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많은 특이지방산의 밝은 장래

[기고] 중쇄지방산·초장쇄지방산·공액지방산 양산 가능할수도

노재경 | 기사입력 2010/11/16 [00:53]

쓸모 많은 특이지방산의 밝은 장래

[기고] 중쇄지방산·초장쇄지방산·공액지방산 양산 가능할수도

노재경 | 입력 : 2010/11/16 [00:53]
인류는 식용, 산업용으로 식물과 동물에서 기름을 뽑아 사용해왔으며 산업화한 이후로 그 사용량과 용도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동물보다는 식물의 씨앗 기름을 더 많이 쓰고 있으며 이것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에도 좋다.
 
씨앗 기름의 대부분은 글리세롤과 지방산 3개가 결합하여 생긴 triglyceride (또는 triacylglycerol)로 존재한다. 씨앗 기름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지방산으로서, 그 성질은 포화지방산인지, 불포화지방산인지, 그렇다면 불포화도는 얼마인지, 탄소 개수가 몇 개인지, 다른 기능기가 붙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지방산은 다음과 같다. 포화지방산이고 탄소 개수가 16개인 팔미트산, 18개인 스테아르산, 불포화지방산이고 탄소 개수 18개에 불포화도가 1인 올레인산, 불포화도가 2인 리놀레산, 불포화도가 3인 리놀렌산이 5개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지방산 외에 특이한 형태로 존재하는 특이지방산(Unusual fatty acid)들이 있다. 여기에는 탄소 개수가 일반적인 길이인 16-18개보다 짧은 10-14개인 중쇄지방산(Medium chain fatty acid), 그보다 더 긴 20-24개인 초장쇄지방산(Very long chain fatty acid), 불포화도는 같으나 불포화 위치가 다른 공액지방산(Conjugated fatty acid) 등도 포함된다.

중쇄지방산은 흡수가 빠르고 일반지방산보다 열효율이 높아 체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다고 한다.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에도 사용되며 비누와 보습용 오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주로 팜핵유(Palm kernel oil)와 코코넛 기름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탄소 개수 12개인 라우르산으로 산업용으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지방산이다.

초장쇄지방산은 탄소 개수 22개에 불포화지방산인 에루스산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재래종 유채를 비롯한 배춧속의 종자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식용으로 사용되지 못했으나 지금은 미끄러운 성질을 부여하는 슬립제, 윤활유 등의 산업용으로 라우르산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지방산이다.

불포화도가 2인 지방산은 보통 9번째, 12번째 탄소가 불포화되어 있고 3인 지방산은 15번째 탄소까지 불포화되어 있다. 공액지방산은 이 불포화 위치가 바뀌면서 트랜스화된 지방산으로 엘레오스테아르산, 칼렌드산, 공액리놀레산(CLA) 등이 있다. 이 중 공액리놀레산은 최근 다이어트보조제로 각광받고 있고 다른 공액지방산은 항암, 항당뇨 등의 기능이 있다는 증거가 보고되고 있다.

이 외의 특이지방산은 특정 기능기가 붙어 있는 지방산으로 에폭시 지방산인 버놀산, 하이드록시 지방산인 리시놀레인산 등이 있다. 이 둘은 산업적으로 매우 유용한 지방산으로 그 시장규모도 매우 크다. 에폭시지방산은 성형가소제, 코팅, 페인트 등으로 사용되며 하이드록시 지방산은 고급 윤활유, 코팅, 고급나일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런 특이지방산을 생산하는 식물은 존재하나 그 식물을 경작하여 특이지방산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특이지방산의 비율은 매우 높으나 전체지방산의 양이 매우 적거나 상업적인 경작이 어려워 경제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씨앗에 독성이 있어 중독되거나 오용될 우려가 있어 상업적 재배가 불가능한 때도 있다.
 
그래서 유지작물에 특이지방산 합성의 핵심유전자를 생명공학적으로 도입하여 특이지방산을 생산하려는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다. 많은 시도 끝에 하나의 합성유전자로 합성은 가능하나 축적까지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특이지방산 축적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서 추가로 도입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결과를 내고 있다.
 
어쩌면 몇 년 내에 경제성이 있는, 특이지방산을 높은 비율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먹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GM 작물 개발보다 논란의 여지가 적다. 또한, 모든 산업적 공정은 준비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재료를 만들어 제공한다면 바로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화가 된다면 특이지방산의 가격은 내려가고 그 쓰임새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쓸모 많은 특이지방산의 장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렬(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 기능성물질개발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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