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시평] 불공정표본이 공정외치는 이상한 나라 '백 투더 퓨처'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0/10/04 [00:14]

"'공정사회'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시평] 불공정표본이 공정외치는 이상한 나라 '백 투더 퓨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0/10/04 [00:14]
불공정 장관과 총리·장관감, 가짜 나랏도장을 판 기술자, 생니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가수,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라며 뿌리치듯 제 돈으로 도박한 연예인, 역시 제 돈으로 치장한 4억 명품녀, 무전취식·색한 검사, 성희롱 전문 국회의원이 제거됐거나 치명타를 입었다.

지구촌을 향해 G20 나팔을 요란하게 불고있는 국가에서 현재진행형인 기현상이다. ‘정의사회 구현’ 완장을 차고 죽창을 든 전두환 시절로 백 투더 퓨처한 감도 없잖다.
▲ 불공정의 표본이 공정을 외치는 이상한 나라  © 서울의소리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아야 하는 덜 공평한 사회다. 황우석 검증이라는 선수를 외국에게 빼앗기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심리와도 닿아있다.

금권으로 군림하는 자, 그를 등치는 정치권력이 유독 눈에 잘 들어오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 들키지만 않았을 뿐 공공의 적은 각계각층에 몰래 똬리를 틀고 있다.

불쌍한 ‘루저’인 척 가공한 이미지를 팔아 치부하는 유명인도 수두룩하다. 힘 없는 인상을 연출하며 동정표로 득세하고 있는 남녀들이다. 지켜보는 약자를 방심케 하는 지능적 사술을 구사한다. 술집 ‘죽돌이’, 열패감에 좌절했던 신경쇠약 주부 따위가 개과천선 또는 대오각성해 삶에 최선을 다 한다면 지적할 까닭이 없다.

문제는 그들의 허위이력이다. 패배를 극복한 인간승리가 아니다. 유복한 환경이라 생업을 외면한 채 음주화락에 엄벙덤벙해도 좋을 만큼 부양식구가 없다면 판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번듯한 고소득 전문직 남편을 아내의 자아와 인생을 억압하는 존재로 몰아간 다음, 이를 몸부림쳐가며 극복해내고야 말았다는 식의 아줌마 석세스 스토리는 가증스럽다.

‘88만원 세대’를 본의 아닌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작태다. 이념이 분단한 국가에 자생적 빨갱이가 없다면 이상하다. 먹을 것, 잠잘 곳이 없는 처량한 청춘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도움을 청할 식구들조차 예외없이 가난에 찌들었다. 자신의 경제적 독립이 곧 가족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 못 배운 젊은이들도 아니다. 대학을 나온 고등교육 이수자라는 점이 입지를 더욱 좁히는 2중3중고 세대다.

어느 날 문득 이들이 위안의 대상으로 삼은 동병상련 스타들이 표변한다. 귀족적 성장배경을 ‘누설’한다. 어린 시절 가정교사 이야기 등이 보기다. 이렇게 안면을 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루저와 세태를 꾸짖기까지 한다.

민주투사 포장지로 감싸고, 표절이나 주가조작으로 돈벌기가 특기인 연예인이 공정사회라는 대로에 쓰레기를 투기하고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스타이면 아들딸도 거저 스타가 되다시피 한다. ‘슈퍼스타 K’라는 지난한 과정에 도전하는 재목들이 안쓰럽다. PD와 한통속인 몇몇 파워 매니저들이 내놓는 신인들은 무조건 스타덤으로 치닫는다. 꿈틀꿈틀 살아 숨쉬고 있는 음서제다. 이북 김씨조선의 제3대 왕세자 책봉 동태를 맘껏 조롱할 처지가 못된다.

공직자들은 탁상공론에 통달했다. 대학생들이 88만원 세대로 진입할 것을 우려, 그들을 위한 저가 원룸을 지어 보급하련다며 결연하다. 싱글침대도 들이기 힘든 닭장구조 원룸이다. 용이 나지 못하도록 개천을 복개하려다 만 플렉서블 마인드로 개선에 나설는지 모를 일이기는 하다.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가 공정사회를 웅변하고 있다. 서울 신문로1가의 ‘해머링 맨’이 그의 작품이다. 거대하고 강렬한 노동영웅적 형상이다. 망치질하는 인간이 신성하고 숙연한 노동, 노동본능을 눈감고 되새기게 한다. 보로프스키의 부모는 아들에게 청소부의 노고를 가르쳤다. 할아버지는 일부러 버스의 흑인석에 앉는 반차별주의자였다.

공정사회가 오기 전까지는 무라카미 카즈오에게 기댈 필요도 있다. 체념에서 비롯된 위로를 전하는 일본의 응용생물학자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주의깊게 살필 수 있는 눈을 가지라고 권한다. 헛수고를 좋아하는 마음, 실패와 실수 속에 숨어있는 위대한 ‘뭔가’를 알아보고 그것을 끌어내는 ‘힘’을 중시한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겸허함이 몸에 배어 있으며 함부로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다.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든 못 받든 뽐내지도 않고 영예에 취해 타락하지도 않으며 자신이 믿는 길을 묵묵히 나아간다. 뛰어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남이 볼 때 바보천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과 김수환도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바보를 자처하다 갔다.

뉴시스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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