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방 격리조치, 과연 적절한가?

[칼럼] 청소년 보호와 문화, 그 사이에서 혼란스런 멀티방논란

이영일 | 기사입력 2012/03/21 [17:40]

멀티방 격리조치, 과연 적절한가?

[칼럼] 청소년 보호와 문화, 그 사이에서 혼란스런 멀티방논란

이영일 | 입력 : 2012/03/21 [17:40]
지난 2월초, 정부가 멀티방을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 지정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을 공포했다. 멀티방이 청소년유해환경이라는 이유에서다. 5개월 뒤 청소년들의 이 멀티방 이용이 금지되는데 정부의 방침이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제에 너무 몰입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청소년 여가문화 환경 양성 기회를 오히려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소지가 높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멀티방은 간단히 말하자면 PC방, 노래방, 비디오방을 합쳐놓은 곳으로 보면 된다. 이 세군대 소위 ‘방’들은 마땅히 이용할 문화환경이 열악한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게임과 영화감상, 스트레스를 푸는 선호도 높은 공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최소한의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이용시간 제한을 두고 특히 비디오방은 비디오물감상실업 청소년출입금지 조항에 따라 아예 출입을 제한해 온 측면이 존재한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비디오방이 밀실이고 그 안에서 술과 담배, 성관계 등 청소년 탈선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멀티방에 대한 시각은 바로 이 비디오방과 닮아 있다. 이 멀티방안에 샤워실과 침실이 있어 성관계 등 탈선을 조장하고 음주와 흡연의 탈선장소로 악용되기에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멀티방은 분명 좌시할 수 없고 당연히 추방해야 한다.

▲ 멀티샵. 한 포털사이트 이미지 검색화면.     © 인터넷저널


그런데, 이 멀티방은 현재 PC방과 같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상 복합유통게임제공업종에 속해 있는 제도권내 영업시설이고 청소년 출입도 허가되어 있다. 물론 청소년 이용제한 시간도 밤 10시로 제한되어 있다. 바닥 80Cm로부터 위로 1평방미터까지 투명창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운영의 불법성을 제외하면 시설과 환경적만으로는 청소년유해환경으로 규정짓고 청소년 출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면 왜 정부는 멀티방을 청소년으로부터 원천 격리하려 할까.

이 답은 전국멀티방협회의 주장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멀티방협회는 언론에서 지적하는 침대 및 샤워시설을 구비한 소위 퇴폐 멀티방이 소위 관청에 미등록된 무허가 퇴폐 멀티방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대로라면 정부가 청소년 출입을 차단하겠다고 말하는 멀티방은 이 가짜 퇴폐 멀티방이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 진짜 멀티방과 가짜 멀티방을 구분해 단속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해 ‘멀티방이 폐쇄공간이기에 청소년을 탈선으로부터 보호할 장치가 없다’며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려 하는 것이라면, 청소년들을 위한 건강한 놀이문화공간은 정작 청소년으로부터 차단되고 불법퇴폐 멀티방은 계속 영업하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청소년보호 논리나 행정 시행의 과정도 빈약하거나 부실하다. 이 멀티방이 청소년보호가 당초부터 불가능했다면 비디오방처럼 청소년 출입을 아예 제한했던가 아니면 반대로 청소년 탈선행위가 아예 발생할 수 없게 내부설치규정등을 강력하게 시행하던가 했어야 했다. 미허가 퇴폐 멀티방은 철저히 단속해 뿌리를 뽑고 건전하게 운영되는 곳들은 유해환경이 아닌 유익환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업주 교육이나 환경 점검등도 철저히 시행했어야 했다.

필자도 청소년보호와 유해환경 추방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멀티방 추방 논란에서 청소년을 보는 시각과 관점의 굴곡을 필자는 더 걱정한다. 요즘처럼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것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청소년유해환경 추방은 매우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의 건강한 놀이문화공간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금 문제가 있다 싶으면 차단하고 없애고 제한하려는 시각은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와서 기성세대의 시각과 여론에 밀려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청소년 놀이공간이 청소년들로부터 너무 성급히 격리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멀티방 논란이 오히려 새롭고 건강한 청소년 놀이공간의 창출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부 청소년들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대다수 건강하고 해맑은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으로의 발길을 차단하려는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은 아닌지, 이 논란의 이면속에 감춰진 청소년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접근의 노력을 정부가 다시한 번 시도해 보는 계기가 있길 바란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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