 최대 비극인 6.25전쟁 전.후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다.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군인들뿐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도 수백만이 죽음을 당했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는지는 아직까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민간인들의 죽음에는 정상적인 군 작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죽어간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미군과 이승만정권의 양민학살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숫자는 약 13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집단학살된 양민들의 모습. 누가 저지른 범죄인가?                                           © 편집부

양민학살의 주범인 이승만정권이 무너지자 유족들은 학살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나 이번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정권에 의해 진상규명은 커녕 오히려 더 모진 탄압을 받게 되었다. 18년간의 독재정권과 그 뒤를 이은 12년간의 군사정권과 5년간의 문민정부 도합 35년간 유족들은 피해보상은 커녕 진상규명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한 맺힌 억울한 사연을 숨기며 살아야 했다. 

▲  희생자 유족들에게 영상으로 사과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잘잘못을 알고 국민에게 사과도 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그 쉬운 걸 못하는 대통령들이 너무도 많다.
외환위기 극복 후 그나마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참여정부 들어서야 국가차원에서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해 2005년 관련법이 제정되고 ‘진실화해위원회’까지 설립되어 2006년 4월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거행된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추모식에서는 노무현대통령이 영상으로 직접 유족들에게 사과까지 하게 된다. 무고하게 학살된 130만 영령들의 한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집권한 이명박정부는 참여정부의 방만했던 각종 위원회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많은 과거사위원회를 해산시켰다. 급기야는 국가정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친일청산 관련위원회도 해산되었고, 여러 위원회가 통폐합된 ‘진실화해위원회’까지 금년 12월말로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30만여 건에 달하는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중 1%도 안 되는 약 8천 건만을 신고 받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신고된 8천 건의 사건 중 5천 건이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으나 유족들이 받은 것은 아무런 법적효력도 없는 확인서 한 장 뿐이었다. 또한 피해자 유해발굴이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후 대책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이며, 이후 미조사 사건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사실이다. 즉 골치 아픈 과거사를 이제는 아예 덮어버리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족의 아픔을 달랬다는 시늉을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그럴듯한 행사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를 12월 1일 오후 2시에 백범기념관에서 연 것이다. 전국 각지로 버스를 보내고 행사에 참석하는 유족에게는 일당을 지급하는 등 회유책을 써 60년 만에 유족들과 정부가 화해했다는 소식을 국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치졸한 쇼였다. 

그 행사에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행정안전부장관이 참석하여 행사의 격을 많이 낮추었다. 대통령의 사과 영상은 물론 어떠한 메시지도 없었으며, 진실화해위원회 이영조위원장의 유족에 대한 위로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정부가 사람을 죽여 놓고 하위 실무자의 위로한다는 말 한마디로 떼운 것이다. 즉 유족들을 행사의 들러리로 동원해 이제는 정부가 유족들과 화해했으니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덮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이위원장은 11월 5일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에서 5.18 민중항쟁을 ‘민중반란(popular revolt)으로, 제주 4.3 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폭동(communist led rebellion)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수장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왜 정부가 진실화해위원회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 하겠다. 따라서 12월 1일의 전국합동추모제 행사는 진정성이 없으며 단지 위원회 폐지에 대한 유족들의 입을 막기 위한 기만행위라 할 수 있다. 
 

▲  기념관측은 유족들 자체행사의 마이크에 쓸 전기공급까지 거절했다.
▲    유족들은 형식적인 정부행사에 반대하며 야외에서 별도의 행사를 진행했다.

정부의 공식행사는 백범기념관 실내에서 진행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유족들은 기념관 계단 앞 광장과 이봉창의사 동상 앞에 모여 별도의 추모행사를 거행했다. 정부행사에는 경찰군악대도 동원되고 TV중계까지 했으나, 유족들의 야외행사에는 마이크용 전기조차 공급을 해주지 않아 전원을 버스에서 끌어와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자들조차 많지 않아 언론이 국민의 진실을 알 권리를 스스로 차단하기도 했다. 정말로 언론과 정부의 행패가 너무도 심했다고 할 것이다. 

유족들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가야 했던 부모.형제들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키겠다고 결의했으며, 대통령의 공식사과와 유족들이 배.보상을 받을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또한 이후 후속대책을 논의할 기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족들의 요구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 정부에 의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 확실하다.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는 정의롭지 못한 정부이다. 이러한 정부를 믿고 따를 백성은 없다. 지금은 공권력에 눌려 한을 안고 돌아서야 하지만 성난 민심은 언젠가는 들불처럼 타오르게 되어 있다. 일단 그것이 드러나는 때가 약 2년 후에 있을 대선이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이대통령의 최후도 망명을 떠나야만 했던 이대통령처럼 불행해 질 것 같아 보인다.
 
▲ 이봉창의사 동상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윤호상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회장 
▲  유족이 위패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상차림이 정부행사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나 유족들의 정성이 담긴 상이다.
▲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산되면 유족들은 이런 집회조차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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