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어? SBS는 몰라도 돼"

[칼럼] 사주 지주회사 통해 경영권 흔들어, 독립·공정방송 위기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10/02/19 [15:39]

"그것이 알고싶어? SBS는 몰라도 돼"

[칼럼] 사주 지주회사 통해 경영권 흔들어, 독립·공정방송 위기

서문원 기자 | 입력 : 2010/02/19 [15:39]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가 회사 창립일인 지난 11월 13일 SBS의 독립·책임 경영 및 공정방송 보장을 촉구하는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요즘 방송가의 가장 큰 화두는 SBS의 독점중계다. 연일 이어지는 금메달 행진과 스피드 스케이팅 해설위원 제갈성렬의 '샤우팅해설'은 연합뉴스와 보수매체만이 선호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SBS의 독점으로 중계권을 빼앗긴 타방송사들과 개혁매체들은 국가경제 위기와 세종시 갈등 그리고 'SBS미디어홀딩스' 같은 지주회사의 독점경영에 더 관심이 크다.

지난 2009년 7월 금융지주회사법 통과로 혜택을 받게된 수혜자 중 단연 논의 띄는 회사는 SBS의 지주회사 격인 태영건설이다. 반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은 당장 금융사 설립을 서두르기보다 위축된 수출시장을 뚫고 나가는 데 힘을 쏟느라 정신이 없다. 
 
국내 주요 재벌사들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건 일본 대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지난 1998년 금융지주회사법 통과 뒤 소니와 도요타의 금융업 진출이 결국 기존 제조업계의 특징을 무시한 채 과도한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으로 연결돼 경영위기(쇠퇴)를 부추긴 걸 잘 봤기 때문이다.


▲SBS(서울방송사) 목동사옥의 모습.     © 한국기자협회

태영건설과 SBS, 그리고 SBS미디어홀딩스


SBS(서울방송)는 태영건설이라는 중견건설업체가 지배주로 있으며 1990년 설립된 민영방송사다. 30여개 민간업체들이 공동출자형식으로 창사했기 때문에 한 기업의 일방독주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이 2008년 1월 24일 'SBS홀딩스'를 창립하고 1년 뒤 'SBS미디어홀딩스'로 재창립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가 된 것이다. 

한국형 지주회사란게 쉽게 말하면 이렇다. 사장이 특정 회사를 차려 돈을 벌고 그 회사 공장과 근로자를 담보로 차린 사금융업이랄 수 있다. 기타노 다케시가 출연한 일본영화 '피와 뼈'(2004)를 보면 비슷한 사례를 쉽게 알 수 있다.
 
전쟁 뒤 어묵공장을 차려 저임금 노동력착취로 막대한 돈을 번 재일 조선인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이 그 성장열매로 고리대금업(사금융)을 차려 어묵공장 노동자는 물론 이웃 주민들에게 고리대금업을 하다 끝내 파산하고 자살에 이르는 스토리와 한국형 지주회사가 같은 셈이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가 재무회계사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지주회사로 전환, 애초 있던 건설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추세다. 외국과 달리 한국의 지주회사는 대부분 경영참여가 가능하다. 외형자산만을 부풀리기 바쁘다. 자칫 큰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은 지지않는 애매한 관계다.

일본영화 '피와 뼈', 지주회사 폐해 묘사
 
한 마디로 모태 사업체의 재무회계만 차지하고 모사업체를 지배하는 형식이다. 그러니 모사업체의 제조 및 각종 사업비는 지주회사가 알바 아니다. 모회사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무책임한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리스크)이 바라 지주회사들이라 볼 수 있다. 

작년 7월 여야가 밀실 합의를 통해 MBC, KBS, YTN 방송노동자들을 볼모로 한 '방송법개정'으로 밑밥을 깔았을 때 '금융지주회사법'도 한묵음으로 통과됐다. SBS의 지배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가 이법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SBS의 대주주가 지주회사를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참고로, 당시 입법처리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애매한 저지노력이 볼만했다. 결국은 불참 속에 여당이 처리했지만. 그러고 보니 정세균 대표의 과거 대기업 임원경력이 눈에 띈다. 더구나 부유층의 권리마저 옹호한다는 '뉴민주당플렌' 아젠다로 작년 초부터 승부수를 띄운 민주당이기도 하고.

