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지구온난화에서 살아남을 '열쇠'

동식물·미생물까지 가진 생체시계, 생명활동 개시여부 알려줘...

노재경 | 기사입력 2010/10/25 [00:26]

시계, 지구온난화에서 살아남을 '열쇠'

동식물·미생물까지 가진 생체시계, 생명활동 개시여부 알려줘...

노재경 | 입력 : 2010/10/25 [00:26]
'배꼽시계'의 정확함에 헛웃음을 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계를 지근거리에 두고 사는 우리지만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먼저이고 시계나 달력으로 ‘아! 지금이 그 때구나!’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배곱시계의 효능은 어느정도까지 일까?
 
인간은 ‘때’가 되면 눈을 뜨고 배고픔을 알며 잠을 잔다. 이처럼 생물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체득한 ‘때’를 알려주는 시계를 “생체 시계(circadian clock)”라 하며 이 시계를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까지도 가지고 있다.
 
이 시계는 해가 뜨고 지는 시각뿐 아니라 하루 동안 일어나는 주변의 환경 변화, 즉, 온도, 습도, 공기 성분 등의 변화를 감지하고 기억하고 있다가 생물체에 알려주어 매일의 생활을 규모 있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생존하는 데에서 이 시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식물은 생체시계가 기억하고 있는 환경정보에 맞춰 광합성을 할 준비를 한다. 실제로 태양이 뜨기 전 한 시간 전에, 식물은 이미 일어날 시간임을 알았고 광합성과 관련된 모든 유전자가 활동할 준비를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식물은 벌레들이 많이 활동하는 낮에 벌레를 쫓는 냄새를 많이 뿜어 대고, 밤 동안의 저온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저녁이 되기 직전에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모든 일이 식물이 가진 시간유전자의 조절을 받는다. 만일 밤낮이 지속적으로 뒤바뀌거나 길이가 달라지면 식물은 시계를 다시 세팅하여 변화된 아침, 저녁에 적응한다.
 
또한, 열대나 아열대 식물이 온대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의 겨울잠과 같은 휴면을 거쳐 꽃이 피거나 싹을 틔우는데 언제 휴면에 돌입하여 언제 깨어나 생명활동을 개시할 지는 겨울 동안을 학습한 식물의 생체시계가 시간을 계산해 알려준다.

지구의 환경은 변화해 왔다. 온난했던 고생대와 빙하기를 거쳤고 온대, 한대, 열대 지방을 세계지도에 표시하며 공부해왔지만, 최근엔 지구 온난화로 그 경계선이 무너졌고 그 속도도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과일이나 채소의 주산지라는 개념도 사라져가고 있다. 주산지 작물의 종류를 바꾸거나 주산지 작물을 기후 변화에 적응시키는 등 이제 소위 ‘주산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가난하던 시절의 녹색 혁명은 맛보다는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발굴하여 재배하는 것이 목표였다. 웰빙에 관심이 있는 오늘날은 특별한 영양성분을 가진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후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급속하게 변하는 지금 우리의 미래의 먹을거리는 무엇이 될까?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사과를 내 아들이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도 먹을 수 있을까?

환경학자들은 식물의 시계유전자에 관심이 있다. 학자들은 “생체시계는 식물이 증가하는 온도 아래 생존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며, 최적화된 생체리듬 조절 없이 식물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생존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말한다.
 
미래의 녹색혁명은 변화된 기후가 주는 정보의 규칙을 잘 학습할 수 있고 이를 잘 유지하여 식물을 깨우고 재울 수 있는 시계를 가진 작물을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식물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인류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진아(농촌진흥청 기능성물질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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