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림 외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

[몽골리포트] 지구온난화 막으려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열고...

윤경효 통신원 | 기사입력 2008/03/11 [10:21]

“가슴 떨림 외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

[몽골리포트] 지구온난화 막으려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열고...

윤경효 통신원 | 입력 : 2008/03/11 [10:21]
▲ 울란바타르시 서쪽지역에 위치한 서민 아파트촌.     © 윤경효
몽골에 도착한 지 3일째다. 한국을 떠날 때 재미난 일하러 간다는 가슴 떨림 외에 다른 어떤 두려움도 걱정도 없었다. 내 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때 몽골에서 눈을 뜨게 되면 실감이 날까 생각했다. 그런데 몽골에서 눈을 떴는데도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몽골이라는 나라를 느낄 여유도 없이 몽골인 활동가 바야르와 함께 내가 머무를 아파트와 사무실을 알아보느라 울란바타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8~10℃. 3분만 밖에 서 있으면 코 안에 서리가 낄 정도다. 그래도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

밤새 난방을 위해 갈탄을 땐 연기 때문에 울란바타르의 하늘이 온통 뿌옇다. 서울의 하늘은 자동차 때문에, 울란바타르는 난방 때문에 도시민들이 숨쉬기 힘든 건 매 한가지다. 그래도 낮이 되니 높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무표정한 몽골사람들과  무채색의 낡은 건물들이 파란 하늘과 대조적이다.
 
바야르와 함께 돌아본 도심
 
몽골의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하여 부랴부랴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땄는데, 바야르가 손사래를 친다. 길도 험하고 몽골운전자들의 운전이 좀 험한 게 아니라고... 한국도 만만치 않으니,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함께 돌아다녀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선, 차선도 없고(사실, 희미하게 흔적이 있긴 하다) 차선을 지키는 차들도 없다. 보행자도 건널목이나 신호등 무시하고 마구 도로를 건너다닌다.(나도 그들과 더불어 여러 번 무단횡단 했다. 아슬아슬하게...^.^;) 무엇보다도 초행길 운전자들을 위한 도로이정표가 거의 없다는 것...
 
▲ 울란바타르시 서쪽지역에서 중심가로 향하는 도로.     © 윤경효
혼자 나왔다간 길 잃고 사고내기 딱 알맞은 조건이다. 더군다나 사고가 나면 무조건 외국인책임으로 돌아간다고... 뭐 이런 상황이 비단 몽골에서만 일어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외국에서의 운전은 그곳이 선진국이라도 그 나라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위험하긴 매 한가지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딘들 다를까. 익숙하냐 낯서냐의 차이일 뿐.
 
몽골신문에 난 사무실 임대광고를 보고 서울거리 쪽으로 향했다. 치안이나 이동성을 고려해 중심가 쪽에 있는 물건들을 알아보다 서커스경기장 인근의 사무실을 찾아냈다. 사무실은 약 11평정도 면적에 월 400불.
 
단독공간인데다 전기세, 난방비, 수도세, 인터넷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더군다나 책장과 책상, 응접테이블 등 사무가구가 함께 제공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앞으로 3~4명의 활동가들이 일할 공간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주변에 은행, 마켓, 정부기관 등이 도보로 5~15분 거리에 입지해 있어 차량이용에 따른 경비지출이나 불편함은 없을 듯하다.
 
“익숙하냐 낯서냐의 차이뿐”
 
▲ 울란바타르시에 있는 ‘서울거리(Seoul Street)'. 가로등 디자인이 낯익다했더니 서울시 로고가 들어있다. 서울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푸른아시아‘ 사무실을 계약했다.     © 윤경효
몽골에 오기 전에는 중심가에서 좀 멀더라도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려고 했는데, 와서 보니, 일단은 이동거리가 짧은 곳에 위치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인 것 같다. 도로상황이 체계적이지 않으니, 차량을 자가 운전할 수도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버스정류장이 많지도 않고 택시는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위험하다하고, 자전거를 타려고 하니, 집안이나 사무실 안에 두지 않으면 도난당한단다. 또, 해가 지면 외곽지대에서는 돌아다니는 게 위험하다 하니, 일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것도 불편할 듯하다.
 
아파트도 겸사겸사 둘러봤는데, 사무실 근처에 방 2개 가구 built-in 아파트가 월 400불에 나온 게 있어 1년 계약하는 조건으로 월 350불로 하여 우선 구두로 계약했다. 1960년대 지은 아파트인데, 구조가 옛 러시아식이라 좀 허름하긴 해도 튼튼해 보이긴 한다. 중심가에다 사무실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이니 금상첨화다.
 
일요일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그전에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중심가에 있는 괜찮은 아파트들은 워낙 금방 나가서 종종 구두계약은 무시되기 일쑤란다. 하긴 사무실도 다른 사람들이 구두 계약해 놓은 것을 우리도 낚아챘으니, 나도 할 말 없다. 헐~ 대천명(待天命).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몽골리언 타임.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이 제일 많이 조언해주었던 것이 '여유의 미학’을 발견하는 수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일을 명확하게 사전에 준비하는 것을 선호하는 내게 그야말로 몽골리언 타임은 '고행‘이 될 듯싶다. 다음 주 몽골관계자들과 만날 약속을 정하는데도 당일 오전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하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이 얽혀있을 경우에는 쉽지 않을 일이다. 살짝 긴장되는 순간이다.
 
‘몽골리언타임’, 여유의 미학
 
▲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사무실.     © 윤경효
몽골리언 타임은 그저 행동이 느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목문화가 워낙 자연환경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다보니, 사전에 계획을 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임박하여 대응하는 것이 보다 익숙한 듯하다. 하긴 유목민들에게 ’준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한다는 정주문화 사람들에게는 경험의 ‘공유’와 ‘남김’이 중요하겠지만, 자연에 기대어 산다는 유목문화 사람들에게는 그날그날의 상황판단과 자유로운 움직임이 더 중요했을 게다. 1,000년 전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인 들이 그들의 역사를 달랑 1권의 책으로만 남겨 놓은 것도 그 때문일 지도 모른다.
 
문화를 이해하면 함께 도모하지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문제는 얼마나 단련되어야 이해하게 되는가이다. 몽골에 도착한지 3일째. 앞으로 단련할 수 있는 무수한 날들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지금은 그저 그 시간 동안 도망치지 않기를, 내 마음이 항상 열려 있기를, 그래서 어떠한 어려움에도 편협해지지 않게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도전에 나는 흥분한다. <2008년 2월 22일>


 
▲ 윤경효 통신원. 
윤경효 몽골통신원은 지구온난화 방지 및 몽골의 사막화 저지운동을 벌이는 한국의 환경단체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사무국장입니다. 2월 중순 현지에 부임했으며 몽골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본지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연재 첫 번째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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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 2008/03/16 [18:46] 수정 | 삭제
  •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좋은 일들 많이 이루세요.^^~
  • 자미 2008/03/13 [18:04] 수정 | 삭제
  • 벌써 다음 기사가 기다려집니다. 화이팅!!!
  • 보현 2008/03/13 [15:51] 수정 | 삭제
  • 드디어 인터넷 저널에 글을 올렸군요...더욱 단련되어 국제 환경운동가로 거듭 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주 보겠습니다
  • 독자 2008/03/11 [13:04] 수정 | 삭제
  • 몽골에 환경운동 하러 가신거군요. 황사바람 날아오는 사막으로요. 기대하고 애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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