'SBS미디어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라고 소개돼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태영건설이 SBS홀딩스 주식의 60%를 점유하고 있고, SBS홀딩스가 SBS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관계라면 동종 업종이 아닌 탓에 '사업 지주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디어악법 통과 때 묻어간 '금융지주회사법'

국내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MB정권과 한나라당은 밀어붙이기식 토목공사로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건전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더 큰 문제는 '혁신도시개발'과 '4대강사업'으로 3년 뒤 수자원공사는 15조원, 토지공사는 100조원대의 부채를 끌어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한국전력을 포함 600조원대의 공공기관 부채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강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결국 부동산거품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 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 진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럴 알고 있는 일부 대중매체들은 작년부터 국가부도 위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 우려가 사실이라면 SBS그룹의 지주격인 태영건설은 무사할까? 이런데도 SBS는 동계올림픽과 남아공월드컵 독점중계에 무려 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어 부실경영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포함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2014년 러시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림픽 독점중계를 위해 이미 7250만달러를 들였다. 그뿐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점중계권도 1억4천만달러에 계약했다. 우려하는 쪽에선 천문학적 중계료 이상으로 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SBS가 향후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중계권 독점' 도박과 광고시장

현재처럼 불확실한 경제추세라면 과거 황금알을 낳는 광고시장이라도 위축될 수 있다. 태영건설의 지배주인 SBS인터내셔널(SBS미디어홀딩스 100%지분)의 도박과도 같은 '독점중계계약'이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만약 지주회사가 저질른 일이 막대한 손실을 부른다면 그 책임을 누가 떠안을지? 죄 없는 SBS그룹 직원들의 생존이 걸렸다.

SBS의 '도박'으로 MBC와 KBS는 적어도 2016년까지는 올림픽과 월드컵 특수를 볼 수 없는 상태여서, 드라마와 연예·교양 프로그램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쪽이 웃을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SBS의 도박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이런 독점중계에 신이 났는지 SBS는 최근 자사 이야기 보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독점중계가 뭐가 잘못됐냐?"는 식이다. 한동안 MBC와 KBS에 가려 스포츠중계에서 막둥이신세를 면치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천문학적인 중계료를 지불하고 단독중계로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가운데 최근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샤우팅해설'이 연일 화제다. '노메달'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스피드스케이팅계의 오랜 숙원이 풀리는 것이니 그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과거 올림픽 레슬링 해설 때 '빠떼루'로 유명해진 김영준 위원과 비교된다. 누리꾼들의 말을 빌자면, '빙상계의 노홍철'이다.
                  


▲ 위 사진에는 지난 2002년 2월 양문석 언개련사무총장이 SBS경영진을 비교하며 거론된 이탈리아 부동산.건설.미디어재벌 베를루스 코니총리가 보인다. 이 장면은 지난 2005년 이탈리아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와 정치파트너이자 원조교제관계로 매스컴에 가십거리를 제공한 미샤엘라 비아콘피오레(34세)와 단상에 선 모습이다. 당시 실비오총리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비판언론과 반대파를 향한 제스처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AP

재주는 '외주사'가 부리고 수익은 SBS가...

2008년 초부터 불어닥친 경제 위기에 따른 광고시장 위축으로 방송매체들은 작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야 광고시장이 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SBS의 경우 올 초부터 흑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노조와 사원들 분위기를 곱지 않지만 말이다.

외주제작 비율이 35% 이상에 달하는 SBS는 방송물 저작권 단독소유(2006년 이후)가 100%다. 타 방송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SBS 방송사는 외주제작에 지불하는 예산이 편당 1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소요되는 제작비는 2억원을 넘는 게 허다하다.

그러니, 제작·방영 뒤 출연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닫은 외주제작사들이 한 둘이 아니란다. 배우 출연료도 문제지만 스탭들의 경우 굶는 날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외주제작사들은 저작권까지 방송사에 넘겨야 하니 망하지 않고 어떻게 버티겠는가?

SBS그룹을 지주회사 SBS홀딩스를 통해 윤세영 회장측 사람들이 소유·경영하고 있다보니,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무책임한 경영과 과도한 수익유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이는 제작비 축소 및 인건비 삭감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삶을 옥죄고 결국 방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방송·부동산 재벌 베를루스코니 伊총리 따라하기?

최근까지 외주제작사들이 제작한 드라마 속에 PPL(간접광고) 소품을 활용하고 여기에 목을 멘 사유도 바로 위와 같은 방송사들의 '저가 외주용역'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난
데없이 드라마 출연진들의 휴대폰이 동일하거나 자동차 브랜드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 등이 그 것이다.

2004년 2월 인터넷언론인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탈리아의 방송 및 부동산회사 소유 재벌이자 AC밀란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SBS 경영주를 비교하며 향후 한국 미디어업계의 위기를 예고한 바 있다.

6년전인 당시 믿고싶지 않았던 양문석 언개련 사무총장의 '예언'이 맞아들어갈 지 여부를 지금 우리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SBS의 간판 교양프로인 '그것이 알고싶다'의 훌륭한 방송소재를 SBS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
그것이 알고싶어? 다른 건 다 되는데 SBS는 몰라도 돼..."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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