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왜 30년우정 마침표 찍었나?

한국 정보요원 불법선교 혐의, 미국에 정보제공 의혹까지 사...

편집부 | 기사입력 2010/07/28 [18:23]

리비아 왜 30년우정 마침표 찍었나?

한국 정보요원 불법선교 혐의, 미국에 정보제공 의혹까지 사...

편집부 | 입력 : 2010/07/28 [18:23]

▲ 리비아 독립운동의 아버지 사진을 가슴에 붙이고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는 리비아 카다피 지도자 . 리비아는 자주역사를 주창하는 철저한 반미국가이다,    © 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 / 서울소리 /딴지일보/ 서프라이즈 공동편집

우리나라가 리비아와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올해, 그동안 우리나라에 우호적이었던 리비아가 갑자기 등을 돌렸다. 한 달 전인 6월 24일, 주한 리비아 대표부는 우리 정부에 아무런 공식 통보도 없이 비자 발급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중단했고 결국 이달 중순경에는 대표부 직원 3명이 모두 귀국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7월 15일) 한국인 유학생 구씨(구氏인지 고氏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와 이를 돕던 교민이 리비아에서 구속되었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불법 여부를 조사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가카의 형님이자 실세 권력의 핵인 이상득 의원까지 특사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단순한 외교적 마찰이 아니라 외교 단절 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리비아 30년 우정의길을 단교조처등을 하는 극단적인 조처를했다. 리비아는 카다피집권이후 자주국가의 노선을 유지하고 아프리카의 자주노선을 전파 사진/딴지일보   ©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 편집


 양국 간 30년간의 우정을 한 번에 깨뜨려버린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구씨의 불법 선교(선교관련 책자 반입)가 시발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국민일보를 비롯한 국내 개신교 관계자들은 구씨 구속 사태가 한국과 리비아의 관계를 해치는 직접 원인이 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현상에 대해 상당히 두려워 언짢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국민일보와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등은 연일 구씨가 직접 원인이 아닐 것이라는 기사와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리비아 측이 체포된 구씨 일행에 대한 영사적 접근까지 허용하지 않는 초강수를 두는 것으로 볼 때, 개신교의 주장대로 단순한 종교 활동만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뭔가 확실한 불법 행위(불법 선교)에 대한 증거도 없이 조사와 체포부터 하고보는 하는 것은 우리나라 떡검들이나 하는 양아치 짓이지 양식 있는 나라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학생 신분으로서 가족과 함께 8년간이나 리비아에서 머문 것으로 볼 때 우발적인 행동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친 집요한 선교 활동이 문제가 됐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선교 활동 중에 뭔가 무슬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힐 만한 행동들이 도화선으로 작용을 했을 테고…….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히 구씨 문제로만 한정시켜 생각하기도 어렵다.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순교까지도 마다않는, 선교자 파견 수 세계 2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개신교가 수교 이후 30년 동안 내리 잠잠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교 활동을 했다고는 볼 수도 없거니와 아무리 민감한 종교 문제라 할지라도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일은 외교적 관례에서 볼 때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분명 뭔가가 있다. 우리가 모르는, 아니 우리만 모르는 그 무엇이 있지 않고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과연 그 무엇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으니 나 같은 일개 국민 나부랭이들은 그 내막을 알 길이 없다. 매년 꼬박꼬박 상당한 무역 흑자를 찍어주는 고마운 나라가 갑자기 수교 단절까지 할 태세인데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라니... 

 그래서 필자는 추측이라도 해보려 한다. 국내 유일의 민족정론지에서 추측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아무리 찾아봐도 도움이 될 만한 자료도 거의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기사를 쓰겠다는 건 아니다.
 
