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英국왕 대관식 6일 런던, 초청객·행진거리 1/4로 규모 줄이기

장덕중 | 기사입력 2023/05/06 [10:09]

찰스3세 英국왕 대관식 6일 런던, 초청객·행진거리 1/4로 규모 줄이기

장덕중 | 입력 : 2023/05/06 [10:09]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다.

 

 

영국과 14개 영연방의 군주가 됐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자리다. 지난해 9월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1953년) 이후 70년 만에 치러지는 영국 대관식이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대관식은 역대 행사의 기본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교회의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신에게 찰스 3세를 국왕으로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국왕이 신에게 군주로서의 자세를 다짐한 뒤, 대주교가 국왕에게 왕관을 씌워 주는 등의 의식 절차가 예상된다. 대관식이 끝나면, 찰스 3세는 런던 중심부를 행진하며 새 국왕으로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을 사흘 앞둔 3일 영국 수도 런던에서 근위대가 심야 리허설을 하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을 통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공식 선포하게 된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대형 축제를 앞둔 영국 왕실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대관식이라는 초대형 행사에 시선이 쏠리면 쏠릴수록,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타올랐다가 겨우 잦아든 군주제 폐지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BBC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지난달 14~17일 영국 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군주제에 찬성한다는 응답(58%)이 반대(26%)보다 많았지만 18~35세 젊은 세대에선 찬성 비율(39%)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관식에 관심이 없다"는 답변도 64%나 됐다. 영연방 국가의 반응은 더 싸늘하다. 호주, 캐나다 등은 기념행사를 생략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실제 군주제 폐지 여론을 환기할 만한 조짐도 있다. 대관식 행사 중 성직자, 왕족 등이 충성을 다짐하며 국왕 앞에 무릎을 꿇는 의식이 있는데, 왕실에서 일반인도 참여하라고 했던 게 논란을 불렀다.

 

 

왕실은 국민의 행사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많은 이들이 군주제를 구세대 제도로 여기는데,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라는 건 대중을 경멸하는 행위"(시민단체 리퍼블릭)라는 비판이 커졌다. 대관식 당일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대형 집회도 예고된 상태다.

 

 

리퍼블릭은 찰스 3세 국왕의 행렬이 지나가는 런던 도심의 트래펄가 광장에서 1,600명 정도가 모여 "군주제 폐지" "당신은 내 왕이 아니다" 등을 외칠 계획이다.

 

 

또, 대관식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국민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후 경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3월 물가상승률은 10.1%를 기록했다. 서유럽에서 유일한 10%대다. 일반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개선될 기미도 별로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관식에는 1억 파운드(약 1,665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국민들은 이미 동요하는 모습이다. 사업가인 아쉴라이 필딩은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대관식에 납세자들 돈이 얼마나 드는지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뉴욕타임스에 토로했다.

 

왕실도 여론 눈치를 살피고 있다. 대관식의 구체적 비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관광 활성화에 따른 이득이 더 많다"고만 강조할 뿐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왕실 전통 행사를 아예 생략하거나, 조촐하게 치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 내외빈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의 틀을 지키되, 규모를 축소하는 쪽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참석자 규모가 대폭 줄었다.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당시 8,000명가량이 초대된 반면, 찰스 3세 대관식엔 2,800명 안팎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행렬 길이도 짧아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8㎞ 거리를 행진했는데, 찰스 3세는 2.1㎞ 정도만 행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식 행사 시간도 과거 3시간에서 이번엔 2시간 정도로 짧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행렬 참가 군인 역시 약 3만 명에서 4,000명으로 줄어든다. 찰스 3세 부인인 카밀라 왕비는 조지 5세와 메리 왕비의 대관식을 위해 1911년 제작됐던 왕관을 재활용한다. 왕관 재활용은 처음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다양성 존중, 사회적 약자 포용에도 신경 쓰는 분위기다. 대관식에서는 영어 외에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 등으로 된 찬송가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도 국교회 외에 힌두교, 시크교 등이 동참한다. 여성을 참여시키는 데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성경을 낭독하고, 국왕에게 대관식 관련 물품을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맡기 위해 다수 여성이 배치된 것이다. 대주교가 국왕에게 성유(성스러운 기름)를 바를 땐 100% 식물성 기름이사용된다. 동물친화적인 국민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왕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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