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리뷰] 영화 '천상의 피조물들'

14살 사춘기 소녀의 동성애와 섬세한 내면세계 아름답게 그려

보아돌이 | 기사입력 2007/11/03 [13:11]

[시네리뷰] 영화 '천상의 피조물들'

14살 사춘기 소녀의 동성애와 섬세한 내면세계 아름답게 그려

보아돌이 | 입력 : 2007/11/03 [13:11]
"1953년부터 1954까지 폴린 이본느 파커와 친구인 쥴리엣 마리온 흄은 일기장에 그들의 우정을 기록했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모든 일기 내용은 폴린이 직접 쓴 것이다."(During 1953 and 1954 Pauline Yvonne Parker kept diaries recording her friendship with Juliet Marion Hulme. This is their story. All diary entries are in Pauline's own words...)
 
피터잭슨의 필모그라피를 보노라면 그가 정말 어떤 영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모든 특수분장들을 손수 제작해 일인 다역으로 제작한 '배드 테이스트(Bad Taste, 1987)'를 처음으로 시작된 그의 영화 만들기는 2001년 반세기동안이나 어떠한 영화감독도 손대지 못한 환타지의 성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제작해 명실공히 흥행감독의 대열에 오르는 위치에 이른다.
 
그러한 그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난 잔혹인형극인 '밋 더 피블즈'와 이 영화 '천상의 피조물들'을 꼽는다.
 
1954년 실제 일어났던 두 소녀의 모친살해사건을 소재로 금기의 대상인 사춘기 소녀의 동성애와 그들만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이 영화는 그가 그 전까지 만들어온 영화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일종의 외도(?) 비슷한 그 무엇의 느낌을 강하게 띈다.
 
▲ 영화 포스터     ©보아돌이
두 소녀가 있다. 살아온 세계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상반되며, 성격마져도 틀린 두 소녀.
 
그 소녀들이 14살 사춘기 시절 처음 대면하게 된다. 쥴리엣이 이본느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는 것이다.
 
첫 대면에서 이본느는 쥴리엣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며,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들에겐 묘한 동질감이 있다.
 
어릴 적 너무 아파 병원에서 부모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다는 것과 그 몇 해간 부모와 떨어져지내며 생긴 그들만의 내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내면세계는 그들에게 일기와 편지를 써나감으로 인해 하나의 공유된 환상세계로의 전이로, 그들은 점차 자신들이 만들어낸 천상의 세계에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피조물들과 뛰노는 환각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그러한 변화는 점차적으로 현실세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며, 그들의 부모들은 그들의 그러한 유난스러운 우정을 병적인 것으로 결론 내리기에 이르며, 그들 서로를 서로에게서 멀리하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이본느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데, 그 정신과 의사의 '여자를 좋아하니? Do you like girls?'라는 질문이 어리석고 몰지각한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며, 결국 그들은 '동성애'라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뭐, 이쯤에서 영화 자체에 대한 얘기는 접기로 하자.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어떤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해 심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대체 어떤 영화라고 얘기해야하는 것인가?
 
난 이 영화가 참 좋은데, 그럼 왜 좋다고 해야하는 걸까? 언제나 드는 고민이고, 언제나 하게 되는 질문이지만 조금은 더 치열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누가 뭐라든 보지 않고는 영화에 대해 뭐라고 해봐야 소용없는 것이지만, 이 영화를 볼 때 나름대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음악에 신경쓰고 보라는 것과 너무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풍광에 젖어 주인공 소녀들의 내면세계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마치 뉴질랜드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예찬하듯 아름답게 잡아내고 있고, 자칫 그 풍경에 이끌려 영화가 담고 있는 그 치열한 고민들을 놓칠 수도 있는데, 한마디만 하자면 그 아름다움도 두 소녀의 내면세계가 담고 있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음악 또한 그러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건 두 소녀를 위해 존재했던 것이라고 감독은 말하려하는게 아닐까?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건 간에 그 모든건 보는 이의 몫이겠지만, 난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두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가끔은 말랑말랑하고 멜랑꼴리한 기사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든 김오달 기자의 엔터테인먼트 기사용 세컨드 아이디 '보아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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