일단 30년 지기 친구가 갑자기 단절을 선언했을 때는 뭔가 (우리한테)그럴만한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토대로 그동안의 우리 행동들을 점검해 보려고 한다. 친구가 왜 그랬을까 가 아니라 나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됐을까, 를 먼저 고민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그러다 보면 그동안 우리 자신은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상대방에겐 큰 상처나 모욕이 됐을만한 일들을 짚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국내 찌라시들의 국가 원수 모독

알다시피 리비아가 태도를 돌변한 건 최근의 일이다. 먼저 아래 기사를 보자. 

 한국에 대한 리비아의 냉기류는 5월 말에도 감지됐다. 박계동 당시 국회 사무

  총장리비아를 방문, 술레이만 알샤오미 총인민회의 외교분과위원장을 만났
 
을 때의 얘기다. 알샤오미 위원장은 박 총장 앞에 A4용지 60장 분량의 자료를 내
 
놓으며 불쾌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자료는 한국 신문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다룬 내용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6월 임
 
기를 마치고 물러난 박 전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리비아 친선협회로부
 
터 ‘양국 관계가 안 좋다’는 귀띔을 받았지만 현지 분위 기는 생각보다 더 나쁘더
 
라”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7월 26일자)


이 기사를 보고나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카다피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있었는지 당장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대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라는 생각부터 들 테니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이 몹쓸 놈의 기억력을 작년 11월로 한번 돌려보자. 
   카다피, 로마에서 미녀들과 회합 (연합뉴스 2009.11.16) 

   카다피, 伊미녀 100명 초청한 까닭은  (동아일보 2009.11.17) 

  식량회의 간 카다피 미녀만 모아놓고 무슨 강연? (한국경제 2009. 11.17) 

  카다피, "로마 미녀들과의 만남" 열어 (YTN 2009.11.17) 

 
▲ 리비아카다피 지도자의 여성을 중요시하여 여성경호원을 앞세워  © 자주역사신보편집


자, 이제 감이 좀 잡히시는가? 제목만 보면 카디피가 미녀들만 모아서 무슨 난잡한 파티라도 연 색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색적이고 천박하기 그지없다. 기사의 뉘앙스는 식량회의 간다더니 미녀들하고만 놀고 자빠진 독재자 카다피를 조롱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당시 카다피는 미녀만을 모아서 파티를 연 게 아니라 너무 야하지 않고, 미니스커트나 지나친 노출은 금지하도록 한 여성 100여명을 상대로 이슬람은 결코 여성들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차분히 강연을 했을 뿐이었다. 

 카다피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독재자로 비춰질지 몰라도 리비아 내에선 신에 버금가는 영웅이다. 그런 사람을 30년 동안이나 꾸준하게 음으로 양으로 밀어준 나라의 언론들이 저렇게 변태 개잡놈 취급을 했으니 내가 리비아 국민이라도 당연히 돌지 않겠는가. 장담할 순 없지만 양국 관계의 삑싸리는 이때가 시작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천안함 사건이 끼친 영향 


올 3월 말 천안함 사건이 터진 후 국내 주요 찌라시들은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을 예로 들면서 끈질기고 집요하게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 그럼 먼저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1988년 12월 21일 런던을 출발,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 항공 소속 보잉 747기가 공중 폭발,270명이 숨진 참사사건으로, 대부분이 미국인이었던 탑승자 259명 전원과 로커비 마을에 떨어진 기체 잔해로 지역주민 11명이 사망했다. 이후 1991년 11월 영국과 미국의  수사당국은 몰타에서 리비아 항공사 직원으로 활동하던 리비아 정보요원이 카세트 녹음기에 장착한 폭탄을 터뜨려 팬암기를 폭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미국은 이들 용의자의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했으나 리비아의최고 지도자 카다피는 처음에는 이들의 혐의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나중에는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신병인도를 거부했다.
 
이에 유엔은 리비아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고 계속되는 제재조치에 항복한 카다피는 결국 1999년 4월 범인 메그라히와 파히마 등 2명의 신병을 인도하고 제재조치를 풀게 된다.

