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화폐 인물, 인기투표로 선출하나"

네티즌칼럼 한국은행, 고액권 화폐 인물 선정 인기조사가 발단

이영일 | 기사입력 2007/08/13 [05:49]

"새 화폐 인물, 인기투표로 선출하나"

네티즌칼럼 한국은행, 고액권 화폐 인물 선정 인기조사가 발단

이영일 | 입력 : 2007/08/13 [05:49]
한나라당과 대통합신당 등의 대통령 선거 모드가 아무리 후끈하다 하지만 새 화폐 도안에 선정될 인물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뜨거운 각축 양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는 것이 거짓말 조금 보태 사실이라 할 만큼 위인들에 대한 지지 경쟁은 뜨겁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2009년 상반기에 발행될 10만원권과 5만원권 등 고액권에 들어갈 초상인물 2차 선정자 10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화폐 인물에 대한 국민 의견을 21일까지 수렴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13일 오전까지 약 5천5백여건의 의견이 올라 와 있다. 김 구 선생, 신사임당, 장영실 등 10명의 위인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이 10명에 선정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광개토대왕도 화폐 인물로 손색이 없다 생각한다. 

 
아울러 필자 역시 이 10인의 인물 중, 자신의 사회적 직무와 위치에 구애됨이 없이 조국의 발전과 통일을 위한 흥사단운동을 주창하고, 고결한 인격으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지도하며 그들의 운동방략과 노선에 가르침을 제시하고 하물며 적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민족의 사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그 절절한 애국심이 화폐에 아로새겨지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다.  

▲ 도산 안창호 선생을 새 화폐 주인공으로 모시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인터넷사이트.     © 인터넷저널

 

그러나 이렇듯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이 새 화폐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필자나 타인이나 다를리 없겠지만, 우리의 화폐 인물은 특정 분야의 공과나 지지 세력의 주관적 평가와 인기도에 따라 선정되어선 곤란하다고 보는 측면에서 지금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 방향이나 의견 수렴 방법은 국민들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랑스런 역사의 보존과 계승이 우리 민족의 영원한 숙명이라면, 화폐가 가진 한민족의 정체성 표현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종합적인 면에서 교육적, 계승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민족을 대표하고 특히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 폭넓게 존경받는 인물이 화폐 인물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제 다시 광복 62주년 8.15를 맞으며 생각해 본다면 새 화폐를 통해 얻으려 하는 것, 이미 대다수 국가가 근대화 시기 건국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 국가의 정체성과 시민정신을 교육하는 자료로서 화폐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있기에, 새 화폐 인물 선정에 대한 논의의 방향은 광복의 의미와 연계된 분명한 철학과 방향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측은 이러한 철학과 분명한 목적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지, 각 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했다는 이유로 각계 후보 10명을 선정하고 또 한국은행 국민의견 수렴게시판에 특별한 기준 제시도 없이 사실상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면, 이것이 인기가요 순위 투표도 아니고 이 10명중에 최종적으로 누가 선정된다 해도 다 불만이 쏟아져 나올만한 상황이 아닌가.

 
화폐 인물을 통해 국민적 단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열 경쟁 양상을 부추겨 자칫 비교 대상의 기준이 다를 수 있는 위인들이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로부터 '어느 위인이 어느 위인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것은 올바른 방법은 아니여 보인다. 

62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앞두고 과연 새 화폐의 인물 선정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 새 화폐에 담고자 하는 국민적 여망의 방향은 무엇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시대적 인물과 배경이 논의를 거치며 국민들에게 제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고도 폭넓은 역사적 성찰이 일차적 배경으로 논의되어 가기 바라며, 그러한 명확한 배경과 철학 위에서 새 화폐의 인물이 국민적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선정되어 가길 바란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새 화폐 인물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