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혼혈 토마스 컬 ‘미 대학농구 주름’

플래츠버그 뉴욕주립대 감독, 지난 5년간 4회 우승 금자탑 세워

양호선 기자 | 기사입력 2010/05/19 [13:35]

한인혼혈 토마스 컬 ‘미 대학농구 주름’

플래츠버그 뉴욕주립대 감독, 지난 5년간 4회 우승 금자탑 세워

양호선 기자 | 입력 : 2010/05/19 [13:35]
뉴욕일보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미 대학농구(NCAA)를 주름잡고 있는 토마스 컬(48ㆍ사진) 뉴욕주립대학(SUNY) 감독이 한인 혼혈인 것으로 밝혀졌다.
 
플래츠버그대학엔 그가 스카우트한 노정훈이라는 한인 선수가 기량을 뽐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컬 감독.
 
그는 오는 가을 열리는 토너먼트에 한인들의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그는 17일 플러싱 금강산식당에서 오징어볶음을 주문한 뒤 “김치 더 주세요”라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등 일부 대화를 한국말로 대신했다.
 
한국의 프로농구 팀에서 감독직을 제의해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겠다. 하지만 아내와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사뭇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이끌고 있는 플래츠버그대학(디비전3)은 지난 5년간 4회 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말을 뒤집으면 그는 그 만큼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다는 반증이다. 미 대학농구에서 디비전 1~3에 소속된 1200여개 농구팀 중 한국계 감독은 컬 감독이 유일하다.
 
미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3명의 자녀들과 함께 2시간 거리에 있는 올바니의 한국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부인도 남편보다 더 김치를 좋아할 정도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사랑한다.

1984년 제네시오대학에서 지도자로 입문한 그는 1988년 알프레드 스테이트대학에서 감독으로 데뷔, 1997년까지 9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어 학교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2003년 모교 지휘봉을 잡자마자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 돌풍을 예고한 그는 2005-2006 시즌 농구부 사상 첫 우승을 학교에 안겨 지난 시즌과 올해 연속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그가 가는 곳마다 커다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코트의 대학교수’로 불릴 만큼 해박한 농구이론과 섬세한 전술,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작고한 어머니는 북한 출신으로 열두 살 때 외할아버지와 함께 월남했다. 그의 어머니 우금영씨는 1958년 아버지를 만나 미국에 왔다. 그에겐 두 명의 형과 두 명의 누이가 있는데 그들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
 
막내인 그가 태어난 곳은 디트로이트. 그의 정식 이름은 ‘토마스 오(O) 컬’. ‘오’는 한국의 성씨를 따온 것. 한인이 한 명도 없는 외딴 곳에서 어머니는 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던지 그를 포함해 다섯 남매 모두에게 ‘미들 네임’으로 한국 성씨를 붙였다.
 
형제들은 김, 이, 박, 최, 오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성씨들을 하나씩 갖고 았다. 자식들의 이름에 한국 성씨를 넣어 모국의 향수를 달래던 어머니는 4년 전 별세했다.

한국에 아직껏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그는 “대구에 친척들이 있어요. 할머니 이름은 김순덕, 이모들 이름이 기경, 기성, 기용이예요. 이모부 중에는 도지사를 지낸 분도 있다”고 들었단다.
 
그는 어머니가 남긴 두 권의 고서가 있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별세한 후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족보란다. 한 권은 가문의 내력, 다른 한 권은 시조 할아버지를 비롯, 조상들의 묘소가 그림과 함께 표시된 것이다.
 
족보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단양 우씨의 후손으로 시조 할아버지는 고려 중종 때 큰 벼슬을 한 분이란다.
 
학창시절 그는 친구들로부터 아시안이라고 따돌림을 당했고, 한인들은 서양인으로 취급했다. 한인 어머니라는 존재와 남다른 외모로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갖고는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모계 족보의 발견은 그로 하여금 자긍심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언젠가 어머니의 족보를 들고 단양 우씨 후손들도 만나고 싶다는 컬 감독. 어머니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가 한국 프로농구와 인연을 맺을 날이 어쩌면 이뤄질 것 같다.

<양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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