여기까지는 미국계의 시각일 뿐이고 리비아 입장에서는 이게 조낸 억울한 사건
이다. 당시 사고기에서 25km 지점에 이상한 가방을 갖다 놓고, 그 가방을 정보원이 발견했다고 리비아를 범죄국가로 만들어버렸는데,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카다피가 항복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911 테러보다도 훨씬 의혹이 많은 사건이다. (CIA 작품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여기서 웃긴 사실은 미국은 범인으로 잡은 메그라히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가 인도주의라는 이상한 명분을 내세워 8년 만에 석방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사건은 리비아와 카다피에게는 아주 억울하면서도 굴욕적인 사건이란 말이다.

그러면 이제 아래의 찌라시 기사들을 함 보자.

 


  3년에 걸친 영·미 양국 정보기관의 끈질긴 수사 끝에 리비아 기관원 두 명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수사는 지상에 떨어진 잔해 하나하나를 주워 모으는 치밀성을 보였는데 잔해에는 폭발물을 쌌던 것으로 보이는 티셔츠가 있었다...
 
용의자는 사건 직후 리비아로 달아났다. 그 후 프랑스가 영·미에 가세해 구도는 3대 1로 되었으나 좀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다가 만델라의 중개에 의해 용의자는 재판에 회부되고 이것이 계기가 돼 리비 아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국민일보 4월 4일자 사설)

 

  [사설] 바다 밑 샅샅이 뒤져서라도 천안함 物證 찾으라 

1988년 미국 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마을 상공에서 폭발해 270명이 
숨진 로커비 테러사건이 벌어지자 미국과 영국은 추락 현장의 파편 수만 개를 일일이 검사, 리비아 정보요원들이 쓰던 폭발물 타이머장치 조각을 밝혀내 범인들을 법정에세웠고 리비아 정부는 배상금 27억 달러 지급을 약속했다.  
                                                                                        (조선일보  4.14일자 사설) 

 외교가에서는 천안함 사건 이후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발생한 103호 팬암 제트기 폭파사건이 자주 예시되고 있다. 영.미 양국 정보기관이 3년에 걸친 끈질긴 수사끝에 리비아의 소행임을 밝혀내고 이를 근거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끌어낸 케이스다.
                                                                                       (연합뉴스 5월19일자 기사) 


 이 외에도 국내 찌라시들의 <팬암항공기 폭파사건> 언급은 무수히 많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천안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모범사례로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을 예로 들었는데 이것이 리비아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물론 찌라시들이야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에게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처럼 모욕적인 일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 


 언론 보도로만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안보리 성명과 이에 따른 북한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외교 역량을 집중했다. 물론,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분명 이 과정에서 (우리 쪽 입장에 줄을 서달라는) 무리수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알다시피 리비아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미국과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 우리와도 수교를 맺고 교역을 하는 사이지만 당연히 중국이나 북한과도 친밀한 나라라는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우리나라 보다 같은 사회주의권인 북한이나 중국에 심정적으로 가깝다고 하는 편이 옳다. 그리고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리비아를 북한과 동급인 독재국가나 테러국가 정도로만 인식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 리비아는 핵포기를 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댓가를 받지못했다. 리비아는 북조선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있다      © 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 

여기에 리비아가 어떤 나라인가. <팬암항공기 폭파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장장 10년간 미국과 안보리의 보복조치를 당했던 나라가 아닌가. 그런 리비아 측에 확실한 증거도 없이 북한을 범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무례하고 건방진 외교를 했으니...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다른 어떤 행동들로 이미 불편해진 리비아의 심기를 더 악화시켰는지도 모른다.(정확한 사실이야 당국자들만이 알고 있겠지) 미국이나 유럽 쪽에만 갖은 아양을 떨고 아프리카나 아랍계, 남미 등의 국가는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을 수도 있고, 임기를 한 달도 안 남겨놓은 힘없는 국회사무총장(박계동)을 떡하니 보내놓고서 밑도 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지지를 얻으려는 같잖은 행동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떻게든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리비아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없이(이미 테러 국가로 낙인찍혀 10년 넘게 개고생을 한 나라에게) 우리 쪽 입장만 강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리비아에게는 대단히 모욕적이고 불쾌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잘난 가카의 외교통상부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이해도 못하고 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국편만 드는 한심한 외교  

