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천지 유럽, 그속 피어오른 '하이마'

[지구촌] '투머로우' 비견 대재앙, 관광붐에 행복한 표정이니...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10/04/24 [00:38]

암흑천지 유럽, 그속 피어오른 '하이마'

[지구촌] '투머로우' 비견 대재앙, 관광붐에 행복한 표정이니...

서문원 기자 | 입력 : 2010/04/24 [00:38]
▲ 14일 아이슬랜드 남부에 위치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화산폭발은 . 정작 유럽전역이 장기 항공기결항사태로 수없는 피해를 입고있지만 유럽사진기자들사이에서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목숨을 걸고 수많은 기자들이 현장취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근접촬영에 여념이 없다.   위 사진은 18일 촬영됐다.  © bulls press
 
'불과 얼음의 나라'로 알려진 아이슬랜드. 14일 그곳 남부에 위치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화산이 폭발, 분출 용암이 지상 8km이상까지 솟아올랐다. 20일 현재까지 서유럽전역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현지인들은 엄청난 자연재앙을 일상의 일부처럼 받아들인채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어 화제다. 
 
작년 초 국가부도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룬 아이슬랜드. 그들에게 자연재해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화산폭발은 되레 "지구상 최대 이벤트를 찍겠다"며 온갖 요트와 선박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통에 때 아닌 관광붐이 일고있다.
 
화산폭발에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구경꾼들의 조화라? 마치 '포스트록의 전설'이자, 아이슬랜드가 낳은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하이마'를 현지 산골에서 라이브로 듣는 느낌이다. 
 
현지인들 별로 관심없어
 
재해 현장으로부터 250km 내외의 농장들은 이미 대피한 상태지만, 그밖의 주민들은 별 일 없다는 듯이 생업에 종사 중이다. 아이슬랜드에서는 이번 폭발 만큼은 아니지만 매해 크고 작은 화산이 분출했었다. 현지인들에게 화산은 지진과 함께 일상인 것이다.  

▲ 화산폭발중에도 농작물관리에 여념없는 아이슬랜드 농가.     © Lucas Jackson / Reuter

유럽전역 항공결항사태 장기화
 
14일 아이슬랜드 화산폭발로 전 유럽은 화산재로 뒤덮혔고 기상이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지금도 대서양 북부지역의 경우 화산재가 거대 구름을 형성한 탓에 북미행 항공노선은 언제 개방될지 모르는 상태라고 현지 외신은 전했다.
 
20일 오후부터 일부노선을 개방하고 있는 영국 히드로 공항과 프랑스 드골공항도 북부노선은 뺀 유럽남부를 경유하는 항공기 일부만 운항하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 공군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한 폴란드 카진스키 대통령 장례식은 유럽각국 정상들은 물론 미 오바마 대통령 조문도 취소된 채 치러졌다. 
 
폴란드 매스컴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거 부시행정부와 친밀했던 카진스키 대통령 조문을 환영할리가 없다"며 "매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가 화산폭발로 조문이 불가능해지자 워싱턴 인근 골프장을 찾은 사실이 FOX TV를 비롯한 美보수매스컴 등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 900년만에 터진 아이슬랜드 화산대폭발 중에도 산책중인 아이슬랜드 가족들     © Reuter

 
유럽은 무더기 항공기 결항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의 TV방송사들은 물론 CNN과 BBC의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 '칭하이성 대지진'과 한국 '천안호 침몰사태'에 대한 방영도 아이슬랜드 화산폭발에 묻혀 단신으로 다뤄지고 있다. CNN은 한국의 래퍼그룹 에픽하이 인터뷰를 훨씬 더 비중있게 다뤘다.
 
유럽내 '항공대란'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이자 이슈다. 항공 결항 뿐 아니라, 해상화물 운송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유럽과 미국이 경제위기를 겪은 뒤 올 들어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아이슬랜드발 '화산폭발'이라는 악재가 겹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이번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 화산폭발이 향후 3개월 이상 지속될 확률이 높은 데다 또 다른 폭발까지 예상되고 있어 "정치경제적으로 유럽 모두가 올 한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 화산폭발과 기상악화로 발이 묶인채 6일이상 공항에서 노숙하는 관광객들과 비지니스맨들. 위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의 모습이다.     © DPA

특히 과학자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징후가 이번에도 드러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당시 대폭발과 화산재 여파로 지구지축이 이동했다. 지구기후 역시 향후 2년간 섭씨 0.5도나 떨어지는 등 기상이변이 점쳐져 지구전체에 큰 피해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전체기온이 1도 이상 떨어지면 지구상에 일어나는 기상이변과 일부지역 기온하락이 예상보다 훨씬 치명적이란다. 실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 이후 3년 동안 북미와 대서양 등지에서 발생한 급격한 기온저하현상은 마치 영화 '투머로우'에 나타난 대재앙과 비교될 정도다.  

▲ 위 사진은 특수마스크를 쓰고 사진촬영에 여념없는 수많은 기자들중 한명. 간략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슬랜드 현지인들도 별탈없이 일하는데 이 정도 근접촬영은 "흔치않은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 AP
기자들에게는 대박특종감
 
14일 폭발 이후 아직도 화산재를 토해내는 아이슬랜드에 "900년만에 처음보는 빅이벤트"라며 요트를 타고서라도 근접촬영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기자들이다. 그들은 이 이상의 장면은 앞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퓰리처상' 하나 받으려고 중동과 아프리카 내전지역을 누비다 사살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표정들이다.
 
이런 와중에 아이슬랜드가 자랑하는 국보급 록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현지공연일정이 공개됐다. 대체 뭐하자는 건지 헛갈릴 따름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지구촌의 경제난에 비하면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는 되레 '은총이나 축복'이 아닐런지? 
 
끝으로, 시규어로스의 '하이마'(게르만고어로써 '고향' heima)를 들으며 금융투기업자에서 예전의 어부와 농부로 되돌아가는 '아이슬랜드인들의 귀환'을 상상해본다. '돌아온 탕아'처럼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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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워요 2010/04/24 [10:59] 수정 | 삭제
  • 오자가 생겼군요. 애초에 있었나? 하여튼 고마워요. 노 전 대통령 1주년 추모의 때가 다가오는데, 촛불과 집단지성을 떠올려 봅니다.
  • ㅡ.ㅡ? 2010/04/24 [09:50] 수정 | 삭제
  • 이런 와중에 아이슬랜드가 자랑하는 국보급 록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현지공연일정이 공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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