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건 말건 독주하는 보건복지부

[네티즌칼럼] 아동과 청소년 관련법 통합은 졸속 관치행정...

이영일 | 기사입력 2008/11/14 [13:17]

반대하건 말건 독주하는 보건복지부

[네티즌칼럼] 아동과 청소년 관련법 통합은 졸속 관치행정...

이영일 | 입력 : 2008/11/14 [13:17]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통합한다며 지난 10월 27일, 아동과 청소년 정책 관련 법률의 정비를 위해 청소년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실시하고 이를 밀어 붙이고 있다. 

2008년 2월 새정부 출범이 맞춰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출범 3년만에 복지부로 흡수되어 ‘아동청소년정책실’로 변경된 이후 복지부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영역의 범주,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과 내용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독자적 영역과 전문적인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며 성장해 온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관련 학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기능과 요구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는 새 정부의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는 일이다. 국가의 중요 정책인 청소년정책이 충분한 검토와 연구 및 국민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수개월만에 졸속으로 아동정책과 통합하게 되면, 지난 40여년간 독자적으로 발전되어 온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의 역사성과 목적 등이 도외시되어 각각의 특수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청소년 활동과 운영에 대한 모호성과 복잡성 및 갈등의 소지로 인해 현장의 반발과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복지부가 이러한 정책의 통합을 추진한다며 법률마저 일방적으로 통합하려 하는 것이며 지난 9월 29일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 청소년관련기관 8개 단체가 개최한 “청소년법률바로세우기범국민보고대회”에 복지부 담당 과장이 참석하여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봤자 득 될 일 없다’며 사실상 청소년계의 법률 통합 반대에 대해 협박적인 자세로 응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점이다. 이는 복지부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복지부가 두 법률을 통합하려면 모든 관련법규를 검토하여 생애주기 중에서 태아가 사회적 성인으로 성숙되기까지의 조화로운 인간발달을 지원하는다는 동질성에 바탕을 두고 하나의 새로운 기본법을 제정하여야 하는 선행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일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번 통합법률안은 그런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행정부처는 근본법제에 내재하는 하나의 작은 내용일뿐이며 근본법제가 규정하는 지원의 본질과 내용은 행정부처의 성격과 형태를 결정하고 구속하기에 영유아‧아동‧청소년에 관한 정부기구가 통합되어 아동청소년정책실이라는 부서가 생겼다고 해서 용어에서부터 지원의 본질과 내용에 이르는 일련의 근본법제마저 거꾸로 여기에 맞추어 검토하려고 하는 것은 영유아‧아동‧청소년에 관한 지원업무의 본질과 내용의 접근방향을 잃은 처사이다. 따라서 이번 통합안은 아동계와 청소년계의 욕구와 필요에 의하지도 않고 청소년계의 발전을 위한 일인지 행정시스템 강화를 위한 일인지 알 수 없는 본질적 의미가 상실된 졸속 통합안이다. 

복지부는 또한 지금의 아동과 청소년 연령을 모두 통합, 총괄통합개념으로 아동청소년의 연령을 0세에서 24세까지로 명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영유아가 가진 보육적 특성과 아동이 가진 복지적 특성, 청소년이 가진 활동과 육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호 연령의 중복을 피할 수 없는 특수성을 무시한 채 영아와 유아 개념까지 포괄해 법으로 연령을 통합 규정하고 영유아, 아동, 청소년을 한단어로 개념정리하는 것으로서 법적으로나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면에서나 무리가 따른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아동청소년정책의 전달체계를 중앙과 시도, 시군구를 라인으로 하는 체계를 편성하고 직영 또는 법인화를 원칙으로 하는 중앙집중형기구를 조직하려 하고 있고 청소년육성기금을 아동청소년기금으로 변경, 당초 청소년육성기금의 목적을 남용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를 기금의 관리 주체에서 삭제하고 이를 관 주도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나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중에서 선정하여 위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 하고 있어 정부가 청소년육성 돈줄마저 좌지우지하여 청소년계를 하청업체 취급하려 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정책과 활동의 모든 부분을 국가가 책임지려는 것으로 전체 예산이나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청소년계 전반을 정부 주도로 가지고 가겠다는 관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기구가 통합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근본법제도 개정되거나 통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법제는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생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 스스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제정한 법규범이고 거기에는 대체로 긴 역사적‧문화적 흔적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할 정부의 행정부처가 변경되었다고 해서 국민이 만든 법규범이 변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청소년 문화 발전의 역사를 무시한 채 아동과 청소년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통합은 두 정책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방안은 복지부에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독자적으로 유지하면서 연계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존의 청소년법령체계가 현재의 사회변화와 청소년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면 복지부는 이를 공론화하여 개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복지부의 전향적인 시각 전환을 촉구한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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