세계는 지금 흔히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갈등을 드러내는 한편, 최근에는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미국의 서해 대규모 무력시위가 중국의 반대로 동해로 변경되는 일까지 있었다. 한때 세계 1위의 패권국이었던 미국으로선 자존심 구기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중국의 위상이 커졌다는 사실을 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세력이 약해지기도 했으니까. 
▲ 미중관계와 양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사진이다© 자주역사신보편집

  이런 와중에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에서 등한시했던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국가들에 눈을 돌려 그들과의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을 좇는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그 나라의 발전을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경제적 지원과 원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속셈은 그 나라의 자원에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가히 헌신적이다, 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중국의 한 축에 리비아가 있으며, 그 리비아와 미국의 관계는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대적이다. 그리고 그 중국의 대척점에 미국이 있고 그 미국의 가장 가까운 축에 한국이 있다. 그 한국이 미국과 얼마나 가까운 지, 아니 가까워지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또한 말해봤자 입만 아프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전시작전권을 제발 돌려주지 말라고 애원하는 이상한 나라가 이 나라다) 

 그동안 사실 리비아는 미국에 많이 당해왔다. 미국의 힘이 너무 컸기 때문에 싫어도 미국이 까라면 깠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대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했지만 그에 대한 미국의 보답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당시와는 많이 다르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리비아가 그동안의 경제 개발로 많이 컸고, 여기에  중국이 G2 국가로서 미국의 압력을 막아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예전만큼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이제 리비아도 국제 사회에서 당당히  할 말은 하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리비아는 세계 8위의 산유국이요 아프리카 제 1위의 산유국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국의 꼬봉임을 자처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 내에서 친미는 애국이요 반미는 이적행위다. 국익도 그 어떠한 이해관계도 친미를 넘어설 순 없다. -물론 국익이 아니라 자기들 권력을 위해서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하여튼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비아의 눈에 한국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적의 친구는 결국 적인 것이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서운한 감정들이 쌓여있는 마당에 무조건 미국 편만 드는 한국이 리비아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독자 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이상득의 외교적 결례가 기름을 부었을 수도 있다. 

 리비아 측의 태도가 돌변하고 있음을 감지한 정권 수뇌부는 지난 7월 6일 갑자기 특사를 파견했다. 겉으로 보기에 외교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리비아에 아주 무례한 돌출 행동을 했다. 특사 파견 겨우 3일 전에서야 부랴부랴 현지 대사관을 통해 통보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카의 이유는 충분하다. 형님인 이상득이 영포게이트의 핵심 실세로 지목되며 검찰 수사 물망에 올랐으니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 있었으리라. 

▲리비아특사로  리비아를 다녀온 이상득의원 외교적관례를 무시하고 방문,  카다피지도자를 만나지도 못하고 방문이후 고목사를 구속  © 민족의 소리 자주역사신보 편집 

 헌데, 리비아 입장에서는 이러한 급작스런 특사 파견이 리비아와 카다피를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통 국가 간 특사 파견은 한 달 전부터 공식 채널을 통하여 해당 국가 원수의 일정 등을 타진한 후에 계획을 잡는 것이 외교적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불과 3일 전에 일방적으로 나 갈게, 라고 말한 뒤에 곧바로 날아가서 국가 원수인 카다피를 만나달라고 떼를 썼으니... 아니 카다피가 무슨 백수도 아니고 아무 때나 원하면 만나줘야 하는 그런 똘마니 같은 존재로 보였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가는 마당에 완전히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했으니 리비아 측에선 마침내 폭발을 해 버렸고, 이는 이상득이 돌아온 지 이틀 만에 구씨 일행을 구속해버린 것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대통령 특사가 돌아간 뒤 선처는 고사하고 즉각 구속이라니, 이건 한마디로 엿 먹으라는 말이다. 

