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천도재, “진상규명 꼭 해야”

명진 스님, "박근혜가 역사에 맡기자는 데 역사가 전당포냐"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2/10/08 [09:12]

장준하 선생 천도재, “진상규명 꼭 해야”

명진 스님, "박근혜가 역사에 맡기자는 데 역사가 전당포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2/10/08 [09:12]
2012년 10월 6일. 37년 전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를 당했던 곳과 불과 3km가량 떨어진 포천시 백운산 흥룡사에서 장 선생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천도재가 열렸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씨가 6일 오전 경기도 포천 백운산 흥룡사에서 열린 고 장준하 선생 천도재 및 의문사 진상 규명 촉구 법회에서 유족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천도재는 죽은 이의 넋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한 불교의식이지만, 정작 이날 흥룡사에 모인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평생 동안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장 선생의 정신을 더 뚜렷하게 가슴에 새기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명진스님은 “박정희 정권은 경제를 발전한다는 명분으로 한일 역사문제를 팔아 먹었다. 박근혜 후보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로 가자고 한다. 그들의 논리라면 우리는 일본의 만행에 대해 입도 뻥긋할 수 없고 일본에게 배상하라는 소리도 못한다. 잘못한 사람들이 와서 무릎꿇고 용서를 구해야 피해자도 용서해 줄수 있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진실은 감출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며 "박근혜가 역사에 맡기자고 하는 데 역사가 전당포냐!" 고 쏘아 붙였다. 

▲ 박근혜의 역사관을 신랄히 비판하는 명진스님     © 서울의소리


같은 시대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았던 장준하와 박정희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버지의 넋을 편안하게 해드리려고 오신 점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아직 아버지는 할 일이 남아 있으시기 때문에 당분간 이승에 머물고 계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아버지도 그 때서야 편안하게 쉬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추도사를 통해 “일제의 악재가 극에 달았을 때 이 땅의 한 젊은이는 혈서를 쓰고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다른 젊은이는 강제징병으로 끌려갔지만 탈출해 조국회복을 위한 광복군이 됐다”며 “장준하 선생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너무나 달랐던 선택이 우리 근대사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땅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며 “장준하 선생님께서 국민들 앞에 구멍 뚫린 백골을 보여 준 것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라는 계시”라고 주장했다.

“장준하 의문사 관련 보고서는 70년 비공개”

이날 천도재 참가자들은 장준하 선생에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신이 불자임을 밝히며 진상규명에 앞장설것을 약속한 임수경 의원이 헌화하고 있다.    © 서울의소리

2003~2004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었던 고상만 씨는 “위원회에서 장준하 선생님 의문사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이라고 결정한 것은 결코 실족사를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차후 조사를 위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씨에 따르면 진상규명위원회는 7명의 표결로 인해 결과가 결정된다. 장준하 선생 의문사의 경우 4명이 ‘진상규명 불능’에 손을 들었고, 3명이 인용(공권력에 의한 타살을 인정)에 손을 들어 결국 ‘진상규명 불능’이 됐던 것. 이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추가조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진상조사 불능 결과를 내렸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고씨는 또 “조사를 하는 동안 당시 조난자료 등을 해당 부서로부터 협조받지 못했다”며 “왜 이 사건이 벌어졌고 어떤 경위로 진행 됐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 역시 “국정감사에서 고상만 전 조사관을 비롯해 유족들과 김용환(장준하 선생 시체 최초 목격자)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장준하 선생님 의문사에 대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특별기구 설치와 특별법을 만들어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설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장준하 선생이 죽었다? 
고상만 전 장준하의문사위원회 담당조사관과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등이 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약사계곡에서 고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로 발견되었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75년 추락사고를 당한 고 장준하 선생을 목격자 김용환 씨가 발견한 곳 알려져 있다.

“현장 와보니 타살이라는 확신이 든다”

점심 공양을 마친 참가자들이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긴 곳은 바로 장준하 선생이 사망한 백운산 약사계곡이었다. 약사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밧줄에 의지해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고 험난했다.

30여분의 산행길 끝에 마침내 장준하 선생의 시체가 놓여져 있던 바위가 눈 앞에 나타났고, 그 옆에는 ‘장준하 선생님 원통히 숨지다’라는 나무 푯말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장준하 선생이 원통하게 죽은 그곳에서 
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약사계곡 고 장준하 선생 의문사로 발견되었던 현장에서 고 장준하 선생 천도재 및 의문사 진상 규명 촉구 법회 참가자들이 추모재를 올리고 있다.

고상무씨는 “장 선생의 시신을 최초로 목격했다는 김용환씨의 주장과는 달리 저는 장 선생이 산행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장 선생이 일행들과 헤어진 시간이 낮 12시였고 시체로 발견된 시간이 오후 1시였는데,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장 선생이 1시간 만에 군인 2명과 샌드위치를 먹고 정상에 도착했다가 등산로도 아닌 곳으로 내려오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산악인도 시험을 해봤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 역시 “이 현장에 와보니 타살이라는 확신이 든다”며 “장 선생님이 우리에게 진실을 밝히라는 역사적 소명을 짊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4일 유족들이 요청한 장준하 의문사 재조사에 대해 "재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가 없다" 며 재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명진 스님 장준하 의문사 규명하자 
명진 스님이 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약사계곡의 고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로 발견되었던 현장에서 고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장준하 선생 제단에 술 올리는 임수경 의원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6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약사계곡의 고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로 발견되었던 현장에서 장준하 선생을 추모하며 제단에 술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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