 


지난 30년간 리비아는 한국을 친구로 대했다. 기왕이면 친구 나라의 물건을 사주기 위해 노력했고, 기왕이면 친구 나라에게 대형 공사의 계약을 주기 위해 나름 애를 썼다. 극심한 무역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가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비싸다는 이유로 한 방울도 사주지 않는 얄미운 한국에게 볼멘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그동안 민감한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그저 모르는 척 눈을 감아 줬을 것이다. 

 그런 친구 나라에게 그동안 한국은 무엇으로 보답을 했나? 

 툭하면 카다피를 독재자로 비난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상한 변태 취급을 하며 조롱하지 않았나.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팬암항공기 폭파사건 같은) 무조건 쌩까고 미국 편을 들어놓고선 당장 자기들한테 아쉬운 일이 생기자(천안함 사건) 리비아가 처한 상황이나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떼를 쓰는 일에서조차 기본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건방진 태도로 일관하지 않았나. 리비아가 무슬림 국가임을 뻔히 알면서도 현지인에 대한 종교 활동을 내세워 공공연하게 선교 활동을 하지 않았나. 

▲ 그러고 보면 가카의 사람들은 대부분 인상이 참 좋다© 딴지일보/민족의소리 자주역사신보
분명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결례와 무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아니 차라리 뒷짐만 지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런 시국에 장관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민주당에 투표한 젊은 유권자들을 두고 이북 가서 살지라는 막말이나 하고 있다.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조차 못하고 있는 인간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로 내세워 외교가 아닌 똥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그 정도 말아먹었으면 됐다. 더 이상 말아먹을 만한 건더기도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다 말아먹더라도 그동안 국민들이 뼈 빠지게 일해서 쌓아놓은 이미지- 한국인은 근면 성실하다는- 까지 먹칠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카와 가카 형님, 영포회... 당신들이야 이 나라가 망하더라도 그동안 뒷구멍으로 모은 돈으로 열심히 빨아준 미국 가서 살면 그만이겠지만 친구는 물론 신뢰까지 잃은 국민들은 당장 뭐 먹고 살라고 이 지랄들이냐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이런 나라를 그래도 친구라고 믿고 30년 동안이나 도와준 리비아에게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대신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친구에 대한 우정과 의리를 모욕과 배신으로 갚은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정부가 이제 2년 반 밖에 안 남았으니... 염치없지만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번 선거에선 꼭 사람을 뽑겠습니다. 

 P.S. 본 기사를 작성한 시간은 7월 27일 새벽 2시경인데, 혹시나 해서 좀 전에(7월 27일 오후2시 30분경) 기사 검색을 해봤더니 충격적인 내용이 있네요. 

 <지난달 리비아의 한국인 목사 구속 사건이 한국 외교관의 간첩활동 때문인 것으로 리비아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됐다... 외교관의 간첩활동은 상대 국가와 외교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외교 당국은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했고 언론은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리비아가 이 외교관의 간첩활동이 한국 정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경우는 리비아에서 금기영역으로 알려져 있는 가다피 국가원수의 원조기구와 아들이 운영하는 조직 등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미디어 오늘 7월 27일자.

 이건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외교관이 간첩 활동을 했는데, 그게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위해서도 한 짓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이건 정말 큰일입니다. 다른 나라가 어디겠습니까. 북한이겠습니까. 중국이겠습니까. 당근 미국이겠지요. 단순히 리비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아랍권 국가와의 외교 마찰까지 각오해야 할 핵폭탄급 내용입니다. 

 미국 빨아주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오랜 친구 나라의 정보를 물어다주는 개 노릇까지 하다니... 정말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네요.  
딴지